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질랜드 통계국은 작년도 국내 인구 동향과 관련된 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2월 말 현재 국내 인구는 남자가 255만 6100명, 그리고 여자가 259만 5500명으로 합계 515만 1600명으로 추산된 가운데 전년 대비 인구 증가율이 0.7%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통계에서는 전년 대비 사망 신고가 10%나 많이 늘어났고 또한 10대 여성의 출산이 1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공개된 통계국 자료들을 가지고 팬데믹이 끝을 보였던 지난해 인구 동향을 특별히 출생과 사망을 중심으로 분석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지난해보다 10% 넘게 오른 사망률>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출생이 신고된 신생아는 총 5만 8887명이었으며 사망 신고는 3만 8574명으로 이를 차감하면 2만 313명에 달하는 인구가 이른바 ‘자연 증가(natural increase)’로 늘었다.
2021년과 비교해보면 출생은 228명만 늘어 전년보다 0.4% 증가에 그쳐 신생아 출생이 정체된 모습인데, 이에 반해 사망은 전년보다 3642명이나 급증해 전년 대비 증가율이 10.4%나 됐다.
이는 코비드 19 영향으로 특히 노령층 사망자가 급증했기 때문인데,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중 약 2400여 명이 코비드 19로 인한 사망자로 분류됐다.
2월 20일(월) 발표 기준으로 보건부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코비드 19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당일까지 뉴질랜드에서 코비드 19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2534명으로 발표했다.
이때 사망자 기준은 사망 이후 24일 안에 이뤄진 코비드 19 검사 결과에서 양성으로 판명된 이들이 모두 포함되는데, 이에 따라 다른 질환이 주된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코비드 19 사망자로 일단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비드 19가 연간 사망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는데, 이는 2020년 사망자가 3만 2613명이었고 그 전보다도 겨울철 사망자가 더 적었던 데 비해, 그 이듬해에는 3만 4932명으로 늘어났으며 또 한 해 뒤인 2022년에는 3만 8574명으로 더 늘면서 겨울철 사망자도 많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통계 담당자는 일반적으로 ‘기대 수명(life expectancy)’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갈수록 국내 노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망도 더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사망 신고 5명 중 4명은 65세 이상이었고 또 그중 절반 이상인 53%가 80세 이상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 연령대에 도달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향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도표1> 연도별 출생과 사망 및 인구의 자연증가 변동(1952~2022)
<평균 사망 연령은 남성 79세, 여성은 83세>
특히 인구 통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른바 ‘조사망률(粗死亡率, crude death rate)’을 보면, 2021년 인구 1000명당 6.8명 사망에서 2022년에는 7.5명으로 급증했는데 지난 2016년에서 2020년까지의 기간에 조사망률 평균은 1000명당 6.7명이였다.
(* 조사망률은 인구 1000명당 사망한 사람의 비율이다. 특정 인구 집단의 사망 수준을 나타내는 기본적 지표로, 1년간 신고된 총사망자 수를 해당 연도의 중간인 7월의 인구로 나눈 후 그 수치를 천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작년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남성 79세 여성은 83세였는데, 70년 전인 지난 1952년에는 이 연령이 남자 68세 여자는 71세였으며 40년 전인 1982년에는 각각 70세와 76세로 높아졌다.
한편 한 살 미만의 영아 사망은 207명이었으며 그 전년의 273명에서 꽤 줄었는데 1000명당 사망을 따지는 ‘영아 사망률(infant mortality rate)’은 3.52명으로 이 역시 전년의 4.65명에서 크게 줄었다.
영아 사망률은 80년 전인 1942년에는 36.7명이나 됐는데, 보건과 의료시설과 제도, 위생을 비롯한 생활 환경이 개선되는 등 주변 환경이 점차 나아지면서 50년 전인 1972년에는 15.63명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후에도 계속 낮아지던 영아 사망률은 1985년에 처음으로 10명 이하인 10.81명을 기록한 후 1990년에 8.31명으로 10명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 지금부터 20년 전인 2002년에는 5.55명으로 크게 낮아지는 등 장기적으로 계속 감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2007년에 한때 4.95명으로 5명 이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2017년에는 다시 5.71명을 보이는 등 숫자가 작아지며 감소 추세가 완연히 느려진 뒤에는 3.5~5명을 오가는 중이다.
<이민 없이는 미래 인구 유지 불가능>
국내 신생아 출생은 2016년 이후 6만 명 이하를 보인 가운데 작년에도 5만 8887명을 기록해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해당 국가의 미래 인구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가임 여성(15~49세)’이 일생 낳을 것을 예상되는 평균 신생아 숫자를 보여주는 이른바 ‘합계 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TFR)’은 작년에 여성 한 명당 1.66명이었다.
이는 2020년의 1.61명 그리고 2021년의 1.64명에서 다소 개선된 것인데, 하지만 2020년에 비해 2021년과 2022년에 신생아 출생이 늘어난 정도에 비해 합계 출산율이 느리게 성장한 것은 15~49세 사이 여성 인구의 증가가 상대적으로 느려졌다는 상황을 반영한다.
합계 출산율은 1998년과 2002년에 1.89명을 기록하고 2008년에는 2.19명을 기록하는 등 지난 1980년부터 2012년 무렵까지 평균 2.02명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2013년부터는 감소하는 상황인데, 2018년 이후로는 1.8명 미만을 유지 중이다.
국내 합계 출산율이 항상 안정적이거나 감소했던 것은 아니며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시대 이후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는 극적으로 증가해 1961년에는 여성 한 명당 4.31명으로 최고조에 달하면서 베이비붐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현재의 합계 출산율은 뉴질랜드가 이민자 유입 없이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인 2.1명에 크게 모자라는데, 특히 향후 신생아가 20~40년 전에 태어난 여성 숫자에 영향을 받는 만큼 현재의 인구 구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 신생아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 이민자 유입 문제는 국가적인 과제임이 다시 확인됐다.
참고로 인구 재앙에 직면했다는 한국은 작년에 합계 출산율이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8개 국가의 평균인 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최하위이자 유일하게 1.0명 미만이다.
▲ <도표 2> 연도별 산모 ‘중간 연령’의 변동(1962~2022)
<산모의 중간 연령은 31.2세>
한편 10년 전과 비교해 여성의 연령대별로 출산율을 살펴보자면, 작년에는 여성 1000명당 신생아는 15~19세 여성은 11.1명(2012년 24.6명, 이하 같음)이었고 20~24세는 48.8명(73.1명)이었다.
또한 25~29세는 87.8명(110.7명), 그리고 30~34세는 107.3명(124.4명)으로 나타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나이대가 가장 많이 출산하는 연령대임을 보여줬다.
그리고 35~39세 여성은 63.4명으로 10년 전의 69.5명에 비해서는 적어졌으며 40~44세 여성의 경우에도 10년 전의 15.1명에서 작년에는 14.1명을 기록했다.
연령대별 여성의 상황은 출산한 여성의 ‘중간 연령(median age, 절반은 이보다 어리고 절반은 이보다 나이가 많음)’으로도 가늠해볼 수 있는데, 작년에는 중간 연령이 31.2세였다.
이는 그 전년의 31.0세보다는 0.2세가 늘어났고 2020년의 30.8세보다도 0.4세가 더 늦어졌다.
출산 여성의 중간 연령은 지금부터 60년 전인 1962년에는 26.2세로 지금보다 5살이나 적었는데, 이후에도 1982년에 26.0세가 되는 등 한동안 24~26세를 계속 오갔다.
이후 1987년에 27.0세로 사상 처음으로 27세를 넘어선 뒤 1992년에 28.2세, 그리고 1997년에 29.1세 등 갈수록 더 늦어지는 추세가 이어지다가 20년 전인 지난 2002년에는 처음으로 30.1세로 30세를 넘어선 바 있다.
이후에도 현재까지 계속 조금씩 늦어지는 추세인데, 이는 결혼 자체가 이전과는 많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첫아기도 늦게 낳는 사회 현상과도 맞물린다.
▲ <도표 3> 연도별 20세 미만과 35세 이상 산모의 변동(1962~2022)
<10대 출산, 10년 만에 절반 이상 줄어>
또한 이번 통계에서는 아기를 낳은 10대 여성의 숫자가 지난 10년간 절반 이하로 줄어든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작년에 20세 미만 여성이 낳아 출생이 신고된 아기는 모두 1719명이었는데, 이는 작년 신생아 34명 중 한 명꼴이었다.
10년 전인 2012년에는 모두 3786명의 신생아가 10대 엄마에 의해 태어났으며 당시는 16명 중 약 한 명꼴이나 됐다.
한편 작년에 15~19세 여성 1000명당 신생아는 11명이었으며 이 역시 2012년의 25명과 비교해서는 55%가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10대 여성의 출산이 줄어든 데는 관련 교육이 강화되고 피임 방법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된 상황과 일치한다고 통계국 담당자는 설명했다.
10대 여성의 출산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1972년에는 한 해 동안 9150명이 이 연령대 엄마에게서 태어났고 이는 그해 태어난 신생아 7명 중 한 명이나 됐다.
당시 15~19세 여성 1000명당 69명의 신생아가 출생했는데 10대 여성의 출산은 보통 1972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왔지만 지난 2008년에는 5223명으로 신생아 12명 중 한 명에 달하는 작은 정점이 한 차례 나타나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10대 여성의 출산은 꾸준히 감소했는데 이와 함께 낙태 관련 통계에서도 지난 10년간 10대 여성의 낙태 시술도 더불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10대 산모 숫자는 줄었지만 이에 반해 30대 이상 나이에 출산하는 여성의 수는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
1972년에는 신생아 16명 중 한 명꼴인 3873명이 35세 이상 엄마에게서 태어났는데, 35세 이상 산모의 출산과 전체 산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모두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약간 감소한 후 2008년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며 그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작년에는 신생아 4명 중 1명 미만인 1만 3476명이 35세 이상 산모에게서 태어났으며 그중 40세 이상도 전반적으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지난 1970년대에는 신생아 100명 중 약 한 명꼴로 40세 이상이 엄마였지만 작년에는 25명 중 1명 비율이었으며 이는 지난 15년간 비슷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