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우리 머리에 떠오르는 스포츠는 단연 스키이다. 젊은층은 스키보다는 스노보드를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 역시 스키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함께 즐기는 레저이므로 보통 스키장이라고 하면 두 종목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장소를 지칭하는 셈이다.
뉴질랜드에 겨울이 시작된 지 꽤 됐건만 국내의 각 스키장에 눈이 별로 쌓이지 않아 스키 마니아들을 실망시켰는데,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눈이 7월 들어서면서부터 내리기 시작, 손님맞이에 나선 스키장 직원들을 함박 웃음 짓게 만들었다.
News Window,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남섬의 몇 군데 스키장들을 소개하고 또한 스키장에서는 어떤 사고가 주로 나는지 등에 대해 알아본다.
▲ 마운트 헛 스키장 클럽 하우스와 진입로 전경
<<“남반구 최상의 파우더 내린다”- 마운트 헛 스키장>>
보통 남섬의 스키장들은 크라이스트처치 인근의 스키장들과 퀸스타운 인근에 위치한 스키장 등 크게 두 지역의 스키장들로 나뉘어진다.
이 가운데 스키장 규모나 찾아오는 스키어들 숫자에서 가장 많은 곳이 마운트 헛과 코로넷 피크, 그리고 리마커블스 등인데 이 3곳의 스키장은 ‘NZ Ski’ 소속으로 이 중 마운트 헛이 오늘 소개할 스키장이다.
마운트 헛 외에도 캔터베리에는 ‘포터스’라는 대중 스키장이 있으나 좌식 리프트가 없고 T바 등과 같은 간이 리프트만 설치돼 있어 숙달된 젊은 스키어라면 모를까 자녀들까지 동반하는 경우에는 권하기에 좀 머뭇거려진다.
예전에 마운트 헛은 웹사이트에서 ‘남반구에서 가장 건조하고 가벼운 최상급의 파우더(Deepest, Lightest, Driest Power)’가 내린다고 자랑을 했었다. 파우더가 어떤 종류의 눈인지는 마니아들이 더 잘 알 터이니 설명은 생략하고 그 자랑스런(?) 파우더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스키장 진입로는 강원도 군사 작전도로>
스키장 주차장까지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105km, 차량으로 2시간 가량 걸린다. 시내(공항)에서 서해안으로 가는 73번 국도로 웨스트 멜톤(West Melton)을 지나 10km가량 더 가면 왼쪽으로 호로라타(Hororata)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호로라타를 거치면 국도 72호선과 만나고 경치 좋은 라카이아 협곡(Rakaia Gorge) 다리를 건너 20여분 더 가게 되면 고대하던 마운트 헛 간판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2km쯤은 포장도로이지만 그 이후는 본격적인 강원도 군용도로와 같은 산길이 시작돼 초보운전자는 그야말로 간담이 서늘해진다.
만약 눈이라도 쌓였다면 꼼짝 없이 체인까지 장착해야 돼 오클랜드나 다른 지역에서 이곳을 찾는 교민들은 차를 빌릴 생각을 말고 아예 처음부터 스키장까지 셔틀을 이용하는 게 속 편하다. 셔틀 안내는 스키장 웹페이지(www.nzski.co.nz)의 ‘Transport’를 보면 되고 신문광고도 많이 난다. 일부 셔틀은 숙소에서부터 ‘Door To Door’ 서비스도 한다.
그리고 출발 전 스키장비와 함께 학생증 등 요금 할인을 위한 증명서도 꼭 챙기자. 나아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스키장 개장 여부와 날씨를 꼭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자. 크라이스트처치는 괜찮은데 스키장은 안 그런 경우가 많은데 특히 강풍 때문에 스키장은 물론 진입도로가 아예 폐쇄되는 경우도 많다.
<할인제도 별로 없는 NZ 스키장들>
어김 없이 금년에도 리프트권 가격이 또 올랐다. 종일권 기준으로 성인 $95, 청소년과 시니어 $53, 학생 $74이다. 한국 같으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카드와 같은 갖가지 할인제도가 없다는 점, 필자 역시 뉴질랜드의 스키장들을 갈 때마다 속이 쓰려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만약 초보자라면 비기너 리프트만 구입하면 되고 연령 구분은 10세 이하와 75세 이상은 무료, 65~74세까지는 경로우대(시니어), 그리고 성인은 18~64세이며, 청소년은 11~17세까지이다. 18세 이상의 고교생이나 어학원, 대학생 등이 이용하는 학생권은 32주 이상 공부하는 유효기간 내의 풀타임 학생증(호주 포함)이 있어야 하고 이른바 국제학생증(ISIC)은 적용 안 된다. 그런데 이 학생 할인 역시 주말에는 안 된다고 하니 참 얄밉다.
개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개장 바로 스키를 즐기려면 크라이스트처치를 아침 7시 이전에는 벗어나야 한다. 빨리 도착했다면 가급적 주차장 입구 쪽에 차를 세우는 게 오후에 빨리 빠져 나올 수 있는 요령.
성수기에도 리프트 앞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 오후 4시까지 계속 탄다면 체력적으로 꽤 힘든 경우도 많아서 필자는 보통 폐장 1시간이나 30분 전쯤 미리 빠져 나와 진입도로가 막히기 전 귀가 길에 오르곤 한다. 물론 오후권(12시 30분~4시)도 있다.
<이제 본격 슬로프에 오르자>
준비가 완료됐으면 슬로프 공략에 나서는데 우선 비기너는 왼쪽 매직 카펫으로 가면 그야말로 초보자 과정을 밟을 수 있으며 이른바 무빙 워크가 있어 편리하다.
마운트 헛 상단 정상부는 한라산보다도 높은 2,086m. 아래의 스키장 클럽 하우스까지 고도차는 683m인데 슬로프 중간에 휴게실은커녕 화장실 하나 없다는 점 또한 한국 스키장과 다른 점.
스키장 전체 면적은 365헥타르, 그 중 슬로프가 42헥타르이다. 초보 25%, 중급 50%, 그리고 상급자용 25%로 구성되어 있고 정상부터 내려오는 최장 코스는 2km에 이른다. 리프트 시설에서 중, 상급자에게 가장 인기 많은 6인용은 속도가 빨라 탑승 시 조금 주의가 요구되고 그 왼쪽의 4인용은 중급자들이 이용하기에 알맞다.
그리고 클럽하우스에는 카페와 식당, 렌탈샵 등이 있고 점심을 먹거나 쉴 때는 그 앞의 야외의자를 이용해도 되는데, 성수기에는 키위들은 물론 호주, 일본 등지에서 오는 스키어와 교민들도 자주 만날 수 있다.
한편 리프트 최정상에서 서편으로 바라다보이는 서던 알프스 산맥의 눈 덮인 전망은 마치 히말라야에라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근사한 풍경이다. 이곳 정상에서 캔터베리 대평원을 내려다보며 질주하는 그 장쾌함은 맛 본 사람만이 안다.
<귀가할 때도 요령이 필요>
캔터베리 위도는 남위 43도 정도, 한국으로 치면 만주 최북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겨울에는 낮이 짧아 오후 5시면 어둑어둑해진다. 스키장이 4시에 끝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내려가는 길이 외줄기다 보니 주차장에서 나와 산 밑 국도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곳에서 크라이스트처치까지 오는 시간보다 더 걸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 남보다 조금 일찍 스키장을 벗어나는 게 빨리 귀가해 스키로 지친 몸을 쉬게 할 수 있는 요령.
크라이스트처치까지 돌아올 때 길이 막히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매년 이곳 스키장을 찾는 외국 관광객 사고가 가끔 나다 보니 경찰의 과속 단속이 종종 있다. 스키 시즌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에 미국의 유명 배우인 크리스 파인이 음주단속에 걸렸던 곳도 이 근방이었다.
<스키장에 숙소가 없다?>
마운트 헛 자체에는 일반인이 머무르는 숙박시설이 아예 없다. 그러다 보니 인근 소도시인 메쓰벤에 호텔이 있고 스키장 주변과 라카이아 고지 등에 몇 개 숙박시설이 있으나 미리 예약해야 한다.
숙소 현황도 웹페이지에 있지만 이곳 교민들은 물론 먼 곳에서 온 스키어들도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당일치기를 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시내에서 장비를 빌리는 경우도 많으며 가는 도중에도 몇몇 장비 대여점이 있는데 스키장 내 렌탈샵보다 다소 저렴하고 귀로에 반납하면 된다.
일부 셔틀버스 업체에서는 리프트권과 장비 대여, 나아가 초보자 강습까지 포함해 스키여행권을 파는 경우도 있으니 이를 이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
<<안전은 스스로 지키는 것이 최상>>
이미 스키장에 많이 다녀본 분들은 잘 알겠지만 뉴질랜드의 스키장들은 슬로프에 펜스 등 안전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 대신 자기 수준에 맞는 슬로프를 이용해야 하며 안전은 자기책임이라는 간판은 꼭 있다. 이 걸 안 지키면 어떻게 되는지는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또 한가지 추가할 것은 바람 및 안개에도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인데, 순식간에 강풍과 함께 온통 눈 앞이 하얗게 변하는 이른바 ‘화이트아웃’ 현상이 벌어지면서 리프트 운행까지 정지됐던 광경은 필자 역시 이민 후 뉴질랜드 스키장에서 처음 겪어 봤던 일이다.
한편 ACC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13년 시즌에 스키를 타다가 다쳐 치료를 받은 건수는 8,867건, 스노보드는 5,697건으로 각각 나타났으며 평균 치료비는 스키 $1,483, 스노보드 $983으로 집계됐다.
그 중 스키는 무릎을 다친 경우가 29%(2,602건)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14%(1,227건)의 어깨였으며 세 번째는 977건(11%)의 허리 및 척추였고 네 번째는 607건(7%)의 목 부위였다.
반면 스노보드는 어깨 부상이 18%(1,018건)로 가장 많았고 허리와 척추가 14%(782건)으로 그 다음으로 많은 부상 부위였으며, 무릎 663건(12%)과 손(목) 606건(11%)이 세 번째와 네 번째를 차지해 스키와 스노보드가 많이 다치는 부위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또 하나 관련 자료를 보면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기던 중 부상 당하는 이들 대부분이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 다쳤으며, 부상자 연령은 10~29세가 대부분이었다는 통계도 나와 있어 이를 유념하는 게 좋겠다.
어쨌든 자기 수준에 알맞은 슬로프에서 체력적 안배를 하며 안전하게 스키를 즐기는 게 진정한 스키어, 스노보더의 자세이지 않을까? 자, 스키장으로 출발!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