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금 보조금(Wage Subsidy) 명목으로 최근까지 지출한 금액이 13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체가 직원의 고용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직원의 수입을 보장하는 목적으로 시행된 임금 보조금은 가능한 빨리 사업체와 직원에 필요한 돈을 지원하는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 정부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신청 자격이 되지 않는 고용주들이 신청했거나 보조금을 받은 후 폐업하는 등 제도를 악용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가장 올바르고 공정해야 할 대형 법률 회사와 회계 법인들이 신청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도 신청해 의혹을 받거나 임금 보조금을 받고 나서 대중의 비난을 받자 반환하여 도덕적 신뢰성에 흠집을 주고 있다.
임금 보조금으로 130억달러 지급
사회개발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임금 보조금으로 지급된 액수가 7월 17일 130억 달러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19억 달러는 6월 10일에서 7월 17일 사이 2차 임금 보조금으로 지급됐다.
임금 보조금 혜택을 받은 일자리 수는 172만 2,587개이고, 그 중 43만 6,922개는 2차 임금 보조금에 의한 부분이다.
임금 보조금 혜택을 받은 전체 일자리 가운데 148만 4,470개는 회사에 고용된 경우이고 나머지 23만 8,117개는 자영업 일자리였다.
임금 보조금을 가장 많이 지급받은 회사는 에어 뉴질랜드로 1만 292명의 직원들에게 모두 1억690만 달러를 지급 받았다.
그 다음은 플레처 빌딩으로 9,694명의 직원들에게 6,768만 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됐으며 8,596명의 직원들에 5,199만 달러가 지급된 웨어하우스 그룹이 뒤를 이었다.
그 밖에 임금 보조금이 많이 지급된 상위 10개사에 다우너 뉴질랜드, 풀턴 호간, 얼라이언스 그룹, 스카이시티, 뉴질랜드 포스트, 버닝스, 키위레일 등의 순이었다.
임금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은 상위 20개 회사들 약 9만명의 직원들에게 전체 보조금의 6% 수준인 6억 4,100만 달러가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두 명의 고용주로부터 임금 보조금을 받은 직원이 4만 2,2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200명은 세 명의 고용주로부터, 364명은 네 명 이상의 고용주로부터 임금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노조연합의 제라드 헤히르(Gerard Hehir) 총무는 “이는 많은 뉴질랜드인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하나 이상의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기를 원하지만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금 보조금 부당 신청으로 3억2,360만달러 회수
사회개발부에 7월 17일까지 접수된 78만 1,994건의 임금 보조금 신청 가운데 61만 124건이 승인되어 78%의 승인율을 기록했다. 거부된 경우는 8만 4,807건으로 집계됐다.
임금 보조금 반환 규모는 3월 시행 이후 7월 17일까지 1만 459건에 3억 2,36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개발부 조지 반 우엔(George van Ooyen) 총무부장은 “사회개발부는 임금 보조금 관련 3,094건의 부정 혐의 신고를 받았고 750건에 1,150만 달러의 보조금 반환 명령을 내렸으며, 그 가운데 680만 달러를 회수했다”고 말했다.
우엔 부장은 이어 “586건의 임금 보조금 관련 조사 대상 가운데 272건을 조사 중이며 54건에 대해 조사를 완료했다”며 “현재까지 기소된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사업체들이 임금 보조금을 받으려면 코로나19 영향으로 3월 시작된 1차 시기에는 수입이 2019년 비슷한 기간에 비해 30%가 감소하고 6월부터 시작된 2차 시기에는 40%가 감소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공정해야 할 대형 법률 및 회계 회사들도 보조금 신청
가장 공정해야 할 일부 대형 법률 회사와 회계 법인들 가운데서도 임금 보조금 신청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도 신청해 의혹을 받거나 지급받은 후 돌려 주는 사례가 있어 지탄을 받았다.
선데이 스타 타임스 지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대형 법률 회사들이 1차 임금 보조금 시행때 수 백만 달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에는 심슨 그리슨(Simpson Grierson, 335명 직원에 230만 달러 신청), 민터 엘리슨 러드 와츠(Minter Ellison Rudd Watts, 300명 직원에 200만 달러 신청), 벨 걸리(Bell Gully, 260명 직원에 180만 달러 신청), 메레디스 콘넬(Meredith Connell, 236명 직원에 160만 달러 신청), 던칸 코터릴(Duncan Cotterill, 215명 직원에 140만 달러 신청), 레인 니브(Lane Neave, 162명 직원에 110만 달러 신청)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심슨 그리슨과 민터 엘리슨 러드 와츠는 대중의 비난을 받자 임금 보조금을 반환했다.
대형 회계 법인들 가운데서도 임금 보조금을 신청한 경우가 많다.
세계적인 회계 법인인 그랜트 소튼(Grant Thornton, 204명 직원에 142만 달러 신청), 베이커 틸리 스테플스 로드웨이(Baker Tilly Staples Rodway, 368명 직원에 250만 달러 신청), 무어 마크함스(Moore Markhams, 4개 사무소 138명 직원에 95만 3,000달러 신청), BDO(3개 사무소 111명 직원에 80만 달러 신청) 등이 이에 포함된다.
호주계 회계 법인 핀덱스(Findex)는 390만 달러의 임금 보조금을 받았다가 정부에 돌려 주면서 “예방 조치” 였다며 궁색한 변명을 댔다.
회계 법인 질리간 셰퍼드(Gilligan Sheppard)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수료 수입이 약간 감소했지만 임금 보조금의 신청 기준인 30% 정도는 아니어서 보조금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 회계 법인의 대표 회계사 브루스 셰퍼드(Bruce Sheppard)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입이 임금 보조금을 신청할 정도로 크게 감소한 회계 법인을 보기 어렵다”며 “회계사와 변호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전문가들이고 임금 보조금을 받은 이들 회사들은 정부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금 보조금 지원을 받고 폐업하거나 직원을 해고하는 회사들도 많다. 지난 6월 23일 현재 73개 회사들이 771만 4,311 달러의 임금 보조금을 받고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웨스트 코스트의 광산회사 캐피털 에이 앤 엠(Capital A & M)은 8만 4,335달러의 임금 보조금을 받고 사업주가 잠적하기도 했다.
식품유통회사인 비드푸드(Bidfood)는 2,104명의 직원들에 1,431만 달러의 임금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이는 18번째로 많은 임금 보조금 지원 규모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한 직원은 임금 보조금 지원이 끝난 지 하루 만에 해고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전국적으로 일부 직원들이 해고됐으며 이 회사의 임금 보조금 사용과 관련된 민원들이 정부기관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보조금 신청 9월로 종료
자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는 지난달 5일 다음달로 종료되는 임금 보조금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던 총리는 “임금 보조금은 새로운 코로나19 환경에서 사업체들의 중요한 결정을 연장시켜 주었다”며 “이제 임금 보조금이 무한정 연장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2차 임금 보조금 신청은 9월 1일까지 할 수 있다.
아던 총리는 임금 보조금이 끝난 후에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수입 구제 지급(Income Relief Payment)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2주 동안 지급되는 정부의 이 특별 정책에 따라 풀타임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12주 동안 주당 490달러, 파트타임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주당 250달러가 지급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 정책은 보통 주당 250달러가 지급되는 실업수당과 2단계 수당 체계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개발부 자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20여 만 명의 사람들이 실업수당을 받고 있고, 그 가운데 5만 6,000명은 록다운 이전인 3월 20일부터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