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외국인 방문자의 공공병원 치료비

늘어나는 외국인 방문자의 공공병원 치료비

0 개 8,088 서현

매년 5월 말 무렵이면 국내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사가 있는데, 그것은 국내의 공공 의료기관을 무료로 이용할 자격이 없는 외국 출신 방문객들에게 투입된 각종 치료비 문제이다.

 

특히 금년에는, 지난 5월 중순에 호주에서 뉴질랜드 국적의 한 10대 청소년이 폭행사고로 인해 머리를 다쳐 2주 이상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치료비가 문제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관련 기사들이 예년보다 더 큰 관심을 끌었다.


매년 늘어나기만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 자격자들에 대한 의료비 지급 현황과 이 문제를 대하는 일반 국민들과 이해 당사자들의 시각을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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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아들 치료비 걱정하는 키위 부모

 

지난 5월 12일 호주 브리스베인(Brisbane) 북부 래드클리프(Redcliffe)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한 10대 청소년이 패싸움을 벌이던 다른 10대에게 머리를 발로 가격당해 쓰러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머리를 다친 청소년은 북섬 와이카토 출신 조슈아 와이테(Joshua Waite, 17)로 그는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실려갔지만 2주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이후 간신히 의식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말에 국내에 전해진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의료진들은 그가 회복하는 데는 앞으로도 수 주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후에도 재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와이테를 폭행했던 로 코보(Law-Cobbo, 18)는 보석이 불허된 채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중인데, 그런데 문제는 와이테가 호주 시민이 아닌 뉴질랜드 국적자라는 점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뉴질랜드에서 소방관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해밀턴을 거쳐 현재는 가족과 함께 브리스베인에 거주 중인데, 호주 시민이 아닌 와이테는 향후 재활비용을 포함한 치료비 모두를 스스로 충당해야 되는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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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원 중인 조슈아 와이테

 

세간에는 흔히 호주와 뉴질랜드 간 상호협정으로 호주 현지 국공립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는 경우 모두 무료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즉각 필요한 의료 처치(immediately necessary medical treatment)’만 가능할 뿐 구급차 비용이나 약품 구입비 등 많은 비용을 스스로 충당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소식이 국내에 전해진 가운데 아이의 숙모가 5월 15일에 모금 사이트인 A Givealittle page에 페이지를 개설하고 처지를 알리면서 도움을 요청, 6월 30일까지 진행된 모금을 통해 184명으로부터 9165 달러가 모였다.

 

이번 사건은 내국인의 외국 방문 시 의료비, 보험 가입 문제 등에 논란이 일어나게 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나온 방문객 치료비 기사와 맞물려 뉴질랜드를 찾는‘외국인 방문객(foreign visitors)’관련 의료 정책도 같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갈수록 많아지는 미상환 무자격자 치료비

 

금년 5월 말에‘정보공개법(Official Information Act)’을 통해 국내 언론들이 획득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6년 10월 사이의 4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공공의료 혜택을 받을 자격이 안 되는 환자들(patients ineligible for public healthcare)’에게 쓰인 치료비가 1억6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술적으로만 보면 매년 최소한 내국인에게 돌아가야 할 3000만 달러 가까운 공중보건 예산이 헛되게 사라진 셈인데, 그중 지난 2015년에 와이카토 병원에서 급한 수술을 받았던 한 외국인에게는 10만7669 달러의 치료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4년에 카운티스 마누카우 보건위원회 역시 심한 화상을 입은 한 무자격 환자 치료에 52만 2513달러나 되는 비용을 들였지만 결국 이 돈은 나중에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치료비 총액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무자격자에게 쓰인 치료비는 최대한 회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1/3가량은 아예 악성채무로 변질됐다가 결국은‘소멸 처리(written off)’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2013년 1월 이후 2016년 10월까지 벌써 5100만 달러가 자동으로 소멸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례로 이 기간 동안 와이카토 지역 보건위원회는 무자격자 치료비로 517만4577달러를 썼지만 137만 달러가 결국 탕감됐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상황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데다가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데도 불구하고 뾰족한 해결책 없이 마냥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4년 전인 지난 2013년 5월에도 이번과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는데, 당시 기사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무자격자들에게 나간 치료비 중 회수가 불가능해진 비용만 6억3000만 달러에 달하며 조만간 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실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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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를 이송 중인 에어 앰뷸런스

 

제각각 다른 입장 보이는 기관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당연히 세금을 납부하는 한편 국가로부터 충분한 공공의료 혜택도 받기를 원하는 뉴질랜드의 보통 국민들 입장에서는 날이 선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뉴질랜드 납세자 연맹(NZ Taxpayers’ Union)’대표는, 치료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으면서 현재 국내의 각 공공 의료기관들이 이처럼 무자격자를 치료함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 회수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공박했다.

 

통상 각 지역보건위원회(District Health Boards, DHB)는 방문객들이 상해사고로 치료받는 경우에는‘사고보상공사(ACC)’에서 비용을 받아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환자 본인에게 받아내고, 이마저 불가능할 경우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으며 이후 치료비 회수는‘채권추심업자(debt collectors)’에게 넘긴다.

 

그러다 보니 보건위원회 입장에서는 환자 치료가 우선인 상황에서 인력도 충분하지 않은데 치료비 회수에까지 적극적으로 매달릴 이유도 없고 또 실제 그럴 여유도 많지 않은 입장이다.

 

납세자 연맹 대표는, 입국자들에게 이와 관련된 새로운 세금(levy)을 부과하는 것보다는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이나 여행자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런 제도 시행보다는 우선은 치료비 회수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이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듯 무자격자가 치료를 받고 병원 문을 나서기 전 사전에 여권을 받아놓는 제도의 도입을 각 보건위원회들이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작년 3월에 아랍 에미레이트(UAE) 두바이(Dubai)에서 위장 관련 질병으로 수술을 받았던 크라이스트처치 출신의 한 40대 여성이 3만6000 달러가량의 치료비를 지급 못해 현지 당국에 여권을 압류당했다는 기사도 나온 바 있다.

 

새로운 세금 도입 반대하는 관광업계

 

한편 이 같은 국민 여론과는 달리 많은 외국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는 관광산업 분야에서는 새로운 세금 도입이나 보험의 의무가입이 여행지로서의 뉴질랜드의 평판을 떨어뜨릴 것이라면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관광산업계를 대표하는‘Tourism Export Council NZ’대표는, 특히 의료비와 연관된 세금 신설은 마치 자신들이 뉴질랜드인들에게‘봉’이라도 된 것으로 관광객들이 인식할 위험이 있다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상적으로 북미나 유럽, 영국 등에서 오는 관광객들은 보험에 대부분 가입하지만 아시아나 신흥관광시장으로부터 오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보험 가입을 증대시키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녹색당 보건 담당 대변인도, 먼저 방문객들에게 보험을 권장해야 할 것이라면서, 또한 무자격자로 치료받은 사람들이 주로 어디 출신이며 얼마나 되는지 분석하고 획득한 자료를 관련 정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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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하는 NZ인들도 조심해야

 

한편 이번에 외국인들의 치료비 문제를 다룬 기사들 중에는 이와 반대로 뉴질랜드 국민들이 해외여행 중 다치거나 질병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함께 다루기도 했는데, 이를 보면 의외로 상당수 키위들이 해외여행에 나서면서 보험을 등한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이런 현상이 응급 의료기관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속단하는 호주 방문자들에게 심해, 방문자들 중 단 18% 정도만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상은 다르며 특히 질병이나 사고로 귀국해야 하는 경우 의료용 전용 비행기까지 동원되는 경우에는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작년 말 한 여행보험 전문회사 관계자는, 자사의 2016년도 보험금 지급 사례 중에서 최대는 아프리카 여행 중 뇌염으로 인한 뇌출혈로 에어 앰뷸런스를 타고 돌아온 환자에게 지급된 56만 달러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한 의료시설이 열악한 지역도 문제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대장에 문제가 생겨 치료를 받은 후 비행기 좌석을 업그레이드해 귀국했던 환자에게 37만4000 달러가 지급됐다면서, 캘리포니아는 의료비가 비싼 지역으로 유명하고 구급차 운전자들은 외국인들을 흔히 시설이 열악한 공립병원보다는 민간병원으로 후송하는 일이 잦다고 부연 설명했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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