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뉴질랜드에서는 모두 6만여 명 가까운 신생아들이 출생한 반면 3만4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 19일에 뉴질랜드 통계국이 작년에 국내에서 이뤄진 출생과 사망신고 통계자료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이번 호에서는 공개된 자료들을 분석해 뉴질랜드 사회에서 출생과 사망이라는 사회적 현상이 현재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성별이나 연령별 그리고 지역별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소개한다.
갈수록 늦어지는 여성들의 출산 연령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이뤄진 출생신고는 모두 5만9637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8년에 비해 2.8%인 1617명이 증가한 것이다.
신생아들을 출산했던 여성들의 나이를 몇개 연령별로 구분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갈수록 엄마가 되는 여성들의 나이가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른바 ‘연령별 출산율(age-specific fertility)’을 비교하면 나타나는데, 연령별 출산율은 <산모의 연령 출생아수/당해 연령의 여성인구 X 1000>의 공식으로 산출한다. 즉 해당 연령대의 여성 1000명이 낳은 아이들 숫자라고 보면 되는데 작년의 연령별 출산율은 아래와 같다.
15~19세: 12.9명(13.4명, 이하 2018년)
20~24세: 52.6명(53.4명)
25~29세: 91.6명(91.5명)
30~34세: 113.6명(111.8명)
35~39세: 65.8명(64.4명)
40~44세: 14.9명(14.0명)
숫자를 보면 2018년에 비해 15~19세와 20~24세에서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출산율이 내려갔으며 25~29세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반면 30세 이상에서는 모든 연령대에서 연령별 출산율이 전년에 비해 올라간 모습이 확인된다.
1962년부터 작년까지 현황이 기록된 아래의 ‘각 연도별 연령별 출산율 도표’를 보면 압도적으로 높았던 20~29세 사이 여성들의 출산율이 해가 바뀔수록 낮아진 반면 그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들의 출산이 늘어나기 시작해 최근에는 30~34세 연령대가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 2002년에 25~29세 여성 출산율이 105.32명를 기록한 반면 30~34세 여성들이 109.87명의 연령별 출산율을 기록하면서 두 연령대의 출산율이 처음 역전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여성들이 이전보다 늦게 결혼하면서 아이를 갖는 연령 역시 점점 더 늦어져 이제는 30~34세 연령대가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이에 따라 작년에 태어난 아기 10명 중 8명은 엄마의 나이가 25세에서 39세 사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 1962년 이후 연도별 연령별 출산율
인구 유지에 한참 못 미치는 출산율
한편 출산 가능한 여성들이 평생 동안 평균 몇 명의 자녀를 갖는가를 보여주는 이른바 ‘합계 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TFR)’은 작년에 1.75명으로 그 전년의 1.74명보다 약간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1998년의 1.89명은 물론 2016년의 1.9명에 비해서도 더 낮아진 것으로 비록 한해 전에 비해서는 조금 올라갔지만 합계 출산율이 시간이 갈수록 계속해서 내려가는 추세라는 점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뉴질랜드 여성들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 1920년대에는 2.6명에서 3.8명선을 유지했다가 1930년대에는 2.3명에서 2.6명 사이로 움직였다.
그런데 대공황 당시 증가했던 합계 출산율은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에 3.1명으로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후 1950년대 후반까지는 약간씩의 변동을 보이면서도 계속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져 1957년에 4.03명으로 4명대를 처음 기록한 후 1961년 4.31명으로 최고를 기록했으며 1963년까지도 4명대 이상을 유지했다.
이는 결국 이 당시에 베이비 붐으로 인구가 많이 증가했음을 의미하는데, 합계 출산율은 이후 점차 하락하기 시작해 결국 1972년에는 마지막으로 3명대를 기록했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 하락세를 보이던 합계 출산율은 이민자 유입 없이 자연증가만으로 인구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2.1명선을 한동안 오르내렸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모습이다.
참고로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 2018년에 0.98명으로 사상 처음 1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한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는데, 이 같은 수치는 2019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1921년 이후 연도별 합계 출산율
첫번째 아기 낳은 산모 중 44%가 30세 이상
한편 작년에 아이를 낳은 여성의‘중간연령(median age, 출산 여성 중 절반은 중간연령보다 나이가 많고 나머지 절반은 나이가 젊다)’은 30.7세였다.
지난 1970년대에 25세 내외였던 이 중간연령은 2002년에 30.1세로 처음 30대로 올라선 후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29.9세를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줄곧 30세를 넘기고 있다.
또한 작년에 생애 첫 번째로 아기를 출산한 여성들 중 30세 이상 여성이 차지한 비중은 44%에 달했는데, 이 비율 역시 지난 40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지난 1980년에는 그 해에 첫 아기를 낳은 전체 여성의 13%만이 30세 이상이었는데 1999년에 그 비율이 36%까지 오른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여성의 생애 첫 번째 출산 뿐만 아니라 두 번째 이후의 아기를 낳는 경우에도 나타나는데, 1969년에 아기를 낳은 전체 산모들 중 30세 이상은 21%에 불과했지만 1999년에는 이 비율이 47%로 크게 높아졌다.
결국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듯, 여성들이 갈수록 결혼을 늦게 하며 또한 출산 역시 첫 아기는 물론 둘째 이후도 늦게 낳고 있고 나아가 낳아 기르는 자녀 숫자 자체가 전보다 감소했다는 사실을 통계가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 1962년 이후 출산 여성의 중간연령
남섬 주민이 북섬보다 오래 산다?
한편 작년 한 해 동안에 국내에서 이뤄진 사망신고는 모두 3만4260명이었는데 이는 그 전년보다 1035명이 증가한 것이다.
‘기대수명(life expectancy)’이 연장되고 있음에도 연간 사망신고 역시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는 전체 인구가 늘어난 데다가 노령화로 인해 나이가 많은 인구 역시 증가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사망신고된 이들 중 이보다 절반은 나이가 많으며 절반은 나이가 적은 것을 나타내는 이른바 ‘중간연령(median age)’은 남자의 경우 78세였으며 여성은 83세였다.
70년 전인 지난 1949년에는 이 ‘중간연령’이 남녀가 각각 67세와 69세로 특히 성별에 따른 차이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는데, 이후 40년 전인 1979년에 각각 70세와 75세가 되면서 성별 나이 차이가 지금과 같아졌다.
또한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의‘중간연령’역시 그 이전보다는 남녀 모두 조금씩 늘어났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남섬과 북섬의 중간연령을 비교해보면, 남성의 경우 79세 대 78세, 그리고 여성 역시 84세 대 83세로 남녀 모두 남섬이 한 살씩 더 많았다는 점이다.
특히 남섬의 넬슨 지역은 중간연령이 남자는 81세 여자는 86세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았고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는 사실이 자료로 확인됐다.
이 부문에서 전국 평균보다 높았던 곳은 말버러, 오타고, 캔터베리, 그리고 타라나키와 웰링턴 지역이었는데, 주의할 점은 해당 자료는 사망자가 일생 동안 주로 살았던 지역이 아닌 사망신고가 이뤄진 지역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지역별 중간연령이 달리 나타나는 데는 그 지역의 연령대별 인구 구성이나 출신 민족, 그리고 금연율이나 비만, 그리고 환경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들이 작용한다.
예를 들어 사망자들의 중간연령이 가장 높았던 넬슨의 경우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를 차지하지만 전국 평균은 16%로 당연히 넬슨에서 사망신고가 된 이의 나이는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한편 해당 나이 인구 1000명당 사망자를 따지는 이른바 ‘연령별 사망률(age-specific death rates)’을 보면 모든 연령대에서 30년 전보다는 그 비율이 낮아졌다.
그러나 한 해 사망 신고 중 65세 이상의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89년의 72%에서 작년에는 80%로 높아져 젊은 나이에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보다 노인이 되어 사망하는 경우가 이전보다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 2017-2019년 지역별 사망자 중간연령-남성
▲ 2017-2019년 지역별 사망자 중간연령-여성
전해보다 올라간 유아사망율
‘유아사망률(infant mortality rate)’은 해당 연도에 태어난 신생아 1000명 중 만1세 미만에 사망한 영아수의 천분비인데, 건강 수준이 향상되면 유아사망률이 감소하므로 국민보건 상태의 측정지표로 널리 사용된다.
지난 1952년에 무려 28.45명에 달했던 뉴질랜드의 유아사망률은 이후 1963년에 19.67명으로 처음으로 20명 이하로 떨어졌으며 1990년에 8.31명으로 연간 10 명 이하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2년에 4.18명을 기록했다가 2014년에 다시 5명대인 5.71명까지 올라섰지만 한 해 뒤 4.13명으로 다시 감소한 뒤 이후 3명대로 더 내려갔다.
그러나 2016년에 3.5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유아사망률은 2017년에 3.82명, 그리고 재작년에 3.77명을 기록한 뒤 작년에 다시 4.48명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 1952년 이후 연도별 유아사망률
전국 모든 지역에서 자연 인구 증가 기록
한편 작년에 접수된 출생과 사망신고를 통해 전국의 16개 광역 행정단위별로 인구의 ‘자연증가(natural increase)’를 분석한 결과 전 지역에서 사망보다 출생신고가 많아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에서 출생은 산모의 주소지를, 그리고 사망신고의 경우에는 사망자의 주소지를 각각 지역의 기준으로 삼았다.
인구가 가장 밀집된 오클랜드광역시의 경우 작년에 총 2만1405명의 출생신고가 이뤄졌는데 이는 전국의 출생신고 중 36%에 해당된다.
그 뒤를 크라이스트처치가 포함된 캔터베리 지역이 7164명으로 이었으며 6237명의 와이카토가 3번째에 자리한 가운데 웰링턴은 5904명을 기록했다.
이들 4개 지역이 전체 출생신고의 2/3 이상을 차지했는데 이는 전체 인구에서 4개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과 거의 같은 모습이다.
이에 따라 출생과 사망신고를 감안한 인구 자연증가율을 보면 전국에서는 인구 1000명당 평균 5.2명의 인구가 자연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는 인구 1000명당 자연증가 7.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그 뒤를 5.9명의 와이카토가 따랐는데 이들 2개 지역만 평균보다 중가율이 높았다.
한편 남섬 북부의 타스만(Tasman)은 사망 신고보다 출생 신고가 한 해 동안 겨우 12명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순증을 기록하면서 16개 전국 모든 광역지역에서 자연증가를 기록하는데 일조했다.
▲ 출생과 사망 신고를 차감한 지역별 자연증가율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