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뉴질랜드의 출생률이 지난 30년 동안 평균보다 한참 낮은 수준까지 하락하고 사망률도 덩달아 하락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와의 관련 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떤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 등에 대해 통계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매년 2월 하순 통계국에서 발표하는 당국에 보고된 전년도 출생 및 사망 신고 등의 통계를 이용해 작년 한 해 동안 인구 측면에서 뉴질랜드 사회가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대해 소개한다.
▲ 지역 체육 행사에 참가한 크라이스트처치 시민들
출생과 사망 모두 감소한 한 해
작년 한해 동안에는 모두 5만7573명의 신생아가 출생했던 반면 3만26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신고돼 두 지표를 감안한 인구의 자연증가는 2만4960명이었다.
이 중 출생자 숫자는 2019년보다 3.5%인 2064명이 감소했으며 사망자 역시 전년보다 5%인 1647명이 줄어들었다.
한편 작년에 신생아들을 출산했던 여성들의 나이를 몇개 연령별로 구분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금년에도 역시 엄마가 된 여성들 나이가 이전보다 더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른바‘연령별 출산율(age-specific fertility)’에 나타나는데, 연령별 출산율은 <산모의 연령 출생아수 / 당해 연령의 여성인구 X 1000>의 공식으로 산출한다.
즉 해당 연령대의 여성 1000명이 낳은 신생아 숫자라고 보면 되며, 이는 그 나라의 출산력 수준을 파악하는 대표적인 지표인데 작년 국내의 ‘연령별 출산율’은 아래와 같다.
15~19세: 12.2명(12.9명, 이하 2019년)
20~24세: 48.8명(52.6명)
25~29세: 83.9명(91.6명)
30~34세: 104.1명(113.6명)
35~39세: 60.7명(65.8명)
40~44세: 13.4명(14.9명)
위 수치들을 보면 2019년에 비해 전 연령대에서 출산율이 상당 폭으로 내려갔으며 특히 25~29세와 30~34세 연령대에서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산율 감소폭도 더 컸던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재작년의 상황과는 한결 달라진 것인데 지난 2018년도와 비교했던 2019년도의 연령대별 출산율은 아래와 같았었다.
15~19세: 12.9명(13.4명, 이하 2018년)
20~24세: 52.6명(53.4명)
25~29세: 91.6명(91.5명)
30~34세: 113.6명(111.8명)
35~39세: 65.8명(64.4명)
40~44세: 14.9명(14.0명)
즉 이를 보면 2019년에는 2018년에 비해 15~19세와 20~24세에서는 출산율이 내려갔고 25~29세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30세 이상 3개 연령대에서는 오히려 모두 출산율이 그 전년에 비해 조금씩 올라갔었다.
반면 이달에 공개된 금년 통계에서는 모든 연령대에서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이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나타났음을 비교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여성들의 출산율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는 작년 출산율과 이보다 10년 전인 2010년의 연령대별 출산율을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5~19세: 12.2명(29.0명, 이하 2010년)
20~24세: 48.8명(78.9명)
25~29세: 83.9명(112.7명)
30~34세: 104.1명(126.5명)
35~39세: 60.7명(70.7명)
40~44세: 13.4명(15.2명)
이를 보면 지난 10년 사이에 15~19세는 절반 이상, 그리고 20~24세도 40%나 출산율이 떨어졌다.
또한 위 자료를 보면 출산 여성들의 나이대가 계속 늦어지고 있음도 확인되는데, 지난 1962년부터 작년까지 현황이 기록된 아래의 ‘연도별 연령대별 출산율 도표’를 보면 한눈에 이런 추세를 알아볼 수 있다.
그래프의 왼쪽 처음부터 압도적으로 높았던 20~29세 사이 여성들의 출산율은 해가 갈수록 낮아지는 모습인 반면 그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들의 출산이 늘어나기 시작해 최근에는 30~34세 연령대가 출산의 주력 연령대임을 보여준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 2002년에 25~29세 여성 출산율이 105.32명을 기록한 반면 30~34세 여성들이 109.87명을 기록하면서 두 연령대의 출산율이 처음으로 역전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여성들이 이전보다 점점 늦게 결혼하는 데다가 또한 처음 자녀를 갖는 연령 역시 점점 더 늦어지면서, 이제는 30~34세 연령대에서 첫 아이를 낳거나 또는 둘째 이후 자녀도 갖는다는 현실을 알 수 있게 한다.
▲ 연도별 연령대별 출산율 도표
30년 연평균보다 크게 떨어진 합계 출산률
한편 작년 인구의 출생과 사망률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합계 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TFR)’의 큰 폭 하락이었다.
합계 출산율은 출산 가능한 여성들이 평생 동안 평균 몇 명의 자녀를 갖는가를 보여주는 수치로 연령별 출산율의 총합인데, 이 역시 해당 국가의 출산력 수준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이다.
작년 합계 출산율인 1.61명은 작년의 1.72명에 비해 떨어진 것은 물론 지난 30년간의 평균인 1.97명보다도 한참 낮았다.
국내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 1980년부터 2012년까지는 평균 2.02명으로 꽤 안정적인 모습이었는데, 이 기간 중 1998년과 2002년에 1.89명을 기록했고 2008년에는 2.19명을 기록하는 등 일정한 범위에서 다양한 변화를 보였었다.
그러나 2013년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이며 2016년 이후에는 1.9명 미만으로 하락한 뒤 하락 움직임이 작년까지 줄곧 이어지고 있다.
뉴질랜드의 합계 출산율은 한 세기 전인 지난 1920년대에는 2.6명에서 3.8명선을 유지했다가 1930년대에는 2.3명에서 2.6명 사이에서 움직였었다.
그런데 대공황 당시 한때 증가했던 합계 출산율은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에 3.1명으로 크게 늘기 시작한 후 1950년대 후반까지는 약간씩 변동을 보이면서도 계속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져 1957년에 4.03명으로 처음으로 4명대를 기록한 후 1961년에는 4.31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이후 1963년까지도 계속 4명대 이상을 유지했다.
이는 결국 이 당시에 발생한 베이비 붐으로 전체 인구가 많이 증가했음을 의미하는데, 합계 출산율은 이후 20년 동안 점차 하락하기 시작해 결국 1972년에는 마지막으로 3명대를 기록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 하락세를 보이던 합계 출산율은 이민자 유입 없이 자연증가분만으로 자체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저선인 2.1명선을 한동안 오르내렸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모습이다.
참고로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신생아가 100만명 이상을 기록했던 1970년에는 4.53명에 달했으며 계속 떨어지는 추세이기는 했지만 1983년까지는 그레도 2.0명 이상대를 유지하면서 신생아도 80만명대를 지켰다.
그러나 이후 60만명대로 떨어졌던 신생아 숫자가 잠깐 70만명대로 회복됐던 1991년과 그 이듬해 잠시 1.7명대를 기록한 것 외에는 2010년대까지 줄곧 1.0명대를 향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2017년 신생아가 처음 30만명대로 줄고 이듬해인 2018년에는 0.977명으로 사상 처음 1.0명 이하가 되면서 당시 지구상 168개 국가들 중 유일하게 합계 출산율이 0명대인 것으로 나타나 한국사회에 인구 감소에 대한 커다란 우려를 안긴 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에는 이보다 더 떨어진 0.918명으로 집계돼 이러다가는 언젠가는 한민족이 지구상에서 아예 사라지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 1921년 이후 연도별 합계 출산율
산모들의 나이도 갈수록 많아져
작년에 아이를 출산한 여성들의 ‘중간연령(median age, 출산 여성 중 절반은 중간연령보다 나이가 많고 나머지 절반은 나이가 젊다)’은 30.8세였으며 이 역시 그 전년보다 0.1세가 또다시 많아졌다.
지난 1970년대에 25세 내외였던 산모 중간연령은 2002년에 30.1세로 처음으로 30대 나이대로 올라선 후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29.9세를 기록했던 2번을 제외하고는 작년까지 줄곧 30세를 넘기고 있다.
또한 작년에 생애 첫 번째로 아기를 출산한 여성들 중 30세 이상 여성이 차지한 비중은 46%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2% 포인트가 높아졌고 이 비율 역시 지난 40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지난 1980년에는 그 해에 첫 아기를 낳은 전체 여성의 13%만이 30세 이상이었는데, 이에 비해 20년 뒤인 2000년에는 비율이 38%까지 크게 오르면서 지금까지 계속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생애 첫 번째 출산뿐만 아니라 두 번째 이후 자녀인 경우에도 동일한데, 1969년에 아기를 낳은 전체 산모들 중 30세 이상은 이 비율이 21%에 불과했었지만 1999년에는 47%로 크게 높아졌다.
한편 작년에는 첫 아이를 출산한 산모들 중 40세 이상이 3%였는데 20년 전인 2000년에는 이 비율이 2%였었다.
이는 둘째 아이 이후의 출산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 작년에 이에 해당하는 신생아의 절반이 넘는 56%의 엄마가 30세 이상이었으며 또 4%는 40세 이상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여성들이 갈수록 결혼도 늦고 또한 출산 역시 첫 아기는 물론 둘째 이후도 늦게 낳고 있으며 또한 관련된 다른 자료들을 보면 자녀 숫자 자체가 이전보다 크게 감소하는 추세임을 통계가 뒷받침해주고 있다.
▲ 1962년 이후 출산 여성의 중간연령
출산율 높았던 기스본과 노스랜드
이번 자료에서는 지난 2018년의 지역별 합계 출산율도 집계됐는데, 이에 따르면 기스본과 노스랜드 양 지역이 모두 2.3명으로 나타나 2018년의 1.75명이나 작년의 전국 평균 1.61명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이 자료는 2018년 6월 기준으로 전국의 16개 지역에 거주하는 추정 여성 인구와 함께 2017~2019년에 출생이 신고된 신생아들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기스본과 노스랜드는 출산 여성들 나이도 상대적으로 젊었는데, 2017~2019년 이 지역 산모들의 중간연령은 30세에 못 미친 각각 28.4세와 28.9세로 나타났으며, 이는 결국 이후에도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신생아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에 반해 오타고와 웰링턴은 합계 출산율이 각각 1.4명과 1.5명으로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 했으며 산모들 중간연령 역시 양 지역 모두 31.4세로 평균보다 높은 국내 최고였다.
이처럼 이들 지역의 합계 출산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가임기 여성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많다는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통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2018년 기준 지역별 합계 출산율
코로나19로 사망자 전년보다 감소
국내에서는 기대수명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인구 증가와 더불어 대부분의 자연사를 차지하는 노년층의 인구 증가로 인해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사망률도 함께 높아지는 추세를 보여왔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지난 2019년에는 사망 신고가 3만4260명이었으며 이는 그 전년보다 1035명이 증가한 것이었다.
그러나 때때로 인구 증가 및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감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작년의 경우 그 전해보다 1647명이 줄어든 3만2613 명의 사망이 신고됐다.
통계 전문가들은, 재택근무 증가와 더불어 육상 및 국내외 항공 여행이 제한됐고 직장들이 한때 폐쇄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 등이 그 배경에 자리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예년에는 4~9월 동절기의 사망자가 10~3월의 따듯한 계절에 비해 많았지만 작년에는 양 기간의 사망자 비율이 1만6499명 대 1만6164명으로 엇비슷했던 상황에서도 추정이 가능한데, 실제로 작년 4~9월 사망자는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848명이나 줄었다.
한편 사망률이 떨어지고 기대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사망률은 점점 더 노년층에 집중되고 있는데, 작년 사망자들의 중간연령은 남자 78세 그리고 여자는 83세였으며 이는 2019년과 남녀 공히 같았다.
사망자 중간연령은 지난 1948 년에는 남자가 67세 그리고 여자는 68세로 특히 성별에 따른 차이가 별로 없었는데, 그로부터 52년 뒤인 1980년에는 각각 70세와 76세로 올라가면서 성별 격차가 지금과 비슷한 정도로 벌어졌다.
또한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중간연령 역시 그 이전보다는 남녀 모두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작년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80세 이상
한편 지난 2018~2020년 사망률만을 기준으로 삼아 분석한 이른바 ‘간이생명표(abridged period life table)’에 따르면, 작년에 태어난 신생아의 ‘기대수명(life expectancy)’은 남아는 평균 80.3세 그리고 여아는 83.9세로 나타났다.
만약 사망률이 지금보다 더 감소한다면 기대수명은 더 높아질 수도 있게 돼 이들이 65세일 때 잔여 기대수명은 남성은 19.6세 그리고 여성은 21.9세인 것으로 각각 분석됐다.
이번 결과는 2018년 기준 인구 추정치를 사용해 도출돼 2013년 인구 추정치를 기반으로 한 이전 간이생명표 결과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는데, 주요 인종 그룹들의 생명표를 포함해 2017~2019년 전체 간이생명표는 내년 후반에 발표되며 이때 사망률과 생존 추이에 대한 보다 전반적인 정보가 제공될 예정이다.
▲ 1952년 이후 연도별 영아사망률
영아 사망률 1,000 명당 4.0 명
작년에 국내에서 228명의 1세 미만 영아가 숨졌는데 신생아 1000명당 비율로 따지는 ‘영아 사망률(infant mortality)’은 4.0명으로 그 전년의 5.1명 보다 감소했다.
1940년대 36.9명이나 됐던 영아 사망률은 1963년 19.6명으로 처음으로 20명 미만으로 떨어진 후 1970년의 16.8명을 거쳐 2000년에는 6.1명 등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는 추세이다.
World Bank Group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평균 세계 영아 사망률은 28.2명이며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시에라리온이 81명으로 가장 높았고 아이슬란드와 핀란드, 스웨던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과 일본, 싱가포르 등이 2명으로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다.
이웃 호주는 한국과 같이 3명이었으며, 뉴질랜드는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과 같은 4명으로 나타난 가운데 미국은 6명이었고 중국이 7명 그리고 북한은 13명으로 나타났다.
영아 사망률은 국민들의 삶과 보건 수준이 향상되면서 함께 낮아지기 때문에 그 나라의 국민보건 상태를 측정하는 지표로 널리 사용된다.
한편 통계 모집단 절대숫자가 작은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2012년 4.18명이었다가 2014년 5.71명으로 올라간 뒤 다음해 4.13명으로 다시 감소한 데 이어 2016~2018년 연속 3명대에서 2018년에 다시 4.48명으로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 속에 3~4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