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지난 몇 달 동안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3-5월 전국적인 록다운 기간 동안 은행들은 일제히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5%까지 암울한 집값 하락을 전망했다. 그 논리는 합당해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아 회복하는데 수 년이 걸릴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전례없는 팬데믹으로 집값이 폭락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주택시장에 존재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집값은 지지됐으며, 이제 다음 주택 붐이 예상보다 1년 일찍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강세의 주택시장을 보이고 있다.
오클랜드 집값 사상 최고 경신
뉴질랜드부동산협회(REINZ)에 따르면 지난달 오클랜드 주택 중간가격은 95만5,000달러로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이는 2019년 9월의 84만8,000달러에 비해 연간 12.6%, 지난 8월의 94만9,500달러보다 월간 0.6% 상승한 것이다.
전국 주택 중간가격은 지난달 68만5,000달러로 1년 전 59만6,956달러에서 14.7%, 지난 8월의 67만5,000달러에 비해서는 1.5% 각각 올랐다.
9개 지역에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2개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두 자릿 수의 연간 상승률을 보였다.
총선 전에는 관망 심리가 확대되면서 주택 거래가 한산해지는 예전과 달리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오클랜드 주택 매매는 2,861건으로 월간 기준으로 52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이는 1년 전의 1,867건에 비해 53.2% 급증한 것으로 11년 만의 가장 높은 연간 증가세이다.
전국적으로 지난달 주택 매매량은 8,377건을 기록해 월간 기준으로 2017년 3월 이후 가장 많았고 9월로는 14년 만에 최고였으며 1년 전의 6,112건에 비해 37.1% 증가했다.
13개 지역에서 연간 주택 매매 증가율이 20% 이상을 기록했고 10개 지역은 30%를 넘겼다.
매매가 성사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32일로 2019년 9월의 36일보다 4일 줄었고 9월 기준으로는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오클랜드의 경우 1년 전 39일에서 36일로 줄면서 역시 4년 만에 가장 낮은 9월 기록을 나타냈다.
지난 9월 전체 주택 판매의 16.5%인 1,381채의 주택이 경매를 통해 이뤄져 1년 전 13.1%와 지난 8월의 15.9%보다 증가했다.
오클랜드에서는 주택 판매의 27.9%인 799채가 경매를 통해 팔려 기스본의 74.4%(29채)에 이어 전국에서 경매 판매 비중이 두 번째로 높았다.
시장에 나온 주택 매물은 1만7,576채로 작년 9월의 2만1,174채보다 17% 감소하면서 기록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오클랜드 주택 거래 큰 폭 증가
오클랜드 주택 매매의 약 3분의 1을 중개하는 바풋 앤드 톰슨(Barfoot & Thompson)의 실적에서도 오클랜드 주택시장의 활황을 엿볼 수 있다.
이 회사를 통해 지난달 판매된 오클랜드 주택은 1,099채로 올해 들어 최고의 월간 실적을 기록하면서 작년 9월의 771채에 비해 42.5%나 늘었다.
93만달러의 판매 중간가격과 99만6,945달러의 판매 평균가격 모두 사상 최고치였다.
이 회사의 피터 톰슨(Peter Thompson) 이사는 “지난 4개월 동안 크게 증가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거래량이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회사 코어로직(CoreLogic)의 주택가격지수(HPI)도 주택시장의 강세를 보여 준다.
코어로직의 9월 주택가격지수는 8월 대비 0.8% 상승했다.
광역 오클랜드의 9월 평균 주택가격은 107만8,326달러로 연간 7.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8월 대비 0.5% 오른 것으로 와이타케레가 1% 오른 86만4,000달러, 노스쇼어가 0.7% 오른 124만달러의 평균 주택가격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지난 9월은 주택 거래량과 가격이 유지 또는 상승하면서 주택시장의 회복력을 보여준 또 한번의 달이었다고 코어로직은 평가했다.
코어로직은 앞으로 실업률 증가를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요인은 초저금리와 매물 부족이라고 설명했다.
▲ 연동 주택가격 변화 (자료: 코어로직)
저금리가 집값 상승 원동력
뉴질랜드부동산협회 빈디 노웰(Bindi Norwell) 회장은 현재 주택시장 활황의 요인으로 저금리와 해외여행 불가 등으로 인한 가용 자금의 증가, 그리고 해외에서 살다가 귀국하는 뉴질랜드인들의 증가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저금리는 현재 주택뿐만 아니라 주식 등 다른 자산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원동력이다.
중앙은행은 시중은행들에 12월까지 마이너스 금리에 대비한 시스템을 갖출 것을 요청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부터 마이너스 금리가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ANZ은 내년 초반에 1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1.7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NZ은 1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2% 아래로 내려가면 변동금리와 2-5년 장기 고정 모기지 금리보다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웰 회장은 “국경 봉쇄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면서 100억달러로 추산되는 자금이 국내 시장에 투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방역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뉴질랜드에 귀국하는 키위들이 기거할 주택을 구하면서 주택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8월 뉴질랜드 시민권자의 유입은 유출보다 5,200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몇 달 간 현재 추세 변화 없을 듯
노웰 회장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구매자들의 불안 심리가 주택시장에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코어로직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사분기 주택 구매의 25%가 생애 첫집 구매자들에 의한 것으로 2006-07년 24%의 이전 최고치를 넘었다.
노웰 회장은 “현재 시점에서 앞으로 몇 달 동안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총선이 끝난 후 주택 거래량이 계속 증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웨스트팩(Westpac)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 집값이 3월에서 12월 사이에 7%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틀린 것으로 판명났다며 3.5% 상승으로 전망치를 변경했다.
웨스트팩은 3월에서 8월 사이에 집값이 실제 2.6% 상승했다며 그같이 수정했다.
웨스트팩은 내년에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하고 금리가 내려가면서 집값이 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