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는 부동산에 대한 유별난 집착 등으로 주식투자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들에 뒤쳐져 왔다. 하지만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늘기 시작한 주식투자 인구는 올해 들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투자 신뢰도도 최근 몇 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 뉴질랜드 주식시장은 미국, 호주 등 주요국들과 달리 하락했고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예금 줄고 주식투자 늘어
금융시장관리국(FMA)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72%로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작년의 66%보다도 6%포인트 높은 수치이다.
신뢰도는 가구소득 15만~20만달러 가구원, 풀타임 직업인, 남성 응답자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지난 3년 동안 정기예금을 보유한 투자자는 34%에서 28%로 감소한 반면에 주식투자는 17%에서 21%로 증가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로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 예금금리가 제로 이하로 떨어지면서 은행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쫓아 주식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관리국은 주식투자의 증가는 온라인 매매 증가와 맥을 같이 한다며 주식투자 응답자의 60%는 셰어시스(Sharesies), 인베스트나우(InvestNow), 해치(Hatch) 등 온라인 주식매매 플랫폼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주식매수에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사람들은 특히 25~39세 연령대, 풀타임 직업인, 연간 10만달러 이상의 개인소득자에서 많았다.
금융시장관리국은 그러한 투자자들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높고 지난 1년 동안 신뢰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 동안 응답자의 23%가 투자 활동을 늘리거나 새로운 투자를 했다고 답해 작년의 17%보다 증가했다.
투자 부문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주식매매가 43%로 가장 많았고 전문기관이 관리하는 펀드투자가 26%, 주거용 부동산 투자 19%, 그리고 가상화폐 투자 13%로 나타났다.
가상화폐는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집계된 투자 부문이다.
금융시장관리국 롭 에버렛(Rob Everett) 국장은 “온라인 주식매매 플랫폼들의 인기 증가는 환영하지만 초보 투자자들은 시장의 리스크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에버렛 국장은 “등락을 거듭하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는 그 리스크에 안정될 필요가 있다”며 “만약 재미나 취미삼아 투자하려 한다면 시작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온라인 주식매매 플랫폼들이 투자자들의 접근 방식이나 시장의 행동 방법 등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뉴질랜드 주식시장은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폭락만 제외하고 지난 10년 동안 랠리를 보였고 세계가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금리가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뉴질랜드 공인회계사 협회가 500명의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뉴질랜드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와 뉴질랜드 증권거래소 상장 기업들에 대한 신뢰도가 각각 86%로 코로나19 이전보다 높게 나타났다.
온라인 주식 투자자 올해 들어 더욱 증가
작년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온라인 주식매매 플랫폼 이용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더욱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주식매매 플랫폼 셰어시스에 올 상반기 신규로 가입한 투자자는 13만5,000명으로 2020년 한해 신규 가입자 19만5,000명에 비하면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7년 웰링턴에서 펀드 상품만으로 시작했던 셰어시스의 2019년 신규 가입자는 4만8,000명에 불과했다.
셰어시스의 소냐 윌리엄스(Sonya Williams) 공동 설립자는 “과거 사람들이 주식투자는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꺼려했다”며 “분명히 2020년의 성장이 분수령이 됐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공동 설립자는 셰어시스가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의 장애물로 인식했던 투자금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소 5달러만 있으면 셰어시스를 통해 뉴질랜드는 물론 호주, 미국 등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
그녀는 집값이 너무 올랐고 젊은이들이 주택시장에서 밀려 나면서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초기에는 셰어시스 가입자의 80%가 40세 이하였지만 현재 70%로 떨어졌다.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거의 절반씩이고 2만5,000개의 어린이 계좌도 가입돼 있다.
윌리엄스 공동 설립자는 “셰어시스를 통한 인기있는 투자는 개별 기업보다는 펀드에 대한 투자이다”며 “이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키위 웰스(Kiwi Wealth)가 소유한 해치 역시 가입자가 11만명을 넘어서며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11명이던 직원수는 현재 55명으로 늘었고 앞으로 70명까지 증원할 계획이다.
해치의 크리스틴 런맨(Kristen Lunman) 공동 설립자는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보다 주로 인덱스 펀드에 자금을 넣어 두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증시에 충격은 언제든지 올 수 있다”며 “하지만 그것이 투자자들의 투자 활동을 멈추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주식시장 상반기 저조
올해 들어 주식투자 인구는 늘었지만 뉴질랜드 주식시장은 주요국들과 달리 하락했다.
2020년을 13091.638으로 마감한 S&P/NZX50 지수는 지난 6월말 12654.605로 상반기에 3.34% 떨어졌다.
이웃 호주의 주가지수가 9% 이상 오르고 미국 증시가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인 것과 상반된다.
이는 지난 2월 들어 장기 채권 금리가 급격하게 올랐고 대규모 양적완화(QE)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배당주 위주의 뉴질랜드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크래그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Craigs Investment Partners)의 마크 리스터(Mark Lister) 조사수석은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로 투자자들이 배당주보다 성장주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리스터 조사수석은 “상반기 주가 하락은 뉴질랜드 경제가 악화됐기 때문이 아니다”며 “향후 뉴질랜드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해 낙관적이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 임박
투자자들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염두에 둬야 한다.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보다 크게 오르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분기 대비로 1.3%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는 0.8% 상승이었다.
2분기 CPI는 전년 동기 대비로 3.3% 상승해, 역시 예상치인 2.8% 상승을 웃돌았다.
이는 또한 2011년 2사분기의 5.3%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2010년 10월부터 부가가치세(GST) 세율이 12.5%에서 15%로 인상된 영향 때문으로, 이번 물가 상승은 사실상 2008년 3사분기의 5.1%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통계청은 신규 주택과 가솔린 가격이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에 맞선 재정•통화부양책이 뉴질랜드 경제를 과열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중앙은행이 목표 범위로 삼는 연간 물가상승률은 1~3%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빠르면 이달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은 지난달 14일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하면서 양적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취해왔던 채권 매입을 지난달 23일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지난해 초부터 18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해오다 이후 2억달러 정도로 매입 규모를 줄여왔었다.
중앙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위원들은 디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 등 주요 하방 리스크가 퇴조했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경제 여건이 예상했던 것보다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고 설명했다.
또 인플레이션과 고용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기존 문구를 삭제했다.
중앙은행의 이번 채권매입 중단은 금리 인상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8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76%로,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미 신흥국에서는 브라질과 러시아가 세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선진국에서도 캐나다가 테이퍼링(Tapering, 양적완화 축소)에 착수했다.
뉴질랜드 주식시장은 다른 나라 증시들보다 더욱 금리와 관련이 높다.
이는 뉴질랜드 주식시장이 유틸리티 주식 등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들로 많이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예금이자 이상의 수익률을 쫓아 주식 투자를 늘린다.
통화정책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일회성이 아닌 방향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많은 키위들도 투자하는 가상화폐
‘파이낸셜 서비스 카운슬(Financial Services Council)’이 지난 6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뉴질랜드인 5명 중 1명은 가상화폐에 투자한 적이 있거나 투자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뉴질랜드 가상화폐 플랫폼 비트프라임(Bitprime)의 로스 카터-브라운(Ross Carter-Brown) 대표는 그 수치는 조금 높고, 6~7%의 뉴질랜드인들이 현재 또는 과거에 가상화폐를 소유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6%만 잡더라도 30만명의 뉴질랜드인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얘기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의 종류는 거의 6,000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고 지금도 매일 새로운 가상화폐가 나오고 있다.
카터-브라운 대표는 비트프라임의 고객들은 18~92세의 연령대이고 60~70%는 남성이라고 밝혔다.
투자금액면에서는 주로 중년이 많고 투자자 수에서는 젊은층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는 투기적 특성과 불법적인 거래 때문에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9년 크라이스트처치에 기반을 둔 가상화폐 거래소 크립토피아(Cryptopia)에서 해커들에 의해 3,000만달러 가치의 가상화폐가 도난된 사건 이후 가상화폐 보관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도 부각됐다.
파이 펀드(PIE Funds)의 마이크 테일러(Mike Taylor) 대표는“가상화폐는 시장이 규제되고 정부가 지지한다면 이론적으로 기능을 하겠지만 현실은 다단계 금융투자 사기수법인 ‘폰지 스킴(ponzi scheme)’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카터-브라운 대표는 가상화폐 매매 플랫폼은 내무부의 감독을 받고 매매 이익은 세무당국에 세금을 내도록 돼있다고 반박했다.
오클랜드 대학의 알렉스 심스(Alex Sims) 부교수는 “뉴질랜드에서 전체적으로 재앙으로 증명된 부동산 투자보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하기를 개인적으로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