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실시되는 총선은 지난 두 차례의 총선과 달리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 1야당 노동당이 지난달 1일 전격적으로 재신더 아던(Jacinda Ardern) 부대표를 당대표로 선출한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신더 효과’라고도 회자되는 노동당의 돌풍이 총선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던 대표 선출 이후 총선 접전
보통 3기 연속 집권한 정부의 지지도는 처음보다 떨어지게 마련이다. 제1야당에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고 대중들이 정부 여당의 같은 얼굴과 정책에 싫증을 느끼면서 중심추가 총선 1-2년 전부터 야당 쪽으로 기우는 것이 보통이다.
이 때문에 뉴질랜드에서 4선 정부는 1960-72년 집권한 국민당 정부가 유일할 정도로 쉽지 않다. 당시 키스 홀리오크(Keith Holyoake) 총리가 이끈 국민당 정부는 경제 침체 속에서도 가까스로 4기 집권을 이뤄냈다.
강한 지도력으로 뉴질랜드를 이끌었던 노동당의 헬렌 클락(Helen Clark) 정부도 2008년 총선에서 4선의 문턱을 넘진 못했다. 하지만 현 국민당 정부는 비교적 양호한 경제 성적표를 바탕으로 집권 3기 내내 커다란 격차로 지지율에서 앞서 왔고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노동당이 9년래 최저의 지지도 조사를 나타내면서 4기 집권이 확실해 보였다.
유일한 관심사는 4기 정부를 구성하는데 윈스턴 피터스 (Winston Peters) 뉴질랜드 퍼스트(New Zealand First)당 대표의 지지가 필요한 지에 있었다.
노동당은 2008년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클락 전총리 이후 4명의 중진 의원들이 대표직을 거쳐 갔으나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그러던 것이 37세의 젊은 아던 대표가 선출되면서 총선 정치판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오랜 침체에 빠진 노동당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됐던 아던 대표에 대한 관심은 선출된 지 2주 정도 지나면서 총리 후보로서도 각광받을 만큼 바람몰이를 했다.
1석이 아쉽게 된 국민당으로서는 연정 파트너인 연합미래 당의 피터 던(Peter Dunne) 대표가 33년 동안 지켜온 자신의 오하리우(Ohariu) 지역구의 여론조사에서 밀리면서 지난달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이 고민을 더해줬고 노동당도 영원한 연정 동반자인 녹색당이 과거 부정 수당 수급 고백의 역풍에 밀려 지난달 사임한 메티리아 투레이(Metiria Turei) 전대표와 관련해 정당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러한 정치 상황들은 피터스 대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주고 있다. 거대 정당의 독주가 어려운 혼합비례대표제(MMP)가 1996년 실시된 이후 가장 수혜를 입은 정치인은 피터스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총선 때마다 킹메이커로 거론되고 있다.
여론조사 11년 만에 노동당이 앞서
지난달 26일부터 30일 사이에 1,009명의 유권자를 대상으 로 실시된 1뉴스 콜마 브런튼(Colmar Brunton)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은 이전 조사보다 6%포인트 오른 43%로, 3%포인트 떨어져 41%를 기록한 국민당을 앞섰다.
노동당이 여론조사에서 국민당보다 높게 나온 것은 클락 전대표가 있었던 지난 2006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선호하는 총리도 노동당의 아던 대표가 34%로, 33%의 빌 잉글리시(Bill English) 총리를 앞섰다. 뉴질랜드 퍼스트당은 2%포인트 떨어진 8%를 나타냈고 녹색당은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준선인 5%를 기록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당은 복잡한 3당 연합 을 하지 않고 뉴질랜드 퍼스트당의 지지만 얻어도 집권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국민당의 멜리사 리 의원은 비례대표 순위에서 소수 민족 출신 후보 중에서는 가장 빠른 31번을 배정받아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당의 지지도를 감안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4선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리 의원이 당선되면 해외 한인으로 국회의원을 4선하는 최초의 한국인이 된다. 이와 함께 노동당 안진 후보가 어퍼 하버(Upper Harbour) 지역구에 출마했고, 녹색당 레베카 정 후보가 노스코트(Northcote)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연금, 수급연령 상향 vs 현행 유지
아직 어느 당에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위해 각 정당의 주요한 공약을 살펴 보면 우선 노령연금은 국민당이 2037년 7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수급연령을 상향 조정해 2040년까지 67세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당은 또한 이민자들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거주 자격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노동당은 2011년 및 2014년 총선에서 수급연령 상향 조정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2014년 총선 이후 앤드류 리틀(Andrew Little) 전대표가 육체 노동자들의 기대수명이 낮다며 현행 65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당은 이민자 거주 자격을 20년으로 늘린 국민당 정부의 계획에 대해서는 지지한 바 있다.
녹색당도 노동당과 마찬가지로 현행 65세를 지지하고 있다.
이민, 質的 규제 vs 量的 규제
국민당 정부는 이민자들의 질을 향상시킨다며 지난달부터 새로운 연봉 기준을 기술이민 및 일반 워크비자 신청에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기술이민 신청시 뉴질랜드에서 고용돼있거나 오퍼를 받은 직업의 연봉이 4만 8,859달러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고용 부문의 점수를 받지 못해 신청 자격이 상실된다.
일반 워크비자의 경우 연봉이 4만 1,538달러 이하지만 부족 직업군으로 분류된 하위기술직의 비자 기한이 1년으로 제한되고 3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국민당의 이민 정책이 질적 규제라면 노동당의 그것은 양적 규제로 볼 수 있다. 노동당은 하위 과정의 유학생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 순이민자를 연간 2만-3만명 줄일 계획이다. 뉴질랜드 퍼스트당의 이민 분야 공약은 연간 순이민자 수를 1만명 내외로 대폭 줄이고 노령 이민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주택, 26000 vs 100000戶 건설
주택 분야에서 양대 정당은 더욱 많은 주택을 공급하고 대형 주택 프로젝트를 관장할 정부기관을 신설하며 주택을 지을 수 있는 토지를 더욱 많이 허가하도록 지방 자치단체들을 독려한다는 점에선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주요한 차이점은 국민당이 향후 10년 안에 오클랜드에 2만 6,000호의 신규주택을 짓고, 그 가운데 4,500호는 생애 첫집 구매자들을 위해 65만달러 미만으로 공급할 계획이라는 반면 노동당은 30만-60만달러대의 10만호를 공급하는 키위빌드(KiwiBuild) 공약을 내놓았다.
또 따른 차이점은 주택 수요에 대한 접근으로 노동당은 주택 투기를 막기 위해 현행 2년인 브라이트 라인(bright line) 테스트 기준을 5년으로 늘리고 비거주 외국인의 주택 구입을 금지하는데 있다.
녹색당은 주택에 대한 전면적인 양도소득세 도입을 주장 하고 있다.
교육, 초등교육 중점 vs 무상 대학교육
국민당은 오는 2021년까지 8학년 학생들의 80%가 수학과 쓰기에서 ‘내셔날 스탠다드(National Standards)’의 8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당은 2010년부터 1학년-8학년 학생들의 읽기, 쓰기, 수학 과목에 실시되고 있는 이 ‘내셔날 스탠다드’제도를 아예 폐지할 계획이다.
국민당은 ‘데실(decile)’제도를 이용한 학교 지원금 배정 방식을 폐지하고 학생들의 실패 위험도에 근거한 새로운 지원금 배정 방식을 계획하고 있고 노동당은 기부금을 폐지하는 학교에 학생 1명당 150달러를 지원할 것을 공약했다.
국민당은 또 1억6,000만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모든 초등학교에 제2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고 노동당은 3년 간의 무상 대학교육과 학생수당 인상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녹색당은 난독증과 자폐증 등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10%의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포괄적 교육체제를 공약하고 있다.
교통, 도로 vs 철도
날로 심각해지는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정당들은 다양한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당은 향후 3년 동안 2억 6,700만달러가 투입되는 통근자 철도 개선 패키지를 내놓았는데 여기에는 파파쿠라부터 푸케코헤까지 철도 전기화도 포함돼 있다.
또한 국민당은 105억달러 공사비 규모의 전국 7개 신규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10년 안에 8억 3,500만달러를 들여 오클랜드 북서간 버스 전용 도로를 만들 것을 공약했다.
이에 비해 노동당의 교통 분야 주요 공약은 10년 안에 22억 5,000만달러가 투입되는 오클랜드 CBD부터 오클랜드 공항까지의 경전철과 9억 달러가 들어가는 웨스트게이트부터 CBD까지 경전철이다. 노동당은 또한 인프라 본드 발행과 목적세 도입을 검토하고 오클랜드 카운슬이 교통 투자에 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역 유류세 부과를 허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