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보다 더 취하게 만드는 손세정제

보드카보다 더 취하게 만드는 손세정제

0 개 9,300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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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내의 한 어린이집에서 겨우 4살짜리 여자아이가 술(알코올)에 취해 병원에 실려가는 믿기 힘든 사고가 발생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결국 아이가 어린이집 내에 있던 ‘손세정제(hand sanitiser, 손소독제)를 마신 바람에 생긴 일로 확인되기는 했지만, 충격을 받은 어린이집은 물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다른 엄마들도 부랴부랴 자녀들 주변에서 손세정제를 치우는 등 주변 단속에 나섰다.

<성인 음주운전 허용기준 4배나 초과>

다소 황당했다고 할 수 밖에 없던 이번 사건은 지난 12월 8일(월) 남섬 최남단에 있는 인버카길의 ‘우드하우스 어린이집(Woodhouse Early Learning Centre)’에서 발생했다.

당일 오후 5시 30분경 딸인 홀리(Holly)를 집으로 데려온 엄마 테리 호크(Terri Hawke) 씨는 아이가 집으로 오는 동안은 물론 집에 와서도 이상한 행동을 계속해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홀리는 동공이 거의 풀리다시피 했고 비틀거리는 걸음에 또 집에까지 오는 내내 차 안에서 머리를 차체에 계속 부딪히는 이상 행동을 보였는데, 이는 영락없이 어른들이 술에 취했을 때 보여주는 모습들이었다.

놀란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급히 사우스랜드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간호사의 팔에 안기자마자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아이는 혈액검사 결과 혈액 100ml 당 알코올 수치가 무려 188mg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금년 12월 1일부터 도입, 강화된 성인의 음주운전 허용치인 50mg의 4배에 가까운 엄청난 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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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알코올 성분이 다량 함유된 손세정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생기자 어린이집 측은 대표 이하 전 직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으며 교육부까지 나서서 진상조사에 착수했는데, 범인이 손세정제였다는 사실이 의외로 쉽게 확인됐다. 

아이가 머물던 어린이집 안에 술은 전혀 없었으며 그 당시 손세정제가 담긴 용기 역시 벽에 부착돼 아이 손이 미치지 않는 높이였는데, 아이가 밑의 책장을 발판 삼아 올라가 이를 마셨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통상적으로 손세정제 성분의 최소한 절반 이상이 알코올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아이가 혈중 알코올 농도로 볼 때 겨우 40ml 정도의 소량을 마셨을 뿐인데도 이 같은 상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손세정제를 직접 확인해 본 결과 거의 전 제품이 에탄올(ethanol)을 주성분으로 만들어졌는데, 일명 에틸 알코올(ethyl alcohol)이라고도 하는 에탄올은 무색의 가연성 화합물로 알코올의 한 종류이자 술의 주성분이다.

화학식은 C2H5OH인데 에탄올 증기는 폭발성을 가져 내연기관 연료로도 사용되고 주류산업의 기반이 되며 공업적으로도 여러 공정에 쓰이는데, 특히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성질로 인해 소독 및 살균 작용이 있어 WHO에서는 에탄올 80% 이상으로 손 소독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이처럼 손세정제 자체가 높은 알코올 함량을 가지다 보니 이번처럼 잘못 사용될 경우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이나 반려동물들에게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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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가슴 쓸어 내린 어린이집>

이번 사건으로 아이 엄마 다음으로 심한 마음 고생을 한 이는 다름 아닌 해당 어린이집의 소유주인 재키 우드워드(Jackie Woodward) 씨와 그 직원들.

우드워드 대표는, 자신과 직원들은 의식을 잃었던 아이가 괜찮아질 때까지 며칠 동안은 그야말로 ‘공포스런(horrific)한 나날들’을 보냈다며 조마조마했던 당시 심정을 밝혔는데, 그녀는 손세정제 성분 중 60~70%가 알코올이라고는 미처 생각조차 못했다면서 자신들에게는 아이의 회복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우드워드 대표는 아이 엄마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는 한편 당장 손세정제를 잠금 장치가 된 방으로 옮기면서 다시는 사용하지 않겠으며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은 다른 제품으로 바꾸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한편 아이가 손세정제를 마실 당시 담당 직원은 잠깐 다른 방에서 다른 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야말로 황당한 사고가 터지자 잠깐 방심했던 해당 직원 역시 충격을 받기는 우드워드 대표와 다를 바 없었다.

이에 따라 진상 조사에 나섰던 교육부에서는 해당 어린이집에 트라우마(trauma) 전담 팀을 보내 충격을 받은 직원들을 상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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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은 독이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 필요>

한편 사건을 접한 ‘국립중독센터(National Addictions Centre)’ 관계자는, 이 나이 정도의 아이 혈액에서 188mg의 알코올이 검출되려면 아마 세정제를 40ml정도쯤 마셨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를 티스푼으로 따지자면 겨우 스푼 8개 정도의 극히 작은 량이며 만약 와인이라면 한 컵 정도이다. 

그는 이번 사건은 알코올이 독(poison)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알코올은 독성물질인 만큼 아이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었으며 기절하는 순간 아이는 이번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됐을 터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신체나 정신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손세정제는 강력한 박테리아 살균 기능을 위해 60~70% 알코올이 함유돼 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이가 중독된 즉시 치료 받을 수 있어 생명을 위협 당하지 않았다면서, 하마터면 중독된 아이가 길거리로 나서는 등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일반인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알코올이 독이 아니라는 기존의 사회적 통념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성인들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300mg이면 호흡이 멈출 수 있다면서 이번 사례가 알코올이 어떻게 독성물질로 변하는 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이 엄마인 호크 씨는 자기 딸이 당한 일이 마지막이기를 바란다면서, 유사한 일이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에서 알코올이 다량 함유된 손세정제를 치워줄 것을 요청했다.

국립중독센터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 간에 국내에서 이와 같은 사건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이전에는 손세정제를 마시고 문제가 된 전례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에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 안전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될지를 놓고 숙고 중인데, 한 관계자는 비누를 이용해 손을 씻은 후 말리는 것만으로도 질병 확산을 막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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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도 유사한 사건 발생>

한편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중 특이한 기사 하나를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미국의 한 여성이 술에 취할 목적으로 아예 상습적으로 손세정제를 마셔오다가 중독까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11월 25일 영국의 ‘미러(Mirror) 지’가 전한 바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 사는 42세의 크리스틴(Kristine)이라는 여성이 사건의 당사자로서 그녀는 8년 동안 알코올 중독자였는데, 2년 전부터는 손세정제를 마셔왔으며 하루에 8온스(226g)까지 마신 경우도 있었고 이로 인해 음주운전은 물론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사연은 미국 TV 프로그램인 ‘닥터 필(Dr. Phil) 쇼’에 나온 그녀의 어머니와 자매에 의해 알려졌으며, 이 프로그램에서 그녀는 8온스 병에 세정제를 담아 한꺼번에 마시면 두 시간쯤 뒤에는 술을 많이 마신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플루엔자나 조류 독감 등 갖가지 질병의 유행으로 평소에도 손세정제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현실에서 술이 아니라고 방치했다가, 특히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소주나 고량주, 보드카보다도 알코올 함량이 더 높은 손세정제로 인해 뜻밖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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