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6일과 17일 양일간, 재뉴 한국공관과 한국재단의 후원, 그리고 오클랜드대학 아시아협회 주관으로 한-뉴 국교수립 50주년 (한국과 호주는 51주년)을 기념하는 “뉴질랜드, 한국,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먼 이웃에서 가까운 이웃으로 (From distance to closeness)”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가 오클랜드대학에서 개최됐다.
한국은 물론,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한국학 센터가 개설된 주요 국가의 중견학자 20명이 패널로 초청돼, 5개 분과별로 각각 3-4명의 학자들이 한 조가 돼 주제발표를 했는데, 제한된 지면사정상 여러 학자들의 이름과 소속, 그리고 일반 독자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따분한 학문적인 설명을 생략하고, 독자의 관심에 부응하는 관련 언론기사와 통계자료를 덧붙였음을 밝힌다.
(1) 한-뉴 외교관계의 시작과 대 북한관계
뉴질랜드 정부는 1949년 7월,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한 UN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져주었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UN군의 일원으로 6천20명의 군대를 파견, 그 중 45명의 사망자를 낳은 혈맹국이며, 한국전쟁 이후에도 국제 외교무대에서 변함없이 한국을 지지해 준 전통적인 선린우방국이다.
1962년 3월, 한-뉴 외교관계가 수립됐고, 1968년 9월, 박정희 대통령의 뉴질랜드 국빈 방문, 그해 10월, Holyoake 뉴질랜드 총리의 한국 답방으로 상호교류의 급물살을 타며, 무역, 경제, 기술 협력관계를 본격적으로 열어가기 시작했다.
1950-60년대, 콜롬보 플랜하에 3백명의 한국 유학생들이 뉴질랜드 정부의 전액 장학금 지급으로 낙농, 원예, 임업 분야의 생산과 마케팅관련 공부와 기술연수를 마치고 돌아가거나 뉴질랜드 현지에 정착했다.
한편, 북한과는 2001년 3월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서울주재 뉴질랜드 대사가 북한대사를 겸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북한대사가 뉴질랜드 대사를 겸하고 있다. 전 뉴질랜드 외무부장관 윈스턴 피터스가 2007년 11월 남북한을 연이어 방문한 바 있으나, 가장 최근의 인적교류가 2007년일 정도로 관계가 소원한 상태다.
(2) 현지인들의 한인에 대한 인식과 한인2세들의 정체성
뉴질랜드 통계부에 따르면, 뉴질랜드 거주자의 11%가 아시안 이민자며, 한국교민 숫자는 3만명 (30,729명, 2006년 인구센서스 기준, 2011년 2월 22일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으로 인해 다음 인구조사는 2013년 3월5일(화)로 연기)이다. 그 중 2만여명이 현지 총인구의 1/3인 1백48만명이 거주하는 오클랜드에, 또 오클랜드 거주 한인의 70%가 하버브리지 북쪽 노스쇼어 지역에 집중적으로 살고 있어서, 노스쇼어에서 만큼은 한국어가 영어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다. 반면, 한국내에는 주로 영어교사인 약 1천5백여명의 뉴질랜드인이 거주하고 있다.
한국인 이민자들의 뉴질랜드이민 이유로 “깨끗한 환경, 좋은 교육제도, 그리고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질 높은 삶”을 꼽았으며, 대부분 자영업에 종사하면서, 주류사회의 틈새시장인 데어리숍, 세탁소(빨래방 포함), 스시숍을 공략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으며, 오클랜드에만 한식집 2백여개를 포함해 2천여개의 한인사업체를 운영했으나, 2007-2009년 사이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30퍼센트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 한인의 약 70%가 교회에 다니며, 이민자의 수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상 영어회화 능력을 기준으로 보면, 아시안 이민자중 인도인(92%)의 영어능력이 가장 뛰어난 반면, 한인들은 아시안 이민자의 평균치(85%) 에도 훨씬 못미치는 70%만이 생활영어 구사능력을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작은 (소비자)시장, 영어장벽 등 뉴질랜드에서의 비지니스 애로사항 타개책으로 “구매력 높은 중국인 고객, 특히 중국인 유학생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야 하며, 모든 인종이 즐길 수 있는 메뉴개발”이 불황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으로 추천됐다.
뉴질랜드거주 한인들의 연령별 인구구성비는 10대들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고, 35세이상의 한인 성비중 여성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를 따라 이민 온 16세이하의 자녀들을 코위(KOWI) 1.5세대로 규정하고, ‘한국적 사고방식’을 가진 부모와 뉴질랜드 현지 교육을 받은 코위 1.5세대 자녀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들은 일단 친구가 되면 깊게 사귀는 반면, 뉴질랜드인들은 얕게 많이 사귀는 스타일이어서, 한인 이민자의 약 55%가 키위 친구가 없거나 겨우 1명에 그치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어와 영어 등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 한-뉴 두 문화간의 교량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자신들의 부모세대(이민1세대)보다 더 잘 2세들을 교육할 수 있는 등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으므로,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고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3) 잿더미속에서 일어난 불사조: 한-뉴 교역현황과 FTA
양국 경제 파트너쉽은 상호호혜와 상호보완의 무역관계를 토대로 하고 있다. 한국은 뉴질랜드의 5번째 무역상대국이며, 양국간 교역액은 1972년 서울에 뉴질랜드 대사관이 개관한 이래, 2백만달러(NZ$)에서 2012년 6월 현재 상품교역액만 31억 뉴질랜드달러를 넘어섰다.
뉴질랜드의 한국에 대한 수출품목은 원목, 알루미늄, 쇠고기, 키위(과일), 유제품 및 해산물 등이고, 반면 한국은 자본 투자 및 자동차, 전자기기, 기계류 등의 소비재를 뉴질랜드에 수출하고 있다.
세계 9대 무역대국(올해는 세계 8대 무역대국이 될 예정)이 된 한국은 뉴질랜드의 2대 유학생 송출국(2010년 현재), 7대 방문객 송출국(2011년 현재)이며, 한솔포렘, 대성그룹, 대주그룹 및 1997년 뉴질랜드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제조기업 ㈜오뚜기와 같은 선도적 한국 기업들이 뉴질랜드에 투자했고, 2010년 시장에 취임한 렌 브라운 오클랜드시장이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2009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의 뉴질랜드 방문시 존키 총리와 한-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래, 양국은 2009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으나, 농축산물시장 개방에 소극적인 한국과 임시 방문비자 발급규정의 완화를 꺼리는 뉴질랜드간의 이익균형에 관한 이견으로 협상이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다.
(4) 최근의 ‘한류’ 열풍을 중심으로 한 문화교류와 21세기 동반자관계
1994년 8월, 한-뉴간에 방문비자 면제국 지위를 부여해, 3개월까지 상호 방문비자 발급을 면제해주며, 1999년 5월, 워킹 할러데이 협정체결로, 매년, 18세이상 30세이하의 한국과 뉴질랜드 청년 각각 1천8백명에게 1년동안, 상대국에서 일하면서 공부하거나 관광하는 기회를 평생 딱 한 번만 제공한다.
또한, 오클랜드-부산/포항, 크라이스트처치-서울 송파구간에 자매결연 협정을 맺어 상호 기념행사와 인적교류를 확대하고 있고, 2년마다 오클랜드를 찾는 대한민국 해군 순양훈련전단 (올해는 6백20명의 승조원을 태운 ‘충무공 이순신함’과 ‘대청함’ 등 두 전함이 3박4일 일정으로 기항)이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위상과 문화를 선양하고, 현지 거주 한인들과 그 2세들에게는 모국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동안 성취한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아울러 때마침 전세계를 강타한 “강남스타일”로 대변되는 ‘한류(Korean Wave)’가 뉴질랜드인들에게 전쟁으로 얼룩진 부정적인 이미지의 한국을 새롭게 변신시키고 있다.
뉴질랜드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약 7백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올해 7월, 오클랜드에 한국 교육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오클랜드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이 개설돼 한국어 무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9월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뉴질랜드 톱 40 뮤직 차트’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한국음식, 드라마, 음악(K-pop), 춤, 영화(K-film)에 대한 현지인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국문화의 이러한 발전적인 변화와 뉴질랜드 문화와의 적응을 통해, 뉴질랜드 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조만간, 양국간 FTA의 체결과 발효로 인적, 물적교류가 더욱 확대, 심화될 것이며, 특히, 양국이 미래의 핵심적인 경제성장 동력으로 선정한 ‘녹색성장(Green Growth)’에 대한 공통된 지지와 폭넓은 이해로 경제가치를 공유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대한 지지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무책임하고 호전적인 행동에 대해 한국과 더불어 협조하고 우정을 나누는 21세기를 향한 양국의 동반자관계를 지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