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뉴질랜드인들이 공식적으로 ‘혼인’을 했다고 관계 당국에 등록한 숫자가 지난 1960년 이래 50여년 만에 가장 적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그에 반해 ‘이혼’ 허가는 직전 5년 동안의 평균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는데, 작년 통계를 분석 요약하자면 결혼은 급감한 반면 재작년 한 해 잠시 줄어드는가 했던 이혼은 평년과 같은 수준으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이번 호에서는 뉴질랜드 통계국(Statistics NZ)이 매년 5월초 발표하는 전년도 ‘혼인’ 및 ‘이혼’과 관련된 통계자료를 가지고 현재 뉴질랜드인들의 결혼과 이혼 등 가족관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분석해본다.
작년 결혼 등록, 49년 만에 최소 기록
2019년 한 해 동안 이른바 ‘뉴질랜드 거주자들(NZ residents)’ 중 ‘결혼(marriages)’ 이나 또는 이에 준하는 이른바 ‘시빌 유니언(civil unions)’ 등의 관계를 맺었다고 관계 당국에 등록한 건수는 모두 1만9071건이었다.
이는 한 해 전의 2만949건에 비해서는 거의 10%에 가까운 1871건이나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지난 1960년에 1만8909건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만 49년 만에 가장 적은 숫자이다.
이에 반해 재작년 연간 결혼 숫자는 그 전해인 2017년의 2만685건에서 오히려 264건이 더 늘어나면서 2만949건을 기록해 2012년(2만823건)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았었다.
뉴질랜드의 연간 결혼 건수는 지난 1957년까지의 1950년대에는 연간 1만7000건 정도를 보여주다가 1958년에 1만8306건으로 1만8000건대 수준에 올라선 이후 1964년에 처음으로 2만건대를 넘어선 2만721건을 기록했었다.
이후 1971년에 2만7201건으로 정점을 기록하는 등 2만명선 이상을 계속 유지하다가 1997년과 2001년, 그리고 2013년과 2015년 등 4년에만 1만9000건 수준을 보여준 바 있다.
2000년대 들어선 이후에도 대부분 매년 2만에서 2만1000건대를 기록하면서 20여년간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던 연간 결혼 등록이 이처럼 작년에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통계국으로부터 본격적인 해석은 나오지 않았다.
한편 이들 결혼이나 시빌 유니언 등록 건수 중 72%인 1만3788건이 생애 첫 번째 등록들이었으며 5268건은 재혼 또는 그 이상인 결합이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수십년간의 수치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그러나 생애 첫 번째 결혼 비율은 지난 1980년 이전보다는 현재는 한결 낮아진 모습이다.
▲ 그래프 1: 초혼과 재혼을 포함한 연도별 결혼 등록
동성 간 결합 줄었지만 찾아오는 외국인 동성 커플은 여전
한편 결혼 등록에는 ‘동성 간(same-sex)’ 결혼도 당연히 포함되는데, 전체 결혼 또는 시빌 유니언 등록 건수 중 1만8648건이 이성 간의 결합이었으며 423건이 동성 간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는데, 작년에는 이 비율이 2만439건 대 510건이었다.
나아가 작년의 24쌍보다 조금 줄어든 총 15쌍의 동성 또는 이성 간 커플이 그들이 그동안 맺고 있었던 기존의 법적인 관계를 정식 결혼이나 또는 시빌 유니언으로 각각 서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뉴질랜드에서 동성 간의 결혼이 합법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 8월 19일 이후인데, 그에 앞서 2005년에는 동성 간에도 결합이 가능한 시빌 유니언 제도가 법률로 정식 도입됐으며 이후 시빌 유니언 등록은 연간 300여 건 정도로 꾸준히 유지됐다.
그러나 2013년에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된 이후에는 시빌 유니언 등록이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2014년부터 2018년 사이에는 시빌 유니언은 연간 60건 이하로 크게 감소한 바 있다.
이에 반해 동성 간 결혼은 합법화된 이후 재작년까지 5년 동안 연간 900여 건 내외의 등록이 꾸준히 이뤄져 왔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크게 줄어들었는데, 이 배경에는 이전부터 동성 간 결혼 중 상당수가 이른바 ‘해외 거주자들(overseas residents)’ 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기 이전에 가능했던 시빌 유니언 등록자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외국인들이었다는 사실을 미뤄보면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부터 2013년 사이에 시빌 유니언 관계 등록을 위해 뉴질랜드를 찾아왔던 커플 10쌍 중 9쌍이 동성이었다는 사실은 이런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작년에는 해외거주자들이 2889건의 결혼이나 시빌 유니온 관계를 맺었다고 뉴질랜드 당국에 등록했는데 그중 267건은 동성 간 결합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전체적인 결혼 숫자가 줄어들면서 그 전년도에 비해 함께 줄어들었는데, 2018년에는 해외거주자의 결혼 등록이 총 3120건이었으며 그중 384건이 동성 결합이었다.
해외거주자들의 동성 결혼은 2017년에 495건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계속 감소 추세인데, 이 배경에는 호주 정부가 2017년 12월에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한 점이 자리잡고 있다.
호주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기 이전까지는 호주 출신의 동성 커플들이 2013년부터 이를 허용한 뉴질랜드까지 직접 날아와 결혼식을 올렸으며, 한때 국내의 일부 웨딩업체는 이를 통해 매출이 상당히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그러나 작년 동성 간의 결혼이나 시빌 유니온 등록 건수 중 39%가 해외거주자들이었던 것으로 미뤄볼 때 여전히 동성 간 결합을 목적으로 뉴질랜드를 찾는 이들도 상당수라는 사실도 짐작이 가능하다.
‘일반혼인율’ 사상 처음 10명대로 하락
한편 결혼 등록 건수 자체가 크게 줄어들면서 만 16세 이상의 국내 인구 1000명 중에서 결혼이나 시빌 유니언 관계를 맺는 인구 비율인 이른바 ‘일반혼인율(general marriage rate)’ 역시 2018년의 10.8건에서 작년에는 9.8건으로 더 낮아졌다.
‘일반혼인율’은 한 해 동안 등록된 총 혼인 건수를 해당 연도의 중간인 7월 인구 중 16세 이상의 이른바 ‘연앙인구(年央人口, Mid-year estimated population)’로 나눈 후 그 수치를 천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근래 들어서 국내에서는 ‘일반혼인율’이 전반적으로 계속 하락하던 중이었는데, 작년에도 역시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결국 뉴질랜드에서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사상 처음으로 일반혼인율의 10건선마저 무너졌다.
통계 전문가들은 뉴질랜드의 거주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러해 동안 연간 혼인 건수에는 그리 큰 변화는 없었다면서, 이런 연유로 일반혼인율 역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뉴질랜드에서 ‘일반혼인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지난 1971년으로 당시 ‘일반혼인율’은 지금에 비해서는 무려 4배 이상이나 높았던 45.49건에 달했었다.
일반혼인율은 1979년에 처음으로 30건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12년 뒤인 1991년에 19.65건으로 다시 10건대로 추가 하락한 이후에도 2000년대 들어와서는 2018년까지 간신히 10건대를 가까스로 지키고 있었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에는 작년에 모두 23만9159건의 혼인 신고가 이뤄진 가운데 일반혼인율은 그 전년도의 5.0건에 비해 더욱 떨어진 4.7건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의 연간 혼인신고는 1980년부터 1995년도까지 39만에서 40만건대를 유지했다가 동성동본 결혼이 합법화된 1996년에 한때 43만4000건까지 늘어나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후 2015년까지는 30만건 이상을 유지하던 연간 혼인 신고는 2016년에 처음으로 20만건대 수준으로 떨어진 후 작년까지 4년 연속 전년 대비 하락세를 유지하면서 한국 내에서 비혼주의가 만연하고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전해주고 있다.
▲ 그래프 2: ‘일반혼인율’의 변동 추이
더 늦어지는 생애 첫 결혼 연령
한편 각 연령별로 분석된 작년 결혼 등록 통계를 보면, 초혼인 경우 작년 결혼 등록자의 ‘중간연령(median age)’은 남자의 경우 30.6세, 여성의 경우는 29.4세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2018년에 각각 남자가 30.4세 여자가 29.2세였던 것에 비해 한 해 만에 남녀 공히 0.2세씩 또 늦어진 것이다.
작년도 평균 초혼 결혼 연령은 남녀가 각각 27.3세와 25.2세였던 1993년에 비해서는 남자는 3살 이상 그리고 여자도 4살 이상씩이나 결혼 연령들이 더 늦어졌음을 보여준다.
이는 5년 전인 지난 2013년에 남자가 30.1세, 여성의 경우는 28.6세였던 것과 비교해봐도 작년까지도 초혼 연령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추세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앞서 이야기됐던 16세 이상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혼인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 1971년에는 생애 처음으로 결혼하는 남녀의 중간연령이 각각 23.0세와 20.8세로 당시 뉴질랜드 젊은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결혼들을 했었다.
남녀의 초혼 연령들은 이후 빠른 속도로 계속해 늦어졌으며 2004년 이후에는 다소 그 속도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늦어지는 추세가 지금까지 줄곧 이어지는 모습이다.
참고로 한국 젊은이들이 처음 결혼하는 연령 역시 작년에 남자가 33.37세 그리고 여자가 30.59세로 뉴질랜드보다 한결 더 늦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역시 그 전년의 각각 33.15세와 30.40세에 비해 더 늦어지는 상황이다.
▲ 그래프 3: 연도별 결혼 및 시빌 유니언 중간연령
가장 선호하는 결혼식 날짜는 발렌타인 데이 무렵의 토요일
한편 작년에 이뤄진 결혼 등록 중 모두 441건이 2월 14일(목) 발렌타인 데이와 가까웠던 2월 23일, 토요일에 이뤄지면서 1년 중에서 가장 많은 커플이 탄생한 날이 됐다.
이처럼 혼인 등록은 주로 토요일에 이뤄지는 경우가 다른 요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작년에도 전체 등록 건들 중에서 52%가 토요일에 이뤄졌다.
그러나 이 같은 토요일 결혼식 비율은 지난 1999년의 64%에 비해서는 많이 낮아진 것이다.
반면에 1999년에 14%를 차지했던 금요일 결혼식은 작년에는 그 비율이 20%까지 늘어나 예전보다는 특정한 요일에 구애받지 않고 결혼하는 비율이 더 늘어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1999년에 비해 2019년에는 토요일이나 금요일을 제외하고도 주중 다른 요일에 결혼하는 비율도 상당히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작년, 전년 대비 이혼은 12% 급증
한편 2019년 한 해 동안에는 모두 8391건의 이혼이 ‘가정법원(Family Court)’에 의해 허가됐는데, 이는 그 전 해의 7455건에 비해 936건이나 늘어난 것으로 12%가 넘는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에 크게 감소했던 결혼 등록 건수와는 정 반대 현상인데, 그러나 작년에 이혼이 그 이전 해에 비해 이처럼 특별하게 급증한 데는 2018년의 이혼 건수가 근래 추세와 비교해볼 때 상당히 예외적으로 크게 감소했었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7년에 8001건을 기록했던 연간 이혼 건수는 이듬해인 2018년에는 7455건으로 지난 1980년 이래 38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8000건 이하로 크게 감소해 눈길을 끈 바 있다.
한편 지금까지 장기간의 이혼 통계를 들춰보면, 뉴질랜드에서는 지난 1981년에 8592건으로 그 전년의 6495건에 비해 한 해만에 30% 이상인 2097건이나 이혼이 급증한 바 있다.
이는 그보다 한 해 전에 ‘타협(화해)할 수 없는 차이를 배경(grounds of irreconcilable differences)’으로 하는 이혼이 가능하도록 한 ‘Family Proceedings Act 1980’이 도입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바람에 그보다 한 해 뒤인 1982년에도 연간 1만2396건이라는 이혼 홍수 사태가 한바탕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사태가 진정된 그 다음해에는 9750건으로 건수가 급감했으며 1985년에는 연간 8607건으로 또다시 8000건대로 내려가는 추세를 보였었다.
이후 1989년까지 연간 8000건 이상 수준을 유지해오던 연간 이혼 건수는 1990년에 9036건으로 다시 9000건 대로 올라선 이후 이후 조금씩 더 늘어나다가 1996년에는 연간 1만8건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이후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면서 연간 1만건과 9000건대를 기록하면서 횡으로 움직이던 연간 이혼 건수 그래프는 2004년에 이르러서는 한때 1만608건으로 또한번 정점을 찍기도 했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연간 이혼 건수는 1만건 이하로 내려가면서 대부분 매년 감소 추세를 유지해왔으며, 그 결과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5년 동안에는 매년 평균 8075건씩 이혼이 이뤄진 바 있다.
▲ 그래프 4: 연도별 이혼 현황
‘일반이혼율’ 다시 올라가
한편 8391건이라는 작년 연간 이혼 건수를 가지고 구해진 이른바 ‘일반이혼율(general divorces rate)’은 8.6건으로 집계됐다.
‘일반이혼율’은 앞서 결혼 부문에서 언급된 ‘일반혼인율’의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역시 해당 연도의 총 이혼 건수를 그해의 16세 이상 ‘연앙인구’로 나눈 수치를 1000분비로 나타낸 것이다.
2018년 일반이혼율은 지난 1976년과 1977년의 7.4건 이후 지금까지 오랫동안 8건에서 12건 사이에 머물다가 처음으로 7.7건이라는 이례적인 수준까지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작년 통계를 통해 일반이혼율이 전년 대비 0.9건이 한꺼번에 올라가면서 다시 8건대로 복귀했음을 알수 있다.
이혼과 관련된 뉴질랜드의 장기 통계를 찾아보면 일반이혼율은 1960년대의 3건대를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시간이 갈수록 올라가기 시작해 1970년 후반에 처음으로 8건대를 넘어선 후 1980년대에는 12~13건을 오르내렸다.
한편 이혼법 개정으로 이혼 건수가 전년에 비해 급증했던 지난 1981년에 이은 1982년에도 연간 이혼 건수가 1만2396건에 달하면서 일반이혼율 역시 덩달아 치솟아 한때 17.1건이라는 깜짝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11건과 12건대를 오르내리던 일반이혼율은 지난 2005년과 이듬해에 연거푸 11.9건을 기록한 이후 거의 매해 하락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다섯해 동안에는 9건선, 그리고 2016년부터는 8건대로 다시 하락하는 추세였다.
이는 결국 근래 들어 일반이혼율이 하락하는 와중에 비록 작년에 전년 대비 이혼율이 한때 급증하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 해만 예외적이었던 상황으로 전반적인 하락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음을 깨닫게 한다.
이혼 가정 자녀 숫자는 줄고 이혼 연령은 높아져
한편 작년에 이혼한 커플에 딸린 자녀들 중에서 총 6201명이 17세 미만이었는데, 이는 1999년의 8904명, 그리고 2009년의 6657명에 비해서는 줄어든 숫자이다.
그러나 2018년의 5598명에 비해서는 꽤 많이 늘어났는데 이러한 상황 역시 2018년에 이혼한 숫자 자체가 크게 적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혼하는 부모에 딸린 17세 미만 자녀의 숫자는 지난 2004년에는 9186명에 달한 적도 있지만 2007년에 처음 8000명대 아래인 7824명을 기록한 뒤 2009년에 6657명으로 다시 6000명대로 내려갔고, 이어 2017년에 처음으로 5000명선인 5916명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또한 이혼하는 커플들의 나이는 점차 많아지는 추세인데, 작년에 이혼한 커플 중 남자의 중간연령은 47세 그리고 여자의 중간연령은 44.4세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99년의 남녀 중간연령이 각각 41.2세와 38.4세였던 것에 비해 많이 늦어진 것인데 여기에는 결혼하는 나이 자체가 늦어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