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성적 경쟁 유도한다

교실에 성적 경쟁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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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학생 5명중 한 명은 읽기와 쓰기의 기본 능력도 갖추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정부는 지난 2월 2일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내셔날 스탠다드(National Standards)’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정작 일선 교사들은 이 제도를 반대하고 있다. 이 제도의 내용이 무엇이고 학교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해 알아 본다.

초∙중학교에 ‘내셔날 스탠다드’ 의무화

논란이 되고 있는 ‘내셔날 스탠다드’는 학부모들이 그들의 자녀가 전국의 아이들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2월 2일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시행된 제도이다.

과거에는 PAT 시험이 이 같은 기능을 담당했지만 자율적이었던데 비해 ‘내셔날 스탠다드’는 모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 제도는 Year1~Year8 학생들에 읽기, 쓰기, 수학 등의 표준화된 시험을 치르게 하고, 그 결과를 모아 1년에 두 번 보고서를 부모들에 제공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은 올해 중반부터 자녀의 학업 성취도에 대한 첫 보고서를 받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지난해 Year1~Year8의 읽기, 쓰기, 수학 등의 기준들을 세웠다.

올해와 내년에 일선 학교들은 이 기준들을 사용해 학생들이 그에 달성했는지를 학부모에 보고해야 하고 2012년에는 수집한 내셔날 스탠다드 자료에 대한 정보를 교육부에 제출해야 한다.

국민당 정부가 뉴질랜드의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이 ‘내셔날 스탠다드’ 정책을 통해 향후 4년간 3,600만달러가 학교에 지원되고 2,600만달러가 교사와 교장, 운영회 등의 교육지원에 쓰여진다.

35만 학부모들에게 편지와 리플렛을 발송하는 등 ‘내셔날 스탠다드’를 홍보하는데 쓰이는 비용만 해도 20만달러에 달한다. 이 정책의 시행을 모니터하기 위한 독립적인 전문가 자문위원회도 구성됐다.

그만큼 정부가 뉴질랜드 교육 발전을 위해 ‘내셔날 스탠다드’에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일선 교사와 교장 ‘내셔날 스탠다드’ 반대

존 키(John Key) 총리는 “‘내셔날 스탠다드’는 뉴질랜드의 학교와 교사들에 커다란 전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와 교장들은 이 ‘내셔날 스탠다드’가 학습속도가 느린 학생들과 하위권 학교들에 오명을 씌울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의 90%와 교장의 97%가 속해 있는 노조인 NZEI(New Zealand Educational Institute, 뉴질랜드교육협회)는 정부가 ‘내셔날 스탠다드’에 대한 반대가 높아지고 있는 걸 알면서도 많은 예산을 낭비하며 홍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NZEI 프란세스 넬슨(Frances Nelson) 회장은 “우리는 ‘내셔날 스탠다드’가 혼란스럽고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교육성과를 높이는 것에 확신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넬슨 회장은 “정부가 검증되지 않은 ‘내셔날 스탠다드’를 계획성 없이 시행하여 학생교육을 담보로 정치실험을 하고 있다”며 “정부는 교사를 시험할 것이 아니라 ‘내셔날 스탠다드’를 시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교장협의회(NZPF)의 어니 부트벨드(Ernie Buutveld) 회장도 “‘내셔날 스탠다드’가 교사들에 책임을 부과하며 학교들을 구속하는 도구로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셔날 스탠다드’ 시행으로 교사들은 균형있는 교육보다 학생들이 ‘스탠다드’를 통과할 수 있게 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한편 학교별 순위표가 매겨져서 성적이 나쁜 학교는 학부모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야당인 노동당도 ‘내셔날 스탠다드’ 정책을 ‘대혼란’으로 비난하며 앤 톨리(Anne Tolley) 교육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필 고프(Phil Goff) 노동당 대표는 “노동당은 학생들을 평가하는 표준 제정에는 찬성하지만 국민당의 정책은 혼란스럽게 변질됐다”며 ‘내셔날 스탠다드’를 반대했다.

학부모들은 ‘내셔날 스탠다드’ 지지

교사들과 달리 학부모들은 전반적으로 ‘내셔날 스탠다드’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헤럴드지가 여론조사기관인 닐센(Nielsen)에 의뢰해 545명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3.2%(399명)가 ‘내셔날 스탠다드’를 지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대 의견은 13.8%에 불과했고 13%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학부모들의 압도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내셔날 스탠다드’가 어떤 제도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새로운 제도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응답은 11.9%에 그쳤고 “부분적으로 알고 있다”는 응답이 61.8%,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26.2%로 각각 나타났다.

‘내셔날 스탠다드’가 자녀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긍정적이다”가 53.9%로 가장 높았고, “부정적이다”가 36.5%로 집계됐다.

‘이 제도가 학교를 차별화시켜 좋은 학군을 조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56.3%가 “그렇다”라고 응답했고, 17.1%가 “아니다”라고 답했으며 26.6%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학군 조장이 잘못된 것이냐는 물음에 38.8%가 “그렇다”라고 했으며 47.9%는 “아니다”, 13.4%는 “잘 모르겠다”라고 응답했다.

균형있는 학교 교육 왜곡 우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톨리 교육장관은 “학부모들이 기본적으로 ‘내셔날 스탠다드’를 수용했고 정부가 이 정책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NZEI 넬슨 회장은 “많은 학부모들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학부모들은 자녀가 읽기와 쓰기 이상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응답자의 48.4%는 ‘내셔날 스탠다드’가 해당과목에 집중해 전체 교육과정에 역작용을 우려했고, 56.1%는 ‘내셔날 스탠다드’에 포함되지 않는 사회과학, 예술, 기술 등이 읽기, 쓰기, 수학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넬슨 회장은 또 ‘내셔날 스탠다드’가 전면 시행되기 전에 시범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정책은 정확한 기준이라는 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나 정보가 없다.”

이에 대해 키 총리는 “항상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내셔날 스탠다드’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기를 바라지만 시범적인 실시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톨리 장관도 “우리는 지난 10년동안 ‘스탠다드’ 없이 시험해 왔지만 여전히 학생 5명중 한 명은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수학도 하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교사들의 ‘시범실시’ 요구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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