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
7,364
12/04/2010. 17:14 NZ코리아포스트 (219.♡.23.25)
가깝고도 먼 나라 뉴질랜드와 호주. 같은 영국 연방 국가들이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워 경제교류가 활발하나 스포츠 경기 맞대결에선 지고는 못 견디는 자존심을 내세우는 두 나라. 이런 두 나라의 통합은 해묵은 논쟁이지만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 동안 통합에 부정적이었던 뉴질랜드인들의 생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뉴질랜드인 40%, 호주와 통합논의 찬성
최근 호주에 기반을 둔 리서치 전문 회사인 유엠알(UMR)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뉴질랜드인들의 25% 정도가 호주와 통합에 찬성했고 71%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호주인들은 37%가 찬성, 52%가 반대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양국의 통합에 있어서 뉴질랜드인들보다는 호주인들이 보다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통합 논의 자체에 대해서는 뉴질랜드인들의 41%가 찬성하고 58%는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당장 호주와의 통합은 반대하지만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뉴질랜드인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3%의 표준오차를 가진 이번 여론조사에서 뉴질랜드인들은 통합이 될 경우 가장 개선되는 부문이 호주로의 여행과 국방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65%는 뉴질랜드가 호주의 7번째 주로 통합되면 호주로의 여행이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고 60%는 뉴질랜드의 국방이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많은 뉴질랜드인들은 호주와 통합된다고 해도 지금의 생활수준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48%는 통합 후에도 현재의 생활수준과 같을 것이고, 53%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없을 것이며 53%는 교육도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60%는 호주 정부하에서 인종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며 환경도 다소 훼손될 것으로 생각했다.
호주와의 통합은 시간문제?
이번 조사와 관련, 돈 맥키넌(Don McKinnon) 호주 뉴질랜드 경영자 회의 의장은 뉴질랜드가 호주와 통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뉴질랜드 외무장관과 영연방회의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한 맥키넌 의장은 "호주에 건너가서 사는 뉴질랜드인들이 거의 50만 명이나 되고 있다"며 "다음 세대가 되면 뉴질랜드인들은 두 나라에 세금을 내며 통관과정을 거치는 번거로움을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와의 통합을 내세우는 뉴질랜드 정치 지도자는 없을 것”이라며 “두 나라의 통합은 정치적 이유에서라기보다는 생활에 따른 불편을 없애려는 사람들의 힘이 큰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키넌 의장은 “뉴질랜드인들이 소득을 두 나라가 나눈다는 생각을 할 때 통합에 보다 긍정적이게 될 것”이라며 두 나라가 공식적인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도 했다.
전통적으로 호주와의 통합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정당은 노동당이다.
필 고프(Phil Goff) 노동당 대표는 이번 여론조사가 발표된 뒤 호주와 합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호주는 통합으로 잃을 게 없지만 큰 나라와 통합하는 뉴질랜드는 국가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며 "뉴질랜드는 문화, 역사, 정체성 등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프 대표는 이어 단일 시장은 정치적 통합을 하지 않고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적 관계를 더욱 긴밀히 해 단일 시장을 만듦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데 우리가 호주의 7번째 주가 돼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마이크 무어(Mike Moore) 전 총리도 뉴질랜드가 호주의 주가 된다고 해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고프 대표와 견해를 같이했다.
화폐 먼저 통합하자
오는 2025년까지 호주를 따라 잡겠다며 야심차게 태스크포스 팀까지 구성한 국민당 정부의 존 키(John Key) 총리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집권하기 이전인 지난 2007년 ‘호주-뉴질랜드 지도자 회담(the Australia New Zealand Leadership Forum)’에서 호주와의 통화 단일화를 이루어야 할 때라고 목청을 높였던 인물이다.
그는 당시 호주가 뉴질랜드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고 무역과 경제 협력 강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만큼 통화 단일화를 통해 외환 거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양국간의 불분명한 환율 문제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통화 단일화는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폐통합은 양국간의 가장 민감한 사항 가운데 하나로 호주는 그들 나라의 화폐를 양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주장하고 있는 반면 뉴질랜드는 공동통화를 만들자는 의견을 내세우며 호주의 주장을 반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달러화에 맞설 거대 단일 통화의 꿈을 안고 탄생한 유럽의 통합 화폐 '유로'의 역내 교역증대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통화 단일화의 반대론에 맞혀 통합화폐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반대론자들은 통화 단일화는 뉴질랜드의 독자적인 통화 정책의 종말을 의미하며 경제 주권을 포기하고 호주의 경제 속국으로 전락하게 되어 호주 경제가 하락하면 뉴질랜드 경제는 곧바로 영향을 받아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또한 단일 통화가 이루어질 경우 뉴질랜드의 기업들이 호주로 옮겨갈 것이 분명해 그 동안 대부분의 중요 기업들이 호주 기업에 인수되거나 옮겨가서 변변한 뉴질랜드 소유의 기업체 하나 없는 뉴질랜드의 기업 환경을 완전히 망쳐버릴 것이라는 의견도 비등하다.
통합 논의, 통합점 찾기 어려워
뉴질랜드와 호주의 통합 논의는 1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1년 6개 주가 연합한 호주 연방정부는 뉴질랜드에 7번째 주로 통합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의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뉴질랜드는 호주 연방의 일원으로 편입할 의사가 없다고 거절함으로써 호주와의 통합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긴밀한 경제관계를 유지해 오던 양국은 지난 1983년에 자유무역협정(CER, Closer Economic Relations)을 체결해 무역 및 투자자유화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활발한 인적•물적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무역협정은 그 동안 호주와 뉴질랜드 양국 무역 거래시 장애가 되어오던 관세법과 물량제한법 등을 제거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또한 양국은 여행협정, 공동 식품표준법, 단일경제시장 조약 등 많은 종류의 경제협정을 체결했지만 완전한 통합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2006년 통합위원회의 의장을 역임한 호주의 피터 슬리퍼(Peter Slipper) 의원은 “20세기에서로 전쟁을 했던 유럽 국가들도 유럽연합(EU)으로 통합했는데 호주와 뉴질랜드의 통합은 그것에 비하면 휠씬 쉽다”면서 “양국의 통합은 뉴질랜드의 정체성을 잃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 통합의 실현 가능한 해법으로 ‘동등한 권리를 가진 국가연합’을 제시하기도 했다.
호주와의 통합이 실현되던, 되지 않던 통합에 대한 논의는 그 통합점을 찾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설령 실현되더라도 뉴질랜드 스스로가 자주권을 포기하고 호주에 기대려 한다는 비난도 또한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