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당국이 올해 들어 세금 추적의 고삐를 더욱 세게 죄고 있다. 현금거래 조사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처음으로 학생융자 체납자를 체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인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지만 보다 규모가 큰 다국적 기업 등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좀 더 치중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현금거래 세무조사 확대
IRD는 지난해 2개월 동안 45만달러를 목표로 오클랜드 알바니, 플랫부시, 타카니니, 실버데일 일대에서 활동하는 건축 하청업체들의 현금거래에 대해서 집중 조사한 바 있다.
IRD는 그와 비슷한 현금거래 세무조사를 지난달부터 재개했고 앞으로 접객업과 독립 계약업자들로 확대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세무당국이 현금거래 조사를 확대하는 이유는 현금거래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세금 신고하지 않는 현금거래 지하경제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업자와 전기공사업자, 페인터, 배관업자 등 42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이들의 3분의 2는 지난해 IRD의 현금거래 조사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응답자의 20% 가량은 오클랜드 건축작업의 25% 이상이 현금거래로 이뤄진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최근 현금거래에 대해 알고 있는 응답자의 11%는 그 규모가 2만달러 이상이라고 밝혔다.
현금거래 작업이 이뤄지는 원인에 대해 응답자의 57%는 집주인의 요청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17%는 가족 또는 친구의 부탁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금거래에 대한 의식도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시간외 현금거래 일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응답이 53%로 나타나 2012년 조사 때의 27%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아진 것.
탈세했을 경우 결국 발각될 것이라는 응답은 2012년 37%에서 50%로 증가했다.
또한 탈세하는 사람을 알고 있을 경우 세무당국에 신고하겠다는 응답도 9%에서 20%로 늘었다.
IRD의 앤드류 스토트(Andrew Stott) 대변인은 “우리는 현금거래를 하는 지하경제 규모가 아직 상당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현금거래 조사를 실시하면 수 억 달러의 추가 수입이 신고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스토트 대변인은 또 “우리는 개인적인 탈세 규모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2만달러를 현금으로 챙기고 세금 한푼 내지 않는다면 세금을 납부하는 선량한 납세자나 다른 동종 업체들에 불공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인빌더협회의 그랜트 플로렌스(Grant Florence) 회장은 “현금거래 작업은 결국 정직한 사업자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세무당국의 현금거래 단속을 환영했다.
학생융자 체납자 체포
세무당국은 학생융자에 대해서도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월 쿡 제도에 사는 가토코토루 푸나(Ngatokotoru Puna, 40세)를 출국 직전 오클랜드 공항에서 체포한 일은 2014년 3월 학생융자 체납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급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으로 집행된 사건으로 많은 해외 거주 체납자에 대한 강한 경고이기도 했다.
쿡 제도 헨리 푸나(Henry Puna) 총리의 조카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된 푸나는 20년전 학업을 위해 빌린 4만달러의 학생융자가 그 동안 불어난 이자로 13만달러를 체납하고 있었다.
IRD 측은 푸나가 수 차례에 걸친 상환 요구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체납했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공항에서 체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쿡 제도에서 연봉 3만달러의 수학 교사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푸나는 부모로부터 5,000달러를 빌려 체납금 일부를 변제하고 뉴질랜드를 떠날 수 있었다.
그는 30만달러의 모기지를 가지고 있고 낮은 봉급에 5명의 딸들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융자를 갚기가 벅차다고 털어놨다.
이 사건이 벌어진 후 IRD에는 해외에 사는 학생융자 체납자들로부터 문의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학생연합회(NZUSA) 측은 이번 공항에서의 체포 사건에 대해 학생융자를 가지고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수많은 키위들이 고향인 뉴질랜드로 돌아오지 못한 채 해외 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학생융자를 가지고 183일 연속 해외에 체류한 시민권자들에게 상환 노력 여부에 관계없이 이자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불러 왔다.
4만달러를 빌렸던 푸나의 학생융자액이 13년 동안 쿡 제도에 살면서 13만달러로 불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밀턴에 거주하는 데이비드 로위(David Lowe) 박사는 이는 비슷한 조건에 있는 국내 거주 학생융자 수혜자와 차별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원회에 정식 항의했으나 거주지에 근거한 학생융자 수혜 시민권자에 대한 다른 처리는 불법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학생융자를 가지고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11만600명으로 전체의 15%를 점유했으나 상환 기한 경과 금액 기준으로는 90%를 차지했다.
따라서 학생융자 문제는 주로 해외에 거주하는 체납자에 대한 것이고 올해부터 체납자의 22%가 살고 있는 호주와 정보 공유 협정이 발효됨에 따라 회수 작업에 활기를 보일 전망이다.
2014년 기준 개인당 학생융자 평균액은 1만4,421달러였다.
세무조사 개인업자도 필요하지만 규모 큰 기업에 치중해야
세무당국의 이러한 세무조사에 대해 균형있게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었다.
뉴질랜드헤럴드지는 최근 ‘개인업자들보다 더욱 나쁜 탈세자들이 많다’라는 사설을 통해 누구나 한번쯤 싸기 때문에 현금거래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이들 개인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전적으로 환영하지만 보다 대규모로 이뤄지는 탈세자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들 개인업자들은 가장 나쁜 죄질을 저질렀거나 부유한 이들이 아닐 것이라며 합법을 가장하며 28%의 법인세를 회피하는 회사들의 명단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탈세는 복지수당 사기보다 나을 것이 없다며 IRD가 현금거래 단속을 접객업 종사자들과 독립 계약업자들로 넓혀 나가는 것도 괜찮지만 대기업들에 대한 조사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빈자 국제기관 옥스팜(Oxfam) 뉴질랜드의 레이첼 르 메수리어(Rachael Le Mesurier) 회장도 세금회피의 이면에는 가난이 자리잡고 있다며 공평한 조세 행정을 촉구했다.
메수리어 회장은 “극빈은 경제성장의 주된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1990-2010년 사이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소득 불평등이 없었다면 2억명이 가난에서 탈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공정하게 세금만 납부해도 매년 2,920억달러의 추가 세금 확보가 가능해 저소득 국가들은 그만큼 해외 원조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회피에 미온적인 뉴질랜드
뉴질랜드는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회피에 대해 국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웃 호주의 경우는 다르다.
호주 국세청은 지난달 60개 다국적 기업들에 편법을 쓰지 말고 공정한 몫의 세금을 내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와 함께 연간 매출이 50억호주달러를 넘는 별도의 5개 회사를 국세청의 고위험 감시대상 리스트에 올렸다.
호주 국세청은 일부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해외의 비즈니스 모델에 청구서를 보내는 행태와 관련해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며 단호한 단속 의지를 나타냈다.
영국은 지난해 해외로 빠져 나가는 수익에 대해 정부가 영국 법인세보다 5% 높은 25%의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했다.
다국적 기업들의 도를 넘어선 세금회피는 대다수 다국적 기업들의 근거지인 미국과 유럽 간에 조세 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라는 복잡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해외 매출의 대부분을 다른 비즈니스 유닛으로 돌려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이 다국적 대기업 탈세 혐의 조사를 하자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미국 기업을 편향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며 강력 경고하는 서한을 보낸 것.
이에 대해 EU 집행위는 유럽에서 사업하는 모든 기업에 유럽 법규를 적용하는 것일 뿐이라며 미국 기업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미국 애플사는 뉴질랜드에서 지난 2012년 5억7,100만달러의 높은 매출을 기록했으나 납부한 법인세는 매출의 0.5%에도 못미치는 250만달러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