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라이스트처치의 2019년 산타퍼레이드 모습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전체 인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
기념비적인 ‘인구 500만명 시대 진입’은 공교롭게도 금년 초부터 전 세계를 공포 속에 빠뜨린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빨라졌다.
국토 크기로 미뤄볼 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뉴질랜드에서 인구 500만명 돌파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은데, 이번 호에서는 500만명 달성까지의 과정을 돌아보고 인구 변화를 초래한 요인들과 함께 미래 인구 동향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500만명 인구 도달이 당겨진 이유는?
5월 18일(월) 뉴질랜드 통계국(Stats NZ)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전체 인구는 지난 3월 31일 이미 500만명을 넘어선 500만2100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말하는 이른바 ‘거주 인구(resident population)’ 개념에는 뉴질랜드 시민과 영주권자는 물론 학생비자나 취업비자 등을 갖고 ‘장기 거주’ 중인 사람들을 망라한다.
또한 ‘장기 거주’ 라는 개념은 16개월 중 연속해 12개월 이상을 거주하는 사람들을 말하며 당연히 외국 관광객들과 같은 일회성 단기 방문자들은 통계에서 제외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구 500만명 달성이 금년 3월이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통계 전문가들로부터 나온 바 있었지만 이후 그 시기가 금년 12월로 조금 미뤄진 바 있다.
그 이유는 인구 변화의 극히 중요한 기초자료가 되는 2018년 센서스 결과가 자료 획득과 분석에서 큰 문제가 생기면서 상당한 조정 작업을 거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바람에 당초 예상보다도 반년 이상 늦어진 금년 12월이나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인구 500만명 도달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다시 한번 변화를 겪은 셈이 됐다.
결국 ‘코로나 19’로 인한 국경 봉쇄와 이로 인한 출입국자들의 이동 추세 변화가 뉴질랜드에서는 인구 변동 규모와 그 시기를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 도표 1: 1900~2020년 거주 인구 변화표
17년 만에 인구 100만명 늘어
위의 ‘도표 1’을 보면 알 수 있듯 뉴질랜드 인구는 지금부터 한 세기도 더 전인 지난 1908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었다.
이후 인구가 그 2배가 되기까지에는 44년이 필요했으며 결국 지난 1952년에서야 인구 200만명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또 이 200만명이 300만명으로 다시 불어나기까지 21년이 걸렸으며, 이후 30년이 또 지나간 2003년이 되어서야 100만명의 인구가 더 추가되면서 총인구 400만명 시대가 처음으로 열렸다.
이처럼 100만명씩의 인구가 늘어나는 데는 맨 첫 단계에서는 44년이 걸렸으며 이후에는 각각 21년과 3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반해 이번의 인구 100만명 증가는 2003년에서 2020년까지 단 17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이 역시 국내 인구 통계상 100만명 증가 부문에서는 새로운 기록이다.
첨부된 ‘도표 1’을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면 인구 증가 그래프는 1940년대 중반까지는 비교적 완만하게 움직이던 상승 곡선이 이후 1970년대 후반까지 다소 급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이후 다시 완만해졌던 상승 곡선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오름세가 이전에 비해 가팔라지다가 2020년에 가까이 가면서부터는 더 급격하게 경사가 올라가는 형상이다.
이는 결국 국내 인구는 감소하지 않고 지금까지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부 시기에는 베이비붐이나 이민 열풍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인구 증가를 가속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
내국인들의 출입국, 인구 증감에 큰 영향
뉴질랜드의 인구 증가는 앞서 언급했듯이 2차대전 이후 베이비붐이나 1990년대의 이민 개방의 영향 등이 각각의 시기에 중요한 증가 요인들로 작용해왔다.
그런데 베이비붐은 시대가 낳은 산물로 치더라도 이민 분야는 조금 더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한데, 거주 인구 통계에는 새로 이민 오는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시민권을 가진 내국인들의 국제 이동도 포함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실제 내국인들의 국가간 이동은 지금까지는 거의 매년 ‘유입(arrivals)’ 보다는 ‘유출(departures)’이 더 많았던 게 흔한 모습이었고 이는 국내 인구를 감소시키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아래의 ‘도표 2’는 2001년부터 2020년 사이에 연도별로 이뤄진 순수한 뉴질랜드 시민들만의 이민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보면 청색으로 표시된 (뉴질랜드 시민들의) 이민 입국은 매년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주로 평행선을 긋는 반면에 노란색의 출국자 곡선은 매년 큰 변동을 보인다.
이에 따라 붉은색 선으로 표기되는 ‘순이민자(net migration)’ 곡선 역시 출국자 곡선을 따라 같이 춤추고 있는 것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
실제로 그래프에서 가장 변동폭이 크게 보이는 2012년 2월의 경우를 보면, 장기 거주 목적의 출국자가 7만2837명이나 되었던 것에 비해 같은 목적의 입국자는 2만8542명에 불과해 4만4295명이나 되는 뉴질랜드 시민들이 그 달에 장기 거주를 목적으로 외국으로 떠났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래프의 끝인 2020년 3월에는 출국자와 입국자가 크게 변화를 보이면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입국자가 출국자를 앞서며 2개의 곡선이 서로 교차하는 모습이다.
반면에 또 다른 자료인 같은 달의 비시민권자들의 통계를 보면, 장기 거주 목적의 입국은 7만1748명이었으며 출국은 4만4274명으로 나타나 순이민자가 + 2만7414명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비시민권자와 시민권자를 모두 합한 2012년 2월 이민 통계는 상당수의 뉴질랜드인들이 외국 행을 택하는 바람에 순이민자가 -1만6821명을 기록했다.
이는 즉, 시민권자들의 국가간 이동이 뉴질랜드의 전체 이민자 숫자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한발 더 나아가 국내 거주 인구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
▲ 도표2: 2001~2020년 NZ국민들의 연도별 이민 변동
‘코로나19’로 인한 뉴질랜드인들의 입국 러시
이처럼 장기 거주를 목적으로 나가는 뉴질랜드인들의 많은 숫자가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배경에는 호주의 경제 동향이 자리잡고 있다.
즉 호주 경기가 활황을 보이면서 덩달아 일자리 수요가 많아지면서 타스만해를 건너가는 키위들이 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국내로 복귀하는 키위들이 많아지는 게 지금까지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물론 그중에는 호주의 각종 사회복지 정책에서 뉴질랜드인들이 소외되는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제도 변경과 같은 새로운 변수들도 작용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는 양국의 경제 상황에 의한 타스만해의 인구 이동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이민자 출입국 상황과 이에 따른 국내 거주 인구 변동은 ‘코로나 19’ 라는 전례가 없었던 사건으로부터 촉발됐으며, 이로 인해 다소 엉뚱하게도 뉴질랜드의 인구 500만명 시대가 예상보다 일찍 도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래에 실린 ‘지난 2017년4월부터 2020년 초까지 3년간 뉴질랜드 국민의 월별 순이민자 그래프(도표 3)’는 금년 들어 이런 현상이 얼마나 급격하게 진행됐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지난 2017/18년과 2018/19년에는 매년 연말이면 하향세를 보이던 ‘순이민자 곡선(청색과 노란색)’이 2019/20년에는 대단히 급격하게 오르는 모습(붉은색)이다.
실제로 2018년 2월의 월간 순이민자는 -604명이었고 그 다음해인 2019년 2월에도 -620명이었던 것에 비해 금년 2월에는 숫자가 +1434명으로 완전히 역전됐다.
특히 붉은색 곡선이 금년 2,3월 구간에서는 더욱 급격하게 위로 치솟았는데, 지난 3월의 뉴질랜드 시민의 월간 순이민자는 +4048명을 기록했고 4월에도 순증이 예상된다.
▲ 도표3: 2017.4~2020.3의 시민권자들의 순이민자 현황
연간 순이민자 7만명 넘어, 20년 이래 새 기록 수립
실제로 연간 통계를 봐도 올 3월까지의 한 해 동안에 국내로 돌아온 뉴질랜드인들은 모두 4만2800명이었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작년 12월부터 금년 3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입국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연간 출국자는 3만5700명이었으며 이는 지난 2001년 이래 같은 기간에 기록됐던 연평균 5만2800명에 비해 한참 적은데, 이로 인해 금년 3월까지 뉴질랜드 시민들만의 연간 순이민자는 +7183명이나 됐다.
이는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해외에 살던 뉴질랜드인들을 대거 불러들인 반면 항공편이 끊기고 각국이 입국을 제한하면서 해외로 나갈 계획을 가졌던 국민들은 발목이 묶였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비시민권자들의 이민 추세를 보자면, 지난 2016년 7월까지의 연간 입국자가 10만6795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에도 2019년 11월까지 10만8000여명에서 10만5000여명 사이를 오가면서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작년 12월에 11만명대로 올라선 후 금년 들어서도 1월에 11만3000여명, 2월과 3월에는 각각 11만5500여명과 11만4400여명을 기록하는 등 매달 늘어나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작년에 5만명대였던 ‘비시민권자의 연간 순이민자’ 역시 금년 들어서는 6만2000여명에서 6만4000여명 사이를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내외국인을 모두 포함한 이민자 통계를 살펴보면, 금년 3월까지 연간 입국 이민자는 15만7231명이었으며 출국자는 8만5775명인 가운데 ‘전체 연간 순이민자’는 +7만1456명을 기록했다(아래 ‘도표4’ 참조) .
이는 지난 2001년 이후 지금까지 나타난 순이민자 기록 중 2016년 7월에 기록됐던 6만3906명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록이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이민자 현황을 요약하자면, 첫째 뉴질랜드 국민들은 작년 말부터 해외 이주자보다는 입국자가 훨씬 더 많았으며, 둘째 비시민권자들은 작년 말까지도 입국자가 꾸준했던 가운데 이들 역시 출국자가 평소보다 줄어들었다.
또한 이런 상황은 ‘코로나 19’ 사태가 금년 초부터 본격화되면서 뒤이어서 발생했으며, 이는 지금까지 이민 분야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 도표4: 2001.12부터 2020. 3까지 연간 이민자 현황
인구 600만명은 2040년대에 도달
한편 인구 500만명 돌파까지에는 이민자 유출입은 물론 매년 사망자와 신생아를 감안한 이른바‘자연증가’역시 중요한 요소임이 당연하다.
인구가 400만명에서 500만명으로 늘어나던 지난 17년 동안 뉴질랜드 인구는 매년 평균 1.8%씩 증가했는데, 증가 인구 중 절반가량은 자연증가분이었으며 나머지 절반은 이민자 유입으로 발생했다.
1900년부터 2019년까지 120여년간의 연도별 인구 추이를 보여주는 ‘도표 5’를 보면, 청색의 자연증가 곡선은 그리 큰 변동이 없는 대신 노란색의 순이민자 곡선은 붉은색의 인구 증가 곡선을 따라 함께 춤추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결국 뉴질랜드는 이민자들로 형성된 나라이고 당연히 인구 문제는 이민자의 유출입 동향에 따라 같이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며,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게 시사한다.
2018년 센서를 보면 현재 뉴질랜드 인구 중 27% 이상이 외국에서 태어났으며, 반면 최소한 수십만명의 뉴질랜드인들이 특히 호주를 중심으로 외국에 나가 살고 있다는 점 역시 이런 상황을 증명해주고 있다.
▲ 도표 5: 1900~2019년 연도/분야별 인구 증가 현황
국가 총인구 500만명은 중미의 코스타리카, 그리고 유럽의 덴마크와 핀란드, 노르웨이와 슬로바키아, 그리고 아시아의 싱가포르와 비슷한 규모이다.
한편 지난 2016년에 나온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국내 인구가 다시 100만명이 더 증가해 600만명이 되는 때는 2040년대일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이들 전문가들 역시 향후 사망률과 출생률, 그리고 이민이 어떻게 변화되는가에 따라 그 시기가 당겨지거나 늦어지게 된다는 교과서적인 주석도 한 켠에 달아놓기는 했다.
이는 이번 바이러스 사태처럼 전혀 예상도 못했던 돌발 변수가 인구 동향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다보니 전문가들도 미래 예측에 더욱 신중해지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이번 인구 500만명이 특히 키위들의 집단 귀국과 출국 통제로 비롯된 만큼, 향후 사태가 진정되고 국경이 개방되면서 동시에 국내외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가에 따라 이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또한 이로 인해 어쩌면 일시적이기는 하겠지만 총인구가 다시 400만명대로 내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찌됐던 통계국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인구 500만명 도달은 기념비적인 사건일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역사에서도 하나의‘이정표(milestone)’가 된다는 점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한편 5월 21일(목) 밤 9시 8분 현재 통계국 ‘인구시계(population clock)’는 500만5611명을 가르키는데, 국내에서는 매 8분 49초에 한 명이 태어나고 15분 14초마다 한 명이 사망하며 또한 현재 국경이 통제돼 순이민자 유입은 아예 ‘제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