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 뉴질랜드 바람이 올해 들어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젠 가속도가 붙어 이민자 순유출이 10여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은 1991년 12월 이후 마이너스 순이민을 이어가고 있는 호주와 함께 유일한 이민 역조 국가로 밝혀졌다.
캔터베리 지진 이후 뉴질랜드 떠나는 인구 급증
지난 1월 삶의 터전을 해외로 옮겨 새해를 맞이한 뉴질랜드인은 9,143명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해외에서 뉴질랜드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들은 8,641명이었다.
따라서 떠난 사람들이 들어온 사람들보다 502명 많았다.
이러한 순유출 이민자 수는 작년 2월부터 올 1월까지 1년 기준으로 3,134명에 이르렀다. 이는 2001년 8월 이후 최대 규모이다.
영구 또는 1년 이상 장기거주 목적으로 출국 또는 입국한 사람들을 집계한 이 같은 통계청의 자료를 살펴 보면 지난해 10월 103명으로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연간 순이민 규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2월 크라이스트처치를 폐허로 만든 강진 이후 11개월중 10개월 동안 이민자 유출이 유입보다 많았다.
크라이스트처치를 중심으로 하는 캔터베리 지역에서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1년간 해외로 떠난 사람들은 들어온 사람들보다 3,700명 더 많았다.
이에 비해 오클랜드는 5,600명이 늘어나 유일하게 이민자 순유입이 플러스를 기록한 지역으로 조사됐다.
계속되는 호주행 엑소더스
보다 높은 연봉과 생활수준을 위한 키위들의 호주행 엑소더스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호주의 노동시장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타스만 해를 건너간 키위들은 건너온 사람보다 4,743명이 많았다.
지난 1년간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건너간 사람은 기록적인 5만1,939명으로 집계됐지만 호주에서는 1만3,846명이 뉴질랜드로 건너왔다.
유입 인구와 유출 인구의 차이 3만8,093명은 두 나라 사이의 인구이동 중 격차가 가장 큰 것이다.
호주로 떠나는 키위들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많지만, 이보다 광부나 건설인부 등 단순노동 종사자들이 더욱 많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전세계에 살고 있는 81만5,000명의 마오리중 약 6분의 1인 14만명이 호주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뉴질랜드와 달리 호주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마오리에 대한 편견이 적은 호주의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구 이동과 관련해 존 키(John Key) 총리는 “크라이스트처치 강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하지만 뉴질랜드인들이 호주로 건너가는 문제는 지난 40여년 동안 계속돼온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키 총리는 "단기간에 그 같은 문제를 바로 잡을 수는 없다"면서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는 그런 문제들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경제적 여건을 좋게 해 사람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크라이스트처치의 지진 복구 작업이 점점 낙관적으로 변하고 있어 강진 이후 호주로 건너간 뉴질랜드인들이 곧 귀국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호주와 함께 유일하게 순이민 마이너스
호주와 함께 이민자 유입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인 이민자 유입은 1월말 기준 연간 2010년 2,192명, 2011년 1,895명, 2012년 1,657명으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2010년 2,111명, 2011년 2,227명, 2012년 2,142명으로 매년 2,000명선을 넘고 있다.
이민자 순수 증가가 가장 많은 나라는 5,431명을 기록한 영국이고 인도(4,912명), 중국(4,792명), 필리핀(1,833명) 독일(1,613명) 순이다.
해외에 살고 있는 뉴질랜드인들은 이제 60만명이 넘고 있다.
이들의 25%는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들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뉴질랜드 젊은이들이 기회만 닿으면 해외로 나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최근 1,022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콜마 브런튼(Colmar Brunton) 온라인 조사결과 응답자의 18%가 졸업후 뉴질랜드를 떠날 계획인 것으로 밝혔다.
또한 4,000명의 9학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27%가 뉴질랜드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민신청 줄면서 이민부 운영적자 사상최대 전망
한편 비자 신청이 줄면서 이민부의 운영적자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민부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재정위기와 캔터베리 지진 이후 비자 신청건수가 급감하면서 이민부의 운영적자가 올 6월말에 4,4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비자 신청건수는 2010년 53만3,325건에서 지난해 51만6,024건으로 3.2% 줄었다.
영주권 신청이 11.5%로 가장 많이 줄었고 워크비자 신청이 4.7%, 학생비자 신청이 2.6% 각각 감소했다.
이민부는 연간 목표 영주권 쿼터를 4만5,000~5만명으로 잡고 있으나 2010/11회계연도는 목표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4만737명에게 영주권 비자를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민부 운영 수입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비자 신청 수입이 줄었으나 조직의 높은 고정비용으로 인해 단기간에 운영적자를 줄이기 어렵다며 연간 관리비용의 1%를 절감하는 저비용 고효율 운영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행 노후화된 시스템을 대신해 향후 5년에 걸쳐 ‘이민 글로벌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9,050만달러를 투입해 컴퓨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비용 절감을 위한 이민부 직원의 감축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언급이 없으나 정부 부서 통폐합으로 인해 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키 총리는 지난 15일 경제개발부, 과학혁신부, 노동부, 건설주택부를 하나로 묶어 기업혁신고용부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는 이민 신청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술이민의 자격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민자들의 정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