이민부의 고질적인 심사 적체

이민부의 고질적인 심사 적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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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업종에 대한 이민 문호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간호사와 조산사를 포함한 10개 직업을 ‘이민 그린 리스트’에 포함하고 버스 기사와 트럭 운전사 등으로 일할 경우에는 뉴질랜드에 2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영주권 패스트트랙 확대는 세계적인 인력 부족 현상을 겪는 상황에서 정부의 의도대로 충분한 신청을 받을 수 있을 지와 이민부의 고질적인 심사 적체가 문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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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력 ‘영주권 패스트트랙’ 확대 


정부는 지난달 12일 2022년 마지막으로 가진 내각 회의 후 언론 브리핑에서 이민 시스템을 개정해 12월 15일부터 간호사와 조산사를 포함해 교육 종사자와 건설 부문 등에서 10개 직업을 이민 그린 리스트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민 그린 리스트는 부족한 업종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영주권 패스트트랙 이민 제도다. 


1단계와 2단계 등 두 가지 그린 리스트에서 1단계에 포함된 업종 종사자는 뉴질랜드로 이주하면 즉시 일할 수 있고, 영주권도 바로 신청할 수 있다. 


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나 파트너도 거주하며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정부는 작년 5월 이민 그린 리스트 제도를 발표하며 의사와 수의사, 엔지니어, 정보통신기술 분야 등 89개 직업을 목록에 넣었다. 


당시에는 간호사와 조산사는 1단계 그린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의료진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데도 의사는 즉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상대적으로 여성 인력이 많은 간호사와 조산사를 제외한 것은 성차별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뉴질랜드 간호사 기구 노조’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겪으면서 심각한 의료진 부족을 겪은 뉴질랜드에 약 4,000명의 간호사가 더 필요한 것으로 추정한다.


자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는 이날 “그린 리스트에 간호사와 조산사를 포함한다”며 “우리는 전 세계 모든 간호사에게 뉴질랜드가 살고, 일하고,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오는 3월부터 초등학교 교사, 중고등학교 교사, 자동차 정비사, 건축공사 감독, 가스 기구 설치공 등 10개 직업이 추가로 그린 리스트에 포함된다.


자동차 정비사 협회의 이안 파이크(Ian Pike) 회장은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업계에 자동차 정비사의 그린 리스트 포함은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1,300~1,500명의 자동차 정비사들이 부족하지만 뉴질랜드내에서는 지원하는 사람들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버스 기사와 트럭 운전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질랜드에서 버스•트럭 기사로 일할 경우 2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로 했다.


버스 운전 기사 부족으로 매주 수 천 건의 버스 운행이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오클랜드에서는 500명의 버스 기사가 부족하고 웰링턴은 120명이 부족하며, 캔터베리와 와이카토, 오타고 등지에서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당의 리카도 메넨데즈 마치(Ricardo Menendez March) 이민 담당 대변인은 “버스 기사 등 중요하지만 높은 임금을 받지 않는 직업에 대한 관심을 지지한다”며 “정부는 높은 기술과 높은 임금의 이민자를 목표로 하는 ‘이민 리밸런스’ 정책으로 스스로 구석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에서 3차교육 학위를 받았으나 2020~21년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폐쇄로 일할 수 없게 된 졸업자들에게 1년 기간의 학업후 워크비자를 재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약 1,800명으로 파악됐다.


올해 7월 4일까지 처음으로 신청된 고용주 인증 자격은 자동적으로 12개월 연장된다.


또 뉴질랜드에서 이미 오랜 기간 필수 업종에서 일하는 약 2,500명의 근로자들을 위해 최대 3년 기한의 ‘특정 목적 워크비자’가 신설된다.


마이클 우드(Michael Wood) 이민장관은 이민 그린 리스트는 항시 검토되어 왔으며 다음 검토 발표는 올해 중반일 것이라고 밝혔다.


‘호스피탈리티 뉴질랜드’는 주방장과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업계 다른 직종들이 이번 그린 리트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했다.


주방장은 뉴질랜드에서 일할 자격은 허용되지만 자동적으로 영주권을 부여받는 호주와 달리 영주권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당의 에리카 스탠포드(Erica Stanford) 이민 담당 대변인은 정부의 이번 이민 정책 발표에 대해 1년 전에 나와야 했는데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이민 국가인 뉴질랜드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오히려 이민 순 유출이 발생하는 등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1년 동안 1만1,000명이 장기 거주를 위해 뉴질랜드로 들어왔지만 1만5,100명이 뉴질랜드를 떠나면서 4,100명의 순 유출이 일어났다. 


 

뒤늦은 이민 확대가 인력난 해소에 도움될까?


우드 장관은 정부의 새로운 이민 정책에 따른 이민자 목표치를 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드 장관은 새로운 이민 정책이 세계적인 인력 부족 상황에서 뉴질랜드 사업체를 지원하고 더욱 많은 기술 이민자를 유입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발표한 대책과 기존의 기술이민 및 인증 고용주 워크비자 등으로 뉴질랜드가 기술 인력을 확보하고 이민자를 지원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울 올해를 헤쳐 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민 체제를 확립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우드 장관은 작년 7월 국경을 재개방한 이후 4만건의 워킹 홀리데이 비자 승인을 비롯하여 9만4,000건 이상의 해외 인력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이 시작된 후 3,474명의 간호사들이 뉴질랜드에 왔지만 더욱 많은 간호사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추가 조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에는 2만1,000명의 간호사들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뉴질랜드로의 이민에 관심을 갖는 해외 간호사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케티 암스트롱(Katy Armstrong) 이민 상담사는 “대부분의 간호사와 보건 종사자들은 정부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에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신청하는 건수는 작년 7월 174건에서 급격하게 줄어 작년 10월에는 39건으로 월간 최저를 기록했다.


캐나다와 호주 같은 다른 나라들에서는 더욱 많은 보수와 쉬운 영주권을 제공하는 반면 뉴질랜드는 가족까지 떨어져 살게 만드는 엄격한 이민 정책을 고수해 왔다.


이주근로자협회의 아누 카로티(Anu Kaloti) 대변인은 “2년 넘도록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데 뉴질랜드에 굳이 일하러 오겠는가. 사람들은 다른 나라를 알아봤고, 우리는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간호사 기구 노조’의 케리 누쿠(Kerri Nuku) 대변인은 “뉴질랜드로 오는 간호사들도 있지만 많은 보수를 쫓아 외국으로 떠나거나 번아웃으로 일을 그만두는 간호사들도 있다”며 “더욱 좋은 근로 환경과 보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질적인 이민 신청 심사 적체


이민부의 심사 적체는 고질적인 문제이다.


많은 영주권 신청자들은 결과를 받아 보기 위해 몇 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노동당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 조치가 일회성의 2021년 거주비자였다.


2021년 9월 이민부는 심사 적체를 해소하고 뉴질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기술 인력을 확보하고 활용하기 위해 일회성의 ‘2021년 거주비자’ 제도를 발표했다.


당시 이민부는 주신청자와 그 가족 등 약 16만5,000명에게 거주비자를 승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주비자 신청은 2021년 12월과 2022년 3월 등 두 단계로 접수했고 당시 크리스 파포이(Kris Faafoi) 이민장관은 신청자들의 80%를 1년 안에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 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기회로 여겨진 이 조치는 처음에는 원활하게 출발했지만 신청 건수가 늘면서 다시 승인 과정은 길어졌다.


이민부는 작년 12월 현재 약 5만6,000건을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경이 재개방되고 기술이민과 부모초청이민 등이 재개되면서 이민부는 예전의 적체 상황으로 돌아갔다.


이주근로자협회 카로티 대변인은 이민부는 현재 적어도 10만건의 각종 비자 신청을 진행하고 있고, 이민부의 처리 수용력으로 봤을 때 모든 결과가 나오는데 4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드 장관은 100여명의 케이스 심사관을 충원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심사 적체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이다.



컴퓨터 시스템 결함으로 영주권 이중 발급 


이민부는 비자 수속을 일관화하기 위해 최근 5,660만달러를 들여 어뎁트(Adept) 컴퓨터 시스템을 설치했다.


하지만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작년 11월 초부터 550건 이상의 결함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거의 10만명이 비자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일부는 이중으로 영주비자를 받았다.


이민부는 얼마나 많은 이중 비자가 발급됐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민부의 니콜라 호그(Nicola Hogg) 국경•비자 운용 부장은 “새로운 대규모 기술이 보급되면 직원들이 새로운 과정과 절차를 익힐 기간이 필요하다”며 “이 기간 우리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가능한 빨리 해결했다”고 말했다.


호그 부장은 “우리는 다른 이민부 시스템에서 신청이 다시 진행되거나 첫 신청 이후 2차 신청자가 추가된 등의 이유로 2021년 거주비자가 이중으로 발급된 것을 알고 있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같은 영향을 받았는지 조사하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정확한 수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민투자협회의 니콜라 티펜(Nicola Tiffen) 회장은 이민부에 정기적으로 기술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크비자가 고용주 이름 없이 발급되는가 하면 2021년 거주비자 뒤에는 항상 몇 장의 빈 거주비자가 있어 사기로 쓰여질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문비자도 경우에 따라 2주 만에 발급되기도 하고 몇 달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인 등 들쑥날쑥이다.


이민부의 리차드 오웬(Richard Owen) 검증•준수 부장은 작년 8월 이후 11월 초까지 거의 9,000건의 방문비자 신청이 처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민부는 고객과 고용주들이 기대하는 속도로 비자 신청을 처리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지속적인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허브(Newshub)가 지난달 이민부에서 입수한 내부문서에 관한 보도에 따르면 이민부는 밀린 방문비자 신청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직원들에게 방문자의 위험도를 재평가하여 수동으로 처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방법이 국경 심사의 일관성을 해치고 불법 체류자를 늘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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