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월) 자정부터 뉴질랜드에서 ‘코비드19 경보 신호등 시스템(traffic light system)’이 폐지돼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팬데믹의 각종 제한 조치가 풀렸다.
이로써 작년 12월 경보 체계가 4단계 체제에서 3단계 ‘신호등 시스템(traffic light system)’으로 바뀐 뒤 9개월 만에, 그리고 팬데믹이 본격된 때로부터는 2년 반이 넘어서 국민들이 일상을 되찾았다.
기념비적인 날, 하지만 여전한 바이러스 공포
저신다 아던 총리는 마지막 코비드19 브리핑을 통해, 이날은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과 우리 삶, 그리고 미래에 대한 주도권을 찾은 이정표 같은 날이라고 말해 인류 앞에 놓였던 위기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아던 총리 발표 이틀 뒤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온라인 회견을 통해, ‘지난주 코비드 19 사망자가 2020년 3월 이후 최저였으며 전 세계가 이보다 팬데믹 종식에 가까웠던 적은 없다’고 밝혀 뉴질랜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팬데믹이 종식 수준에 들어서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같은 날 한국 보건 당국도 세계적으로 팬데믹 종식이 이어질 때 한국만 뒤처져서는 안 된다며, ‘코비드19 비상대응체계’에서 ‘일상적 대응체계’로 출구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근거 중 하나로 한국의 코비드19 치명률이 0.04%로 과거 2020년의 0.21%에 비해 1/50 수준으로 낮아진 점을 꼽았다.
하지만 아던 총리 발표 당일에도 직전 24시간에 1100명 넘는 신규 감염자가 보고되는 등 우리 주변에서 감염 사태는 여전하고 또한 새로운 변종으로 인한 재확산 위험 역시 상존해 전염병학자들은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사정에 따라 국내에서도 진료시설(doctor clinics)과 약국, 병원(hospitals) 그리고 요양원(rest homes) 등이 포함된 이른바 보건 관련 상황(health settings)에서는 계속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신규 감염자 7일 격리 시스템은 여전히 유지된다.
이처럼 코비드19 제한 조치들이 대부분 해제되면서 앞으로는 마치 매년 닥치는 독감 같은 질병으로 관리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느끼는 공포는 여전하다.
이렇게 상황이 호전된 데는 무엇보다도 백신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데, 하지만 지난 9월 20일(화)에는 작년 말 사망한 한 20대 청년의 사인이 공식 발표되면서 백신의 안전성을 놓고 다시 한번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렸다.
▲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한 고 ‘로리 제임스 네언’
더니든 출신 배관공(plumber)인 로리 제임스 네언(Rory James Nairn, 사망 당시 26세)은 작년 11월 5일(금) 이름 공개가 불허된 더니든 약국에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그의 사망 이후 열린 법정 심리 과정에서는, 그가 접종을 망설였지만 올 3월 예정된 약혼녀인 애슐리 윌슨(Ashleigh Wilson)과의 결혼식에 정부 제한 조치로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해 접종받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국민에게 1, 2차는 물론 3차 부스터 접종까지 활발히 진행되던 당시까지도 그가 1차 접종을 미뤘던 것으로 미뤄볼 때 그는 접종에 대해 어느 정도 불안감이나 거부감을 가졌던 것으로 짐작되는데, 또한 그는 접종 당시 부작용에 대한 언급을 따로 전달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접종받은 이후 몇 시간 뒤인 당일 저녁에 네언은 ‘심장이 규칙적으로 두근거리는 증상(heart palpitations regularly)’을 느꼈지만 통증은 없어 별다른 의료 지원은 받지 않았으며, 또한 약혼녀는 당시 자신들이 수리 중인 집을 직전에 구입했고 또 결혼도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후 벌어질 엄청난 사태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넘어갔는데, 하지만 접종 12일째인 11월 16일(화) 밤에 네언은 두통과 팔꿈치 통증을 비롯해 심장에 다시 같은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전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악화되었고 네언은 이튿날 이른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 결국 함께 살던 약혼녀와 함께 새벽 3시경 응급실로 가기로 했다.
그는 병원 출발 몇 분 전에 화장실에 갔다가 그곳에서 쓰러졌는데, 누군가 바닥에 쓰러지는 ‘쿵’ 소리를 들은 약혼녀가 급히 달려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네언의 몸이 완전히 문을 막는 바람에 열 수 없었다.
밖에서 그를 불러도 별 반응이 없자 구급차를 호출했는데 도착한 구급대원이 45분간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새벽 4시 30분 무렵 네언은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 화이자 백신
국내 처음으로 백신 부작용에 따른 심근염 사망 인정
그의 사망 이후 사인을 놓고 논란이 일기 시작했는데 네언은 사망 직전까지 별다른 질환도 없이 건강했으며 럭비를 즐기던 전형적인 키위 젊은이였는데, 8월 말부터 더니든 고등법원에서 사인을 놓고 ‘검시관 심리(coronial inquest)’가 시작됐다.
검시관 심리는 누가 그를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에 대한 법적 책임 여부는 따지지 않고 단순히 사인 등 사망에 이르도록 만든 사실만 조사하는 사법적 절차이다.
이 자리에는 약혼녀를 비롯해 당시 접종했던 약국 관계자 등 주변 인물들과 함께 부검을 통해 사인을 조사한 병리 전문가인 노엘린 훙(Noelyn Hung) 오타고대학 교수 등이 참가했다.
그가 사망하던 당시 국내에서는 정부의 백신 의무화 정책을 두고 일부가 격렬하게 반대하던 중이었는데, 그가 사망한 직후 약혼녀는 네언이 접종받기 전에 가슴 통증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이는 당시 백신 연관성과 관련돼 무차별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쏟아지는 글을 막고자 했던 거짓말이었음이 나중에 검시관과 대화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이들 커플은 14살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법정에 네언의 사진들과 미리 준비했던 결혼반지, 그리고 네언 사후에 본을 뜬 그의 양손 석고 형상을 전시한 약혼녀는, 당시 백신을 맞기로 한 결정이 인생 최악의 결정이었다면서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사라졌다면서 오열했다.
이후 9월 20일(화)에 국내 언론에는, 네언의 ‘사망 원인은 백신의 희귀한 부작용에 의한 급성 심근염(died of acute myocarditis - a known but rare side-effect)’이며 ‘정황상 다른 원인은 없었다(no other cause for the condition)’는 병리 전문가 결론을 검시관이 받아들였다는 보도가 일제히 실렸다.
사인을 두고 검시관은 당시 그의 건강 상태 검토 및 주변 인물 인터뷰와 더불어 병리 전문가의 부검 조사도 실시했으며 훙 박사는 심근 조직 등에서 샘플을 채취해 사인 규명에 나섰다.
우선 독성 분석에서는 카페인과 ‘니코틴 대사산물(metabolite of nicotine)’만 발견됐으며 알코올이나 대마초, 합성 대마초 또는 다른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또한 심장 근육과 외벽 검사에서 심근염과 심낭염이 나타난 가운데 심장에 대한 집중 병리 검사에서 이른바 심근염의 ‘배제 진단(diagnosis by exclusion)’이 내려졌다.
훙 박사는 심장 조직에서 코비드19 백신을 보여주는 시험은 없었지만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또는 곰팡이 징후가 없었기 때문에 ‘류머티즘열(rheumatic fever)’이나 감염 등 다른 질병에 의한 사망을 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폐와 신장, 간을 포함한 다른 신체 조직 현미경 검사에서도 사망에 영향을 준 다른 감염이나 이유를 발견하지 못해 직접 사인이 백신 관련 급성 심근염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검시관은 병리학자의 결론을 받아들인 셈이다.
▲ 한국 질병 관리청의 심근염/심낭염 안내문
드문 질환 ‘심근염’은 어떤 질병?
심근염은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비교적 보기 드문 순환기계 질환으로 뉴질랜드에서는 매년 약 95명 환자가 입원하고 조기 발견 시 대부분 완쾌된다.
주된 원인은 바이러스와 같은 원인균의 세포 내 직접 침입으로 인한 심장 근육 괴사, 또는 알코올이나 화학물질로 인체 내 면역계에서 생성된 세포 독성 물질이 심근 조직을 파괴하는 경우와 함께 면역학적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젊은 층의 심근염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인데, 심근염은 흔히 발생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심장 근육과 박동을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증상이 저절로 없어지기도 하지만 심장에 지속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미국 심장학회(AHA)는 매년 인구 10만 명당 약 10~20명이 심근염 진단을 받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코비드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인 2021년부터 화이자 백신처럼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반 백신을 접종받은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심근염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각국에서 잇달아 나오기 시작했다.
심근염의 최초 증상은 열, 피로, 근육통, 구토, 설사와 같은 감기 증상이며 드물게 활력 징후가 변화하고 심장이 피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울혈성 심부전이나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설명할 수 없는 울혈성 심부전은 심근염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전체 환자의 12% 정도가 흉통을 경험하는데 심근염은 원인이 다양한 만큼 이번 네언의 경우처럼 다른 질환 발병 가능성을 배제한 후 진단을 내린다.
또한 주된 치료 방법은 대증 치료로 침상에서의 안정이 중요하므로 입원 치료가 원칙인데, 급성으로 진행하면 매우 위험하고 인공호흡기, 심폐외기 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때로는 심장 이식까지도 고려되는데 항바이러스제 치료와 고용량 감마 글로부린(gamma globulin, IVIG) 치료도 시도하며 심근염으로 울혈성 심부전이 생기면 이뇨제, 강심제, 항혈액응고제 등을 투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미국 뉴욕주 보건당국의 한글판 안내문
속속 진행 중인 코비드-19 백신 부작용 연구
지난 8월 초에는 코비드 19 감염으로 인한 심장 근육 세포의 손상 기전을 다룬 연구 결과가 미국 심장학회의 ‘2022 기초 심혈관 과학 세션’에서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코비드 19 입원 환자 최대 62%가 심장 근육 손상을 경험하며 실험 결과 코비드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간 면역 체계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TLR4’ 신호 경로를 활성화하면서 이 경로를 통해 심장 기능 이상과 심근 세포의 염증, 심장벽의 비후성 변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는데, 연구진은 후속 연구로 스파이크 단백질이 어떻게 심장에 염증을 일으키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네언 사건 검시의 결과가 나오기 전인 9월 7일(수)에는, 이스라엘 하다사 대학병원 연구팀이 화이자 백신 추가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접종 후 심근염이 여전히 드물게 발생하지만 젊은 남성에서 발생 위험이 가장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심장학회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작년 7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이스라엘에서 화이자 백신 추가접종을 받은 394만 명에 대해 보고된 심근염 사례를 분석했는데, 백신 접종 후 30일간 관찰 결과 3차 접종을 받은 지 30일 이내 발생한 35건을 포함해 심근염 사례 91건이 보고됐다.
그중 28건이 심근염으로 최종 판정을 받았는데 그중 18건(64%)은 추가 접종 7일 이내 발생했으며 이들 환자 28명은 모두 경증으로 병원에 입원 후 평균 3.5일 이내 회복했으며 또한 여성보다 남성의 발병률이 약 9배 더 높았다.
연령대는 16~19세 남성 발병률이 10만 명당 6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20~24세 남성이 5.21명, 30~39세 남성이 1.81명, 25~29세 남성이 0.79명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심근염 발생 위험은 접종 차수가 늘면서 유의미하게 감소했는데, 연구팀은 이전 심근염이 발생했던 사람은 추가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백신 접종 간격이 길어지면서 발병 위험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코비드19 백신과 관련된 병태생리학적 기전과 젊은 남성이 심근염에 걸리기 쉬운 원인을 더 잘 설명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한편 9월 21일(수)에는 한국에서도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심근염 발생 사례에 대해 한 대학병원과 함께 연구에 착수한다는 보건 당국 발표가 나왔는데, 이미 또 다른 부작용인 심낭염(심장을 둘러싼 얇은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에 대해서는 지난 5월에 방역 당국이 화이자•모더나 백신 등 mRNA 백신 부작용으로 이를 공식 인정했으며 당시까지 확인된 피해 사례는 192건이었다.
▲ 한국 ‘컨슈머인사이트’가 20~79세 한국 접종자 1만 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비드19 백신 부작용 설문조사 결과
NZ에서 3건 발생 가능성, 8건 추가 조사 중
지난 8월 31일 나온 뉴질랜드 의약품 안전기관인 ‘메드세이프(MedSafe)’ 보고서를 보면,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화이자 백신이 유발한 심근염으로 3명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중 네언의 사인이 이번에 공식 확인됐고 나머지 2명은 검시관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또 다른 8건은 아직 조사 중이다.
한편 이번 검시의 보고서에서는 네언의 사망을 방지할 수 있었는지 여부와 함께 또 다른 사망자를 막기 위한 권장 사항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며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심근염과 심낭염은 화이자 백신의 드문 부작용으로 뉴질랜드에서는 접종 10만 건당 3건꼴인 0.003% 정도 발병률을 보였는데, ‘심장 재단(Heart Foundation)’에서는 심근염은 대부분 경증으로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며 심근염 발생 위험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에서 훨씬 더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8월 22일에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13세 이상 영국 인구 4300만 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백신 미접종 감염자의 심근염 발생 위험이 접종자보다 10배 이상 높았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4300만 명 중 심근염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한 사람은 0.007%인 2861명으로 집계했는데, 그중 617명이 백신 접종 후 1~28일 사이에 심근염이 발생했으며 514명이 입원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분석한 결과 접종 전 코비드-19에 감염된 후 1~28일 이내 심근염에 걸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11배나 높았으며, 또한 백신을 1차라도 맞은 경우 심근염 발생 가능성은 절반으로 감소했다면서, 심근염 발생 자체가 드물고 백신 접종 후 심근염 발병도 드물다는 사실을 대중들이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