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엄 세대 간에 생애 첫 집 구입이 어느 쪽이 더 어려웠는지에 대한 오래된 논쟁이 있었다. 이에 대한 결론은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1946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보다는 1982년부터 2000년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가 첫 집 마련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금이 1957년 이후 65년 만에 내 집 마련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은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어려운 주택 구매의 현실을 반영한다.
현재가 1957년 이후 주택 마련이 가장 어려운 시기
경제 컨설팅 회사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가 지난달 내놓은 “주택 업데이트: 구매력에 대한 새로운 렌즈(Housing update: A new lens on affordability)”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이 1957년 이후 65년 만에 첫 주택 구매자가 주택시장에 진입하기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주택 구매자들이 주택을 구입한 해에 따라 평생의 주택대출 상환액을 분석했다.
분석에는 주택대출 금리와 인플레이션, 소득 증가, 주택 가격 등을 감안했다.
분석 결과 주택 구매자들은 상승한 집값으로 인해 모기지를 갚는데 근로 시기의 소득 상당 부분을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0년대 초 이후 주택 붐으로 주택 구매자들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집값 상승과 그에 따른 높은 대출 비용을 겪은 것으로 분석됐다.
인포메트릭스의 가레스 키어넌(Gareth Kiernan) 수석 분석가는 “현재 대출금리가 5%대로 비교적 낮더라도 평균 집값이 100만달러가 넘는 상황에서 첫 집 구매자들은 금리가 20%로 높았던 1987년의 구매자들보다 좋지 않은 재정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1940년대 후반 이후 자료를 분석한 이번 보고서에서 첫 집을 구매하기 가장 좋았던 해는 1949년과 1996년으로 분석됐다.
이 두 해에 첫 집을 구매했다면 평생 갚아야 할 대출 비용이 비교적 적은 반면에 집값은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특히 1949년은 최적의 주택 구매 시기였던 것으로 꼽혔다.
현재 가치로 평균 집값은 10만4,000달러에 불과했고 가구당 연간 수입은 5만3,3000달러에 모기지 금리는 4%로 낮았다.
이 때 집을 구매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1974년에 대출을 모두 갚는데 이자를 포함한 총비용은 10만6,200달러이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집값은 29만4,000달러로 분석됐다.
1996년 평균 집값은 현재가치로 29만9,600달러이고 가구당 연간 수입은 8만1,100달러이며 초기 모기지 금리는 7.6%였다.
당시 집을 구매한 사람은 2021년에 모기지를 모두 갚는데, 이자를 포함한 총비용은 47만300달러이고 집값은 106만4,000달러로 126%의 순이득을 올렸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에 주택 구매의 최악의 해는 1955년과 1975년으로 조사됐다.
이유는 그 이후 25년 동안 집값이 약세였던 기간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2022년도 향후 25년의 집값 전망치로 봤을 때 1955년만큼이나 금전적으로 좋지 않은 해라고 지적했다.
인포메트릭스는 향후 25년간 평균 연간 집값 상승률을 3.1%로 분석했다.
지난 70년 동안 가장 낮았던 25년 평균 연간 집값 상승률은 1988년부터 2013년 사이의 6.4%였다.
따라서 앞으로 집값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2020~21년 동안의 집값 급등과 작년 중반 이후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올해 첫 집 구매자는 수입의 49%를 초기 모기지 비용에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전 최고였던 1987년과 2007년을 넘어서는 수치이다.
또 올해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향후 25년 동안 모기지를 갚는데 수입의 33%를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00년대와 2010년대의 21%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키어넌 분석가는 “젊은 사람들이 집을 구매하려고 대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평생의 빚을 지는 것으로 이전 세대들보다 지출할 수 있는 돈이 적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며 “우리의 분석은 뉴질랜드 주택 위기로 초래된 세대간 이슈에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부동산 거품 1위
뉴질랜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서도 부동산 리스크가 가장 큰 나라로 지목됐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 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와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를 토대로 주요 30개국의 올해 1분기 집값을 조사한 결과,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위험이 가장 높은 나라로 뉴질랜드를 꼽았다.
블룸버그는 리스크 순위를 정하기 위해 30개국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과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 비율(PRR), 실질•명목 집값 상승률, 대출 증가율 등 5개 지표를 비교•분석했다.
뉴질랜드의 PRR과 PIR는 각각 156.8과 143.9로 나타났다.
체코와 헝가리, 호주, 캐나다, 포르투갈, 미국 등이 뉴질랜드 뒤를 이었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주택가격에 거품이 가장 많이 끼었다는 지적을 받은 나라들이다.
한국은 전체 30개국 가운데 17위에 랭크됐다.
블룸버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9개국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높은 PRR과 PIR 수준까지 올라섰고, 이는 주택 가격이 펀더멘털을 넘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거품 붕괴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커지는 인플레이션 공포와 주식시장 급락,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악재 속에 주택가격 붕괴 가능성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급히 올린 게 집값 하락을 부르고, 이 때문에 경기침체가 심화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초저금리로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으나,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주요국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면서 차입 비용이 치솟아 주택 구매자들의 자금 조달이 한계에 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함에 따라 차입 비용이 급증하면서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이 한계에 직면했다”며 “뉴질랜드와 캐나다, 미국에서 한때 뜨거웠던 주택 시장이 갑자기 냉각됐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은 2008년과 같은 금융 시장 붕괴가 반복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가계 저축이 여전히 건재하며, 노동 시장 여건도 나쁘지 않아 완충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나라도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 중이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최근 금융 안정성 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 가능성이 있어 가계자산과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지난달 “주택 구매 계획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집값 13년 만에 가장 높은 분기 하락
주택 가격은 구매하기엔 여전히 높지만 계속 내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 회사 코어로직(CoreLogic)의 주택가격지수는 지난달 0.8% 하락하면서 3개월 연속 0.8%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분기 집값 하락률은 2.3%로 2009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분기 하락률을 기록했다고 코어로직은 설명했다.
2009년 3월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37만2,681달러로 바닥을 찍었었다.
6월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101만8,770달러로 연간 기준으로는 12.4% 올랐다.
지난 6월 집값이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은 1.9%의 오클랜드로 평균 집값은 144만5,624달러를 기록했다.
오클랜드의 집값은 2분기 동안 4.9%로 3개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다른 대도시 가운데 웰링턴, 타우랑가, 더니든의 6월 집값은 떨어졌고 크라이스트처치와 해밀턴의 집값은 올랐다.
특히 크라이스트처치는 지난달 2.6% 오르면서 연간으론 24.1% 급등하여 평균 집값은 78만3,216달러를 기록했다.
코어로직의 닉 구달(Nick Goodall) 조사수석은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이제 얼마나,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될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구달 수석은 “집값 하락이 주택 구매력 개선에 도움을 주겠지만 높은 모기지 금리와 강화된 대출 등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다시 내리기 시작할 때까지 앞으로 몇 달 간 주택 수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6년 만의 최고 수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에 여념이 없는 중앙은행은 이달까지 6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중앙은행은 지난 13일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2.0%에서 2.5%로 인상했다.
기준금리 2.5%는 2016년 3월 이후 6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중앙은행은 이로써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7년여 만에 처음 올린 것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6번의 정례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4월과 5월, 7월 각각 0.5%포인트씩 금리를 올렸다.
통상적인 기준금리 인상 폭의 두 배인 0.5%포인트 빅스텝 인상 폭은 지난 2000년 이후 22년 만이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는 작년 10월 사상 최저인 0.25%에서 1년도 안 돼 2.5%로 급등했다.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최대 고용을 지지하는 속도로 계속 긴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날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위원회 위원들이 5월 회의 때 나온 공격적인 정책금리 경로에 대체로 만족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발표된 금리 경로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올해 말께 3.5%까지 오르고 내년 중반에는 약 4%로 정점을 찍게 된다.
중앙은행이 6회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하는 등 매파적 행보를 보여주는 데에는 가파른 물가상승률이라는 배경이 자리한다.
뉴질랜드의 지난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분기 대비 6.9% 상승했다.
이는 30년 만의 최고치다.
중앙은행은 단기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고 중기적으론 경제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측은 성명에서 “통화 긴축을 지속하는 것이 적절하고 인플레이션을 목표 범위인 1~3%로 되돌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현재의 속도대로 통화 긴축 정책을 꾸려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은 오는 8월 17일 회의에서 또다시 금리 인상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