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서 통용되는 지폐는 5달러짜리부터 100달러짜리까지 모두 5가지인데 이들은 모두 1990년대에 처음 디자인됐으며 이후 1999년에 재질이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머(Polymer)’로 바뀐 뒤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 11월 20일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현행 지폐를 대신할 새로운 지폐를 발행해 내년 후반기부터 사용하기 시작한다는 계획을 발표함과 아울러 새 지폐의 디자인도 함께 공개했다.
이번 호에서는 새로 발행하게 된 지폐 디자인을 권종(금액)별로 소개하고 이처럼 중앙은행이 지폐를 변경하게 된 이유와 배경 등을 알아본다.
<크기는 그대로, 위조방지 기술은 더 정교하게>
이번에 발행되는 새 지폐는 기존 지폐에 비해 훨씬 색깔이 다양해지고 밝아진 데 반해 앞면에 인쇄되는 인물 초상은 기존과 같은 인물이 그대로 등장하며 지폐 크기도 종전과 같다.
반면 문양은 여러 가지로 달라진 점이 많이 눈이 띄는데 종전보다 훨씬 정교해지고 세밀해졌다는 점과 함께 갖가지 보안장치가 강화된 점도 확인된다.
중앙은행은 이번 발표에서, 현행 지폐가 발행된 지 15년이나 지났고 그동안 인쇄나 복사를 포함해 스캐닝 등 지폐 위조와 연관될 수 있는 각종 첨단기술도 획기적으로 진화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위조에 드는 비용도 과거에 비해 크게 내려간 점도 새 지폐 발행에 영향을 미쳤는데, 실제 근래 국내에서는 비록 조잡한 수준이기는 했지만 컬러프린터 등을 이용해 몇 차례 위폐가 제작돼 사용되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현재 뉴질랜드 지폐는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조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국내 화폐의 안전성을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하고자 새 지폐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새 지폐는 언제부터 유통?>
이번에 새로 등장하는 지폐는 권종별로 각각 다르게 시중에 공급된다. 먼저 5달러와 10달러 지폐는 2015년 10월부터 공급되며 20, 50, 100 달러 지폐는 그 다음해인 2016년 4월부터 유통될 예정이다.
새 지폐가 시중은행들을 통해 공급되므로 일반인들이 새 지폐를 마주하려면 실제 발행 개시일보다도 며칠, 또는 몇 주 정도 늦을 것으로 보이며 당연히 기존 화폐도 당분간은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구권 화폐는 기존 시스템을 이용해 시간을 두고 시중은행을 통해 점진적으로 중앙은행으로 회수되는데, 은행 측은 구권 화폐가 신 지폐 유통 후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시중에서 대부분 회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새 지폐는 시중에 실제로 공급, 유통되기 전에 엄격한 테스트를 거치는데 이 테스트에는 위조 방지 기술은 물론 화폐의 내구성 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되며, 현재 시중의 각 은행이나 사업체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자동입출금기나 위조화폐 감식기 등에 대한 테스트도 당연히 실시된다.
중앙은행 측은 발행 이전에 자동입출금기처럼 화폐 유통과 관련된 장비를 제조하거나 관리하는 업체들과 협의할 예정인데, 이와 관련해 중앙은행 측에서는 각 소매업체 운영자들도 기기 제공업체에 사전에 문의해 대비해 줄 것을 요망했다.
<새 지폐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우선 외양으로 보자면 색깔이 기존보다 훨씬 밝고 화사해졌다. 특히 100달러짜리는 붉은색이 강화돼 눈에 확 들어오는데, 이처럼 각 권종별로 색의 차이가 더욱 확연해져 종전보다 구별이 훨씬 더 수월해졌다.
또한 액면 표시 위치가 가운데로 옮겨졌으며 그 크기도 커지고 종전보다 더 굵어진 데다가 숫자를 나타내는 색깔 역시 5달러짜리는 갈색, 10달러는 푸른색, 20달러는 녹색, 그리고 50달러와 100달러는 각각 보라색과 붉은색이 쓰이는 등 권종별로 각기 다른 색을 이용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나아가 전면 왼쪽에 토종 조류들의 문양을 추가하고 기존 홀로그램에 새로운 기술을 추가해 위조를 더욱 어렵게 했으며, 오른쪽에 위치하는 투명창의 크기도 확대하는 등 보안 측면에서의 기능도 정교해지고 강화됐다.
여기에 뉴질랜드의 문화적 다양성을 나타내고자 기존 지폐에는 없던 마오리 문자를 삽입했는데, 뉴질랜드를 나타내는‘아오테아로아(Aotearoa)’를 기존 지폐 뒷면의 국가명 아래에 병기했으며, 앞면에는 중앙은행을 의미하는 마오리 단어인 테 푸테아 마투아(Te Putea Matua)를 역시 나란히 표시했다.
한편 중앙은행은 새 지폐가 시중에 유통되기 이전에 이에 대한 홍보를 실시함과 더불어 사용자들에게 보안과 관련된 추가적인 내용도 구체적으로 안내하겠다고 전했다.
<디자인은 누가, 그리고 인쇄는 어디에서?>
중앙은행은 3년 전부터 새로운 지폐 도입을 준비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새 지폐 발행에 대한 국제 입찰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캐나다 오타와에 위치한 ‘Canadian Bank Note Company(CBN)’가 선정됐으며 이 회사는 새 지폐의 디자인과 인쇄 모두를 책임진다.
한편 현재 지폐에 사용된 각 인물의 초상은 변함 없이 그대로 사용되는데 초상권 사용과 관련된 기존의 허가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5달러에 인쇄된 에드먼드 힐러리(Sir Edmund Hillary) 경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생존 당시 지폐 인물로 등장한 바 있는데, 지난 1999년에 6번째 시리즈 지폐 발행 시 자신의 초상을 직접 제공했었다.
또한 10달러의 인물인 케이트 셰퍼드(Kate Sheppard) 초상권은 현재 캔터베리 박물관이 갖고 있으며, 50달러의 아피라나 나타(Sir Apirana Ngata) 경과 로드 러더포드(Lord Rutherford)의 초상권은 알렉산더 턴불(Alexander Turnbull)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다.
한편 20달러에 등장하는 뉴질랜드와 영국의 국가원수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권은 런던의 버킹엄궁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지폐 변경에서 유일하게 여왕의 초상만이 최근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 밖에도 새 지폐에 쓰인 각종 동물과 식물, 그리고 마오리 공회당 모습 등은 롭 슈이스테드(Rob Suisted), 스테픈 아코트(Stephen A’Court) 등 사진작가와 관련 단체 등으로부터 저작권이 확보된 상태로 사용된다.
<새 지폐 발행 경비는?>
지금까지 중앙은행은 위조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통상 10~15년 정도를 주기로 새 화폐를 발행하곤 해왔는데 이번 변경 역시 이 주기에 맞춘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모두 1억 4,800만 장의 지폐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지폐들의 총 액수는 4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앙은행은 매년 1억 4,000만 장 정도의 지폐를 시중에서 거둬들이거나 새로 발행해 보급하고 있는데 기존 지폐가 사용기간이 많이 경과돼 여기에 드는 비용은 향후 5년 동안 지금까지의 비용보다 년간 700~800만 달러 정도가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새 지폐 발행 및 유통 등과 관련돼 발생하는 제반 경비는 8,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인데, 이 중 기존 지폐를 그대로 유지할 때 들어갈 비용을 감안하면 새 지폐 발행에 따른 경비는 총 4,000만 달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