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 이민자 취업, 정녕 불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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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9/2005. 15:09
코리아타임즈 ()
핵물리학자가 택시운전을…, 최근 한국에서는 모회사 광고카피인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가 유행처럼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용기를 심어 주고 있기는 하지만 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에게는 그리 쉽게 와닿지 않는 말로…
지난달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유력 일간지인 'Atlanta Journal Constitution'은 '한국의 중산층이 미국의 막노동꾼으로…'라는 제목하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자녀교육으로 인한 고민때문에 생활 및 소득수준이 비교적 높은 한국의 고급인력들이 미국 농촌으로 건너와 막노동꾼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비단 이러한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평균 20만 US달러를 가지고 오며 6주안에 전 가족이 영주권을 받고 1년의 의무취업기간을 채우면 LA나 뉴욕 등 대도시로 이주할 수가 있으며 5년 뒤에는 시민권도 신청할 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처럼 노동부에서 직접 주관하는 이민자를 위한 취업프로그램이 있는 미국과는 달리 뉴질랜드는 상황이 좀 더 심각한 편으로 현지업체에 들어간다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워 대다수가 작은 비지니스를 운영하거나 실업수당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96년 이민와서 현재 오클랜드 대학에서 근무하는 한 인도인 직원은 "나는 가끔씩 뉴질랜드는 인종차별이 심한 국가들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모든 일에는 장, 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보통 뉴질랜더는 이민자들로 인해 교통혼란, 자연파괴, 쓰레기, 범죄문제 등이 더욱더 심각 해진다는 부정적인 면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들이 경계심을 풀고 마음을 열지 않는 이상 이민자들이 현지사회에 들어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비록 저임금의 허드렛일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일자리를 잃을까봐 우려하는 기존 기득권세력들의 싸늘한 시선도 견뎌내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민자(현지업체근무)는 뉴질랜드에서 아시안 이민자를 채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국민이 기피하는 일이거나 급여가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따 라서 현지취업을 하려고 할 때는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보이지 않는 차별 등은 반드시 감수해야만 한다라고 주장했다.
***** 고급인력 중, 최소 1,047명이 실업수당에 의존 *****
NZQA의 승인을 받은 박사학위를 가지고 심리학자인 아내, 그리고 15세된 아들과 함께 5개월전에 뉴질랜드로 온 인도인 A모씨는 입국당시만 해도 의기양양했지만 지금 그의 얼굴엔 노여움, 절망감만이 가득 남아 있을 뿐이다. 그는 그 어느 곳에서도 그의 기술을 접목시킬 만한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했는데 이에 주위에서는 가져온 정착자금을 축내지 말고 차라리 주유소에서 일하거나 고객방문판매 등을 해보라고 권유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자신이 정말 미웠고 그냥 화가 날 뿐이었다."며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사실 그는 뉴질 랜드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고급기술 분야의 풍부한 경력을 가진 소유자이다. 그에 따르면 면접시 자주 듣는 말로는 '뉴질랜드에서의 경력부재'였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고용전문가들은 "솔직히 그러한 말은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것으로 단지 이민자를 고용하기가 꺼려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에서 대기업 고위간부였던 Liu씨는 북경어, 광동어, 일본어는 물론 영어도 현지인 못지않게 능숙하게 구사를 했지만 뉴질랜드에서의 현실은 냉엄했다. 거의 1년 넘게 실업자로 지내면서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 벌써 50군데가 넘는 기업체에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면접은 커녕 서류전형조차 제대로 통과되지 못해 더 큰 상실감에 빠져 있다. 원인모를(?) 최악의 취업전선에서는 그의 화려한 취업경쟁력도 무용지물이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극심한 노동력부족사태를 겪고 있는 오클랜드 지역은 현재 1,047명의 고급인력들이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Human Rights Commission의 Judy McGregor씨는 "이러한 사실은 실업률 사상최저, 구인광고 홍수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으로 결국 노골적인 차별대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고용주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면 예전에 전혀 이민자를 고용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능력에 대해 당연히 의문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민자를 고용해 성공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Couplan d's Bakeries'의 Karel Adriaens사장은 "크라이스트처치 본점 150명 직원 중 10%는 뉴질랜드 태생이 아니다."며 "그들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 었다. 오히려 말많고 고학력의 고용인들이 문제가 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Social Development부는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1,047 명의 숙련공들은 나이가 모두 60세 이하로서 아직도 한창 일할 나이로 대부분이 99년 이후 뉴질랜드로 온 이민자들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들 중에서도 19%(198명)는 최고급 인력군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용전문가는 "현재 불완전 고용(Underemployment:능력 이하의 일에 종사)의 통계를 정확하게 산출할 수는 없겠지만 고급 이민자인력들은 오늘도 초보적인(Entry-Level) 택시운전이나 주유원의 일을 찾아 헤메고 있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Work & Income의 이민자 담당관인 Sally Ewer는 "지난 1년(Feb/04-Feb/05)동안 실업수당을 받는 고급인력들이 무려 37%나 감소했다."며 "지금의 노동력 부족사태는 고용주들이 메가톤급(?)의 능력을 갖춘 이들을 찾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 했다.
***** 이해할 수 없는 고용주의 선입견 *****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고용주들은 이민자를 고용할 때 출신국가의 배경 그 중에서도 영화나 gossip(주로 뜬소문)에서 접한 삶의 질이라든지 생활수준을 기준으로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개발도상국가 또는 아시안국가의 이민자들은 취직시 유럽이나 미주국가들 이민자에 비해 마이너스요인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상당수 고용주들은 중국, 인도, 태평양 섬나라 출신의 이민자들은 기본 부정적인 이미지에다가 낮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는 편협된 사고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증국 커뮤니티의 한 관계자는 "뉴질랜드 사회는 때때로 타인종이나 타민족에 대한 배타적 감정이 지나치게 강한 편이다. 그런가 하면 같은 백인종에 대해서는 대체로 호의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는데 반해 아시안을 비롯한 개발 도상국의 국민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지니고 있는 것이 대다수 뉴질랜더들의 정서이다."고 지적했다.
4년전 인도네시아에서 온 'C'모씨는 "무려 3년간 나의 자격증에 적합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내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말 드디어 Pak N Sav e에 취직을 했다. 물론 많이 힘들었지만 당시 매우 기뻤다. 그리고 이제 더이상의 택시운전 사는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나의 바램이다."라며 "뒤돌아보면 한가지 슬픈 사실이 있는데 그건 바로 이 나라, 뉴질랜드는 나의 회계학위와 파이낸스 석사자격증을 절대로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말을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게다가 고용주들은 뉴질랜드 경력이 없거나 특이한 이름을 가진 지원자들이 있다면 그들의 영어실력을 판단하기 위한 그 어떤 테스트도 없이 그냥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라고 자체 진단한 뒤 면접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오클랜드 상공회의소 Leah Gates는 전했다. 그는 또한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고용주들이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이민자에 대한 작은 배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에서의 경력부재를 이유로 취업실패의 아픔을 경험한 한 중국인은 미국의 유명회사에서 5년간 전기 기술자로 일하던 고급인력이었다. 그는 "한 분야에서만 15년을 근무 한 나의 경력과 무수히 많은 자격증들이 모두 쓰레기란 말인가"고 반문하면서 "솔직히 미국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기술력을 보유한 이 곳이 뭐가 그리 대단한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해답은 뉴질랜드 경력(?) *****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성공적인 현지취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뉴질랜드에서 가능한한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중국의 해운회사에서 10년간 일한 경험 그리고 경제학위를 보유한 Sonia Sun씨 (33세)는 2003년 11월 홀로 뉴질랜드로 와서 취업을 위해 여러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역시 '뉴질랜드 경력부재'로 퇴짜를 맞았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New Kiwis'로 불렸던 Regional Migrant Centre를 통한 꾸준한 워크샵참여, 각종 파트타임 일로 차츰 현지업체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Bax Global's(직원140명)'에 합격하게 되었다.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의 고국에서와 같은 일을 찾은 인도인 Bryan씨도 "처음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자원봉사, 관련직종의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현지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가능, 그것은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라 는 말이 있듯이 철저한 사전준비로 닥쳐올 시행착오를 미리 줄인다면 성공적인 취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