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만 가는 중국의 영향력

커져만 가는 중국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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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뉴질랜드가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지 50
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지만,
중국과 수교한지 40주년, 일본과는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때마침 뉴질랜드 정부는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대중 관계 강화 전략을 발표하는가 하면 처음으로 뉴질랜드 목장의 중국자본 매입을 승인해 주었다.
 
중국회사에 크라파 농장 매입 승인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달 27일 7,900ha 규모의 16개 크라파 목장 매입을 중국 상하이 펑신 그룹(Shanghai Pengxin Group)에 승인했다.

2억1,000만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펑신 그룹은 정부 승인을 받기까지 무려 10개월 정도를 소요했다.

뉴질랜드는 해외자본 소유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강화, 지난해 1월부터 일정규모 이상의 토지를 해외자본에 매각시 해외투자청(OIO)의 심의를 거쳐 정부가 최종 결정을 하도록 개정한 바 있다.

이번 크라파 목장 매각은 중국 회사로는 처음으로 뉴질랜드 목장 매입을 승인해 주었다는 점과 야당과 일부 단체들의 거센 반대, 그리고 고등법원의 승인 재고 판결 등이 아시안에 대한 까닭없는 혐오감과 공포증 때문이라는 ‘제노포비아(xenophobia)’ 논란을 불러 왔다는 점에서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중국자본의 크라파 인수 반대 여론 제노포비아’ 논란

알란 크라파(Allan Crafar)가 일군 크라파 목장은 북섬 중앙에 위치해 있다.

지난 2009년 10월 1억9,400만달러의 부도를 맞은 크라파 목장은 당초 홍콩에 기반을 둔 내츄럴 데어리(Natural Dairy)가 입찰을 했으나 2010년말 거부됐다.

표면상의 이유는 외국인투자 규정상의 ‘선량한 인격(good character)’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나 중국자본에 대한 거부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

이어 펑신 그룹이 뉴질랜드에 ‘밀크 뉴질랜드 홀딩스(Milk New Zealand Holdings)’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베테랑 홍보전문가인 세드릭 알란(Cedric Allan)을 대변인으로 고용하면서 매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펑신 그룹은 1997년 지앙 자오바이(Jiang Zhaobai), 지앙 레이(Jiang Lei) 형제가 설립한 회사이다. 대부분의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형 지앙 자오바이는 1988년 단돈 250달러로 건축산업에 뛰어들어 부동산 개발로 9억달러가 넘는 재산을 축적한 입지전적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뉴질랜드 목장 매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자국 유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영유아 6명이 사망하고 30만명에 달하는 피해자가 발생했다.

중국 기업들은 낙농 선진국인 뉴질랜드에서 목장을 운영하면 멜라민 파동 등으로 불신을 받고 있는 중국 유제품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 회사에 크라파 목장 매입을 승인한 하나의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펑신 그룹은 중국에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이 더욱 용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 위해서는 외부자본 필요

정부가 펑신 그룹에 크라파 목장 매입을 승인해 주었다고 해도 조건은 꽤 까다롭다.

목장 경영을 뉴질랜드 국영회사인 랜드코프(Landcorp)에 맡기고 유제품 가공도 뉴질랜드 기업에 맡기며 최소 1,400만달러를 목장에 투자해야 하는 조건들이 포함돼 있다.

또한 이번에 매각하는 목장은 전체 중 1%에 불과하다는 정부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크라파 목장 매각은 야당과 일부 단체들의 거센 반대 여론을 몰고 왔다.

노동당 데이비드 쉬어러(David Shearer) 대표는 "이번 계약으로 뉴질랜드의 소중한 산업 기반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으며 국민은 계속 가난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외투자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외국인들에게 팔린 87만2,313ha의 땅 가운데 중국인들에게 넘어간 부분은 총 223ha로 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과거 미국이나 독일 등이 뉴질랜드 목장을 매입할 땐 반대가 없다가 유독 중국에 대해서만 반대가 심한 것은 편견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마오리 부족 등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펑신 그룹과 목장 매입을 놓고 경쟁했으나 1억7,150달러의 낮은 제시가로 거부됐던 마이클 페이(Michael Fay) 경은 매각이 결정된 후에도 펑신 그룹이 목장 경영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매각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고등법원에 제기했다.

그는 ‘애국주의적’ 접근법으로 국내 기업에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해외투자청은 필요한 지원을 해줄 랜드코프와 파트너를 맺기 때문에 펑신 그룹의 매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지난 15일 펑신 그룹의 목장 매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상당히 과장돼 있다며 정부에 매각 승인을 재고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농민연합의 공식 입장은 뉴질랜드 농장에 대한 해외자본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업부문 부채는 지난 7년 동안 두 배나 불어나 470억달러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과도하기 때문에 농가 스스로 빚을 더 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 조직의 브루스 윌스(Bruce Wills) 회장은 “물론 우리는 경쟁력 우위에 있는 우리의 자산을 너무 많이 외국인에 잃지 않도록 신중해야 하지만, 외부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개발부 스티븐 조이스(Steven Joyce) 장관은 “뉴질랜드인들이 외국인 투자의 혜택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더욱 많은 일자리를 원한다면 외국인 투자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뉴질랜드의 장기적 경제 이익을 위해서라면 ‘제노포비아’적 접근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對中관계 강화 방안 발표

한편 존 키(John Key) 총리는 지난 3일 중국과의 외교관계 수립 40주년을 맞아 양국의 교역과 투자를 확대 강화하는 ‘중국에 대한 문호개방(Opening Doors to China)’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중국 국영 기업들의 뉴질랜드 내 투자와 중국 관광객, 유학생들을 더 많이 유치하고 100억달러 규모인 양국간 무역을 오는 2015년까지 200억달러로 확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뉴질랜드는 정부가 이끄는 경제 사절단의 수를 크게 늘리는 한편 학계, 경제계, 관계 지도자들 간의 관계 증진을 위한 미-뉴질랜드 협의회와 비슷한 기구를 만들게 된다.

이 뉴질랜드-중국 카운슬은 하반기에 키 총리가 중국을 공식 방문할 때 출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전략에는 2025
년까지 교육수출의 경제적 가치를 50억달러 규모로 높인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 분야에도 초점을 맞추어 더 많은 뉴질랜드인이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지난 2008년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중국은 뉴질랜드 분유의 최대 수입국이자 뉴질랜드 국채에 투자하고 있고 캔터베리 지진 재건사업의 자금 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자본력으로 무장해 뉴질랜드의 가장 큰 단일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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