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제 침체에 아랑곳없이 최근 역대 최고의 거래량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급격히 늘어난 개미투자자들이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초저금리의 예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수익을 쫓아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당국은 이미 개미투자자들의 묻지마식 주식 투자를 경고하고 나섰다.
경제 침체 속에서도 주식시장 활황세
1분기 국내총생산(GDP) 감소 폭이 29년래 최대 규모이고 2분기 GDP가 20%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경제 위기 속에서도 주식시장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뉴질랜드증권거래소(NZX)에 따르면 지난 1월 하순 2만4,000건 정도였던 1일 주식거래건수는 록다운이 시작됐던 3월 26일 2만6,000건을 기록한 후, 4월 초순 3만 5,00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4월 24일 4만건, 5월 18일 4만5,000건, 6월 8일 5만건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주식시장은 이 기간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S&P/ NZX 50 지수는 2월 21일 12,073.34로 황소 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세계 및 뉴질랜드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주식시장도 패닉에 빠져 록다운이 시작된 3월 26일 9,632.47로 마감했다.
이후 주가는 회복하기 시작하여 레벨4 록다운이 끝난 다음날인 4월 28일 10,759.56까지 만회했고, 6월 8일 11,524.16으로 경기 후퇴 우려와 달리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상반기를 11,451.05로 마감했다.
이 같은 주가의 급등락에 대해 투자 서비스 회사인 해밀턴 힌딘 그린(Hamilton Hindin Greene)의 그랜트 데이비스(Grant Davies) 투자상담사는 ‘단기 투자자의 천국’ 이라고 표현했다.
이들 단기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은 손바뀜도 심했다.
코로나19 환자들에 필요한 인공호흡기를 제조하는 피셔 앤드 페이켈 헬스케어(Fisher & Paykel Healthcare)는 3월 이후 16주 가운데 12주간 가장 많은 거래량을 보였다.
피셔 앤드 페이켈 헬스케어 외에도 오클랜드 인터내셔널 에어포트, A2 밀크, 스파크, 플레쳐 빌딩 등 잘 알려지고 뉴질랜드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높은 거래량을 나타냈다.
카투만두(Kathmandu)처럼 주가가 급락한 종목에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카투만두 주가는 2월 주당 약 2.50달러에서 장기적인 점포 폐쇄 우려가 고조되면서 3월 23일 50센트 아래까지 급락했다가 개미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지난달 30일 1.30달러로 마감했다.
뉴질랜드 주식시장만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쉽게 하기 위해 제작된 해치(Hatch)의 설립자 크리스틴 런맨(Kristen Lunman)은 “3-4월 사용자가 두 배로 늘었고 사용자의 절반 정도가 장기 투자자이다”고 밝혔다.
런맨은 “3-4월 클라우드 서비스나 전자상거래와 관련있는 줌(Zoom),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Amazon), 스포티파이(Spotify)와 같은 기업들에 투자자들의 단기 차익 매매도 활발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매매 사이트 사용하는 개미투자자 급증
셰어시스(Sharesies)와 인베스트나우(InvestNow) 등 사용하기 쉽고 저렴한 수수료의 온라인 주식 매매 플랫폼도 개인투자자 급증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특히 2017년 웰링턴에서 펀드 상품만으로 시작했던 셰어시스는 주식 매매를 추가하면서 코로나19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록다운 기간 매일 2,000여 명의 투자자들의 셰어시스에 신규로 가입했다.
최근 주식 거래 건수는 늘었지만 평균 거래금액이 감소한 것을 두고 ‘셰어시스 효과’ 라는 말이 시장에 나올 정도이다.
셰어시스가 관리하는 자금 규모는 최근 인베스트나우와 같이 5억달러를 돌파했고 고객 수는 17만5,000명을 넘겼다.
셰어시스의 공동 설립자인 레이튼 로버츠(Leighton Roberts)는 “록다운 기간 여유 시간이 늘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가입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낮은 예금 금리와 부동산과 같은 다른 자산에 대한 접근의 어려움 등이 주식 투자에 매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셰어시스의 주된 고객 연령층은 25-35세이지만 평균 연령은 증가 추세이다.
초기에는 고객의 80%가 40세 이하였지만 현재 72%로 떨어졌다.
로버츠 공동 설립자는 40-55세 연령층이 새로운 그룹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그룹의 많은 고객들은 집을 소유하고 있고 은퇴를 실현할 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뉴질랜드 상장 기업들은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묻지마식 주식투자 우려
정기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져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이 없어지면서 더욱 높은 수익을 쫓아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급락 장세가 닥치면 심각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금융시장관리국(FMA) 롭 에버렛(Rob Everett) 국장은 “최근 많은 사람들이 정기예금을 해지한 목돈을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자신이 미국의 투자 귀재인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의 다음 차례라고 꿈꾸며 무리하게 투자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버렛 국장은 이어 “최근 주식 거래가 정상 수준에 비해 높은 상황이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손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고, 특히 젊은 투자자들이 시장을 낙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관리국은 개인투자자들의 묻지마식 주식 투자와 관련해서 증권거래소, 셰어시스, 펀드 매니저들에 주의를 촉구했다.
금융시장관리국은 특히 세어시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쉽거나, 돈을 투자할 다른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거나, 또는 아주 작은 금액의 돈이거나 하는 이유 등으로 처음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들에 주식 투자의 위험성을 이해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전달했다.
경제 회복 위해 주식 상장 필요
뉴질랜드증권거래소 마크 피터슨(Mark Peterson) 소장은 최근 코로나19로 후퇴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주식 상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하순 록다운 이후 증권거래소에서 주식 상장 등을 통해 약 50억달러가 모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금융위기 당시 비슷한 시기의 1억7,000만달러를 휠씬 능가하는 규모이다.
피터슨 소장은 “많은 기업들로부터 경기 후퇴에 직면하면서 자본을 늘릴 수 있는 옵션에 대한 문의를 받고 있다”며 “자본을 필요로 하는 훌륭한 기업들이 있고 어려운 시기에 일부 기업들은 주주들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카투만두는 4월초 2억700만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피터슨 소장은 “시중에 주택 투자에 대비한 현금이 넘쳐나고 있다”며 “하반기 신규 기업 상장에 대한 기회도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주식시장에 전례없는 소매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거나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