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1.5%로 인하됐다.
새로운 저금리 시대를 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과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최저 금리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기준금리 역대 최저1.5%로 인하
중앙은행은 지난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1.5%로 0.25%포인트 내렸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변경한 것은 지난 2016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 이후 낸 성명에서 정책 목표에 맞게 고용과 물가상승률 전망을 떠받치는 데 더 낮은 기준금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아드리언 오어(Adrian Orr) 총재는 “국내 성장률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둔화했고 고용은 지속 가능한 최고 수준에 근접했으나 향후 전망은 제한돼 있다”며 “지금은 더 낮은 금리가 우리의 목표 달성과 더 균형 잡힌 금리 전망에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도 결정 배경으로 지목됐다.
중앙은행은 지난해 중반 이래로 둔화한 세계 경제성장으로 외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입장이 완화했으나 세계 경제 전망에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은 또 교역 파트너의 성장이 안정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징후가 일부 있지만, 무역 우려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하 직후 외환시장에서 뉴질랜드달러는 장중 한때 1뉴질랜드달러당 0.6527미국달러로 1.2%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 적절성 논란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3월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 오어 총재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견된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경제성장 둔화가 중앙은행이 믿는 만큼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5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50% 정도로 봤었다.
이 때문에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일각에서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지난 1일 경제 활동의 견조한 흐름이 계속되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호주 중앙은행도 지난 7일 기준금리를 뉴질랜드와 같은 1.5%로 유지했다.
뉴질랜드의 1분기 실업률은 4.2%로 전분기의 4.3%에서 낮아졌으나 경제활동 참가율이 70.4%로 하락하고, 임금상승률은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 시장 예상치인 0.5%를 밑돌았다.
하지만 IRD 자료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PAYE가 전년에 비해 7.4% 증가했고 고용된 납세자 수도 2.2% 늘어 고용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은행의 고용시장 전망 분석에는 이러한 IRD 자료를 포함하지 않는다.
수출 상품 가격도 연초 이후 올라 ANZ의 상품가격지수는 1년 전에 비해 8.4% 상승했다.
그렇다면 현재 경제 상황에서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가 무슨 효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중앙은행은 고용을 지속 가능한 최대 수준으로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을 1-3%의 목표 범위대 중간에 지키는데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BNZ의 스티븐 톱리스(Stephen Topli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경제 사이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실물 경제의 흐름을 곳곳에서 막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작 경제가 하강하여 부양책이 필요할 때 기준금리 정책의 효과를 볼 수 없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 시점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는 중앙은행이 기대하는 효과를 가져 오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기준금리 인하로 주택시장 반등 전망 - 웨스트팩
기준금리 인하가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클랜드 집값은 2011년에서 2017년 사이의 상승 이후 2년째 조정을 받고 있고 다른 지역의 집값 상승세도 둔화하고 있다.
웨스트팩의 도미닉 스티븐스(Dominick Stephen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금리는 지난 2개월 하락했고 기준금리 인하로 추가 하락의 원인을 주고 있다”며 “이로 인해 주택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시중은행들은 앞다투어 금리를 내렸다.
뉴질랜드 최대 시중은행인 ANZ은 변동금리를 0.1%, 고정금리를 0.06-0.14% 각각 인하했다.
2016년 11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점진적으로 금리를 내렸던 ANZ은 이제 1년 고정 특별금리를 3.89%에 적용하고 있다.
ANZ의 안토니아 왓슨(Antonia Watson) 이사는 “현재의 초저금리는 새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 좋은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 대출자들에게도 빚을 가능한 많이 갚을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ANZ은 정기예금 금리도 인하, 90일 정기예금 금리를 0.15% 내렸고 60일 및 120일 정기예금 금리는 0.25% 인하했다.
키위뱅크 역시 모기지 금리와 정기예금 금리를 내렸다.
변동 모기지 금리는 0.15% 내렸고 정기예금 금리도 대부분 0.15% 인하했다.
ASB, BNZ, 웨스트팩도 변동 모기지 금리와 정기예금 금리를 0.1-0.16% 내려 모기지 금리 인하 경쟁에 가세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 “다음 금리 인하는 11월”
중앙은행의 예상에 따르면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다.
평균 기준금리 전망치는 연말까지 1.48%, 내년 3분기까지 1.36%다.
키위뱅크의 자로드 커(Jarrod Ker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여기서 멈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준금리를 1.25%로 내릴 가능성이 40% 정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영국 시장조사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앙은행이 오는 11월에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 8일 중앙은행이 경제성장과 고용 둔화를 근거로 기준금리를 1.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 1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세가 당분간 중앙은행을 금리 동결로 유도할 것이라면서도 실업률이 오르고 하반기에 성장세도 둔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중앙은행이 6개월 뒤인 11월에 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