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을 앞두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진로를 선택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자신의 강점과 관심분야뿐 아니라 미래의 취업 기회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한다. 3사분기 실업률이 13년 만에 최고 수준인 7.3%로 조사됐다. 이처럼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용주들의 30%가 기술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대학 등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전공 사이에 심한 불일치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난해 학사 과정을 공부한 13만 명의 학생들 중 엔지니어링 관련 전공은 4.3%인 5,570명에 불과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2%에 비하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노동∙이민조사센터의 ‘2020년 중장기 고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1차 가공과 건축 관련 분야, 기계 장비 및 금속과 같은 제조업 등에서 강한 고용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이런 분야들에서 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과학과 수학, 커뮤니케이션 과목 등이 중요시된다.
정보통신기술(ICT)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ICT 관련 학위 졸업생들이 45% 감소하면서 인력 부족이 심화됐다. 지난 몇 년 동안의 경기침체기에도 ICT 분야는 꾸준히 발전해 왔고 현재도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ICT 분야 취업알선업체 포텐티아(Potentia)의 조쉬 콤리(Josh Comrie) 대표는 ICT 직종은 세계적으로 취업기회가 열려 있고 보수도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트레이드 미(Trade Me)의 조사결과 올 상반기 고임금 상위 6개 직종 가운데 5개가 ICT 관련 직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콤리 대표는 현재 비즈니스 분석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프로젝트 매니저 등의 인력은 부족하지만 데스크탑, 서버와 같은 인프라를 지원하는 인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사설기관부터 대학까지 많은 교육기관들에서 ICT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정부는 지난달 대학과 폴리테크닉에 내년도 엔지니어링 계열 정원의 확대를 요청했고, 이에 교육기관들도 1,000명을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1월부터 1,200만달러를 추가로 교육기관들에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엔지니어링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엔지니어 뉴질랜드 협회의 앤드류 클레랜드(Andrew Cleland) 회장에 따르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매년 2,750명의 엔지니어링 학위 졸업생이 배출돼야 하는데 2008년 기준 졸업생은 1,50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4년제 레벨8의 경영자급과 전문 엔지니어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레벨6 디플로마와 레벨7 학위 소지자들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엔지니어링 계열을 공부하려면 물리와 수학, 특히 미적분학이 기본이고 화학과 기술 과목도 도움이 된다.
엔지니어 뉴질랜드 협회에 따르면 회사에서는 기술적 능력뿐 아니라 건강하고 커뮤니케이션 및 팀워크에 능한 인재를 선호한다고 한다.
150억달러 규모의 식품산업도 기술인력이 부족하여 눈여겨볼 분야이다. 폰테라(Fonterra), 팁톱(Tip Top), 허바즈(Hubbards), 와티(Wattie), 프루코(Frucor) 등 제법 많은 식품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취업의 문도 넓은 편이다.
건물과 다리 건설 등 철골조를 이용한 건축에 필요한 관련 기술 인력도 부족하다. 자동제어 기계와 로봇 관련 인력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고 전자기술과 텔레커뮤니케이션 분야 인력도 발전소와 케이블 회사 등에 취업 전망이 밝다.
엔지니어링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은 오클랜드에 5개 학교를 포함해 전국에 8개 학교들이 있다. 그 가운데 4년제 전문 엔지니어링 학위를 공부할 수 있는 학교는 오클랜드대, AUT, 매시대, 와이카토대, 빅토리아대 등 5개 대학교이다.
보건 의료
수명 연장과 인구 증가, 노령화된 노동력 등은 보건 의료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불러 오고 있다.
이 분야 취업알선업체 제네바 헬스(Geneva Health)의 조세핀 왈리스(Josephine Wallis) 대표는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학사 학위 이상의 보건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는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형외과와 소아과, 정신건강, 수술분야 등 특정 부문의 간호사들이 태부족이고 병원 및 커뮤니티 단위 약국, 병원 단위의 조산사 등도 부족한 실정이다.
왈라스 대표는 경기침체로 지난 2년 동안 신규 채용률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일단 첫 직장을 잡으면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GP와 전문의 등 의사의 부족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많은 의료행위가 커뮤니티 단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커뮤니티 단위 보건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조언이다.
약학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은 오클랜드대와 오타고대 등 2곳뿐이고 간호학은 AUT를 포함해 17개 학교에서, 조산사 학위는 5개 학교에서 과정을 제공한다.
건축
지난 몇 년 동안 건축 경기는 침체했지만 크라이스트처치 재건이 본격화되고 오클랜드 주택 건설이 가속화되어 건축 인력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오클랜드는 현재의 인구증가 추세를 이어갈 경우 향후 10년간 매년 1만채의 신규 주택이 필요하지만 현재 지어지고 있는 주택은 매년 4,000채 정도에 불과하다.
건축산업훈련협회의 루마 가라이티아나(Ruma Karaitiana) 회장은 장기적으로 건축 관련 전문직의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어 이 부문의 세대 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축공학, 측량, 공사관리 등 높은 수준의 건축 직종을 도전하기 위해서는 수학, 과학, 기술 과목들이 기본이다.
건축 회사들은 초보직의 경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견습생과 훈련 프로그램에 입학한 학생들을 비슷하게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지난 6월부터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70%의 고등학생들이 학문 이외에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고교 NCEA에 직업진로과정을 공식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내년부터 모든 고등학교에 확대될 이 직업진로과정은 건축 이외에도 1차 산업, 제조 및 기술, 서비스업, 사회 및 커뮤니티 서비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초보직을 지원할 경우 건축 관련 훈련기관들을 찾으면 되고 전문적이고 경영적인 위치를 원할 경우 대학과 기술전문대학 등에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카라이티아나 회장은 손재주가 좋고 도구를 다룰 수 있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고된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환영 받고 있다고 전했다.
1차 산업
뉴질랜드 주력산업인 1차 산업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도와 중국 등 중산층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나라들로부터 뉴질랜드산 과일과 채소, 와인 등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나라들로부터 건축에 필요한 목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산림과학과 산림경영 등을 전공한 졸업생과 생물자원 및 에탄올 등 대체 에너지원을 전공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1차 산업계는 미래에 더욱 많은 농학 학위 졸업생과 견습생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