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도, 증권거래소 사이버 공격도 황소 장세를 꺾지는 못했다. 모든 장애물을 넘어 뉴질랜드 주가지수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주가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몇 일 동안 계속된 사이버 공격으로 뉴질랜드 증권거래소(NZX)에 대한 신뢰도에 커다란 타격을 입기도 했다.
코로나 여파와 사이버 공격에도 주가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
뉴질랜드 주식시장에서 지난 8월 28일은 드라마틱한 하루였다.
나흘 연속 NZX에 사이버 공격으로 오후 1시에야 온라인 매매가 이뤄졌던 주식시장은 2시까지 호주 주식시장 하락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밀렸다.
그러나 마지막 시간에 거래량이 폭발하면서 S&P/NZX 50 지수는 플러스 영역으로 반등하여 전 거래일보다 40.09포인트, 0.33% 오른 12,093.52로 마감했다.
이는 2월 21일 기록했던 12,073.34 이후, 6개월여 만에 역대 최고치를 넘어선 것이다.
이날 오후 동안에만 7,390만주, 2억7,838만달러가 거래됐다.
국가 봉쇄령 직전인 3월 23일 지수가 8,498.70까지 급락했을 때만 해도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5개월 만에 지수가 최고치를 갈아치우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S&P/NZX 50 지수는 사상 최고를 경신했지만 50개 기업 가운데 주가가 오른 기업은 14개에 불과했다.
공식적인 황소장
파이 펀드(Pie Funds)의 마이크 테일러(Mike Taylor) 회장은 “지수가 지난 2월의 전고점을 돌파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황소장(Bull Market)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기간의 상승장을 보였던 주식시장은 불과 한 달 동안의 짧은 곰 장세(Bear Market)를 거친 후 다시 황소장으로 진입한 셈이다.
곰 장세는 기술적으로 주가가 20% 이상 하락한 약세장을 일컫는다.
테일러 회장은 “많은 전문가들이 조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랠리가 멈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증시의 이같은 ‘V’ 자 회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코로나19 사태로 기술 혁신이 촉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앙은행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기존 1%에서 0.25%로, 0.75%포인트 파격 인하했다.
또한 정부도 재정정책을 동원해 막대한 유동성을 풀었다.
1%대로 떨어진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쫓는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으로 눈을 돌렸다.
대표적인 온라인 주식 매매 플랫폼인 셰어시스(Sharesies)에 전국적인 록다운 이후 9만5,000명이 가입해 총 21만명의 고객이 등록돼 있다.
이들은 매일 평균 2만5,000건, 1,000만달러의 주식 매매를 하고 있다.
테일러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상품 구매가 증가하고 언택트 시대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며 “이전 황소장과 새로운 황소장의 차이는 주도주가 이전처럼 광범위하지 않고 대형 기술주로 좁혀진 점이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의 활황은 뉴질랜드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뉴욕증시는 지난 2일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다우 지수가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29,000선을 넘어섰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12,000선을 돌파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증시 향방에 가장 큰 변수
테일러 회장은 “투자자들이 이제 2021년을 전망하고 있다”며 “앞으로 커다란 두 가지 변수는 미국 대선과 향후 코로나19 사태의 실제적인 전개 상황이다”고 말했다.
내년에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대한 희망이 있는데 효과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일상 생활에 대한 안도감과 확실성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테일러 회장은 “황소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상당 부분 중앙은행의 정책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 후반과 2000년대 중반에 경험했던 것처럼 황소장이 끝나는 시기는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뉴질랜드를 비롯한 각국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갑자기 거둬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테일러는 금리 상승이 시작하기 전까지 주식시장 활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이버 공격으로 주식시장 신뢰도에 큰 타격
주가지수는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5일 동안 계속된 사이버 공격으로 주식 거래의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NZX가 신뢰도에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사상 최악의 사이버 공격으로 평가되는 이번 해외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8월 25일 NZX는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겨 주식 거래를 1시간 동안 중단했다.
디도스 공격은 하루 뒤인 26일에도 벌어져 거래가 3시간 동안 멈춰 섰고, 27일에는 6시간가량 중단됐다.
디도스 공격은 공격자가 한 지점에서 서비스 거부 공격을 수행하는 형태를 넘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다수의 공격 지점에서 동시에 한 곳을 공격하도록 하는 형태의 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대규모의 인터넷 트래픽을 일으켜 서버를 마비시킨다.
당국은 해외에서 유입됐다는 것 외에 이번 디도스 공격의 배후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호주의 보안 전문가 카탈린 심파누(Catalin Cimpanu)는 보안업계의 소식통을 인용, 이번 사이버 공격의 배후에 ‘디도스 착취자들’이라는 집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집단은 ‘코지 베어(Cozy Bear)’라고 알려진 러시아 그룹을 모방하여 사이버 공격을 받기 싫으면 대가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NZX는 이런 요구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 답하지 않았다.
이번 디도스 공격은 국적 항공사인 에어 뉴질랜드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는 시즌에 벌어져 투자자들이 당황했다.
그랜트 로버트슨(Grant Robertson) 재무장관은 28일 언론 브리핑에서 “정부통신보안국(GCSB)이 NZX를 돕기 위해 소집됐다”며 “정부로서 우리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더 이상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이버 공격을 통해 전문가 사이에서 뉴질랜드 보안 시스템의 안전성을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 서비스 회사인 해밀턴 힌딘 그린(Hamilton Hindin Greene)의 제레미 설리번(Jeremy Sullivan) 투자 고문은 “몇 일 연속 답답함이 계속돼 업무에 엄청난 지장을 줬다”며 “다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기관 딜러들은 직접 대화를 통해 협상의 과정을 거쳐 거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NZX가 안고 있는 주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미국 등 해외의 대규모 기관들이 일정 부분 권한으로, 또 일정 부분 뉴질랜드 주식에 대해 알지 못해 뉴질랜드 주식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투자 전문가 마이크 대니얼(Mike Daniel)은 “NZX가 호주증권거래소(ASX)와 합병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