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1%로 인하됐다.
중앙은행은 지난 7일 기준금리를 기존 1.5%에서 1%로 0.5%포인트 낮추면서 향후 마이너스 금리도 가능하다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계적인 통화 완화 흐름 속에 수직 낙하한 뉴질랜드 금리가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준금리 1%로 대폭 인하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앙은행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지난 7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커졌다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고 발표했다.
당초 예상보다 인하폭이 커진 것은 최근 미국과 중국간 무역긴장이 확대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 완화 행보에 나선 여파로 해석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한 것은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후인 2011년 3월 이후 처음이자 1999년 기준금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상 네 번째에 불과하다.
중앙은행은 올해 5월에도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위원회가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는 데 합의했다며 고용은 지속가능한 최대 수준에 가깝지만, 인플레이션은 목표치 1∼3%의 중간값인 2%를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원인으로는 지난 한 해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둔화하고 성장 저해요인이 커졌다는 점을 들었다.
중앙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1.4%일 것으로 예상했으며 2021년 4분기까지 2%에 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2.7%로 낮췄다.
추가적인 통화부양책 없으면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비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중앙은행의 진단이다.
중앙은행은 글로벌 경기가 식으면서 뉴질랜드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아드리언 오어(Adrian Orr)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추가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완화를 배제하지 않는다”며“마이너스 영역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 발표와 오어 총재의 발언에 뉴질랜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140%로 0.17%포인트 하락했다.
뉴질랜드 달러-미국 달러 환율은 금리 발표 이전 65.50센트에서 63.99센트로 떨어지며 2016년 6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 인하 행보
중앙은행 고프 바스칸드(Geoff Bascand) 부총재는 지난 9일 오클랜드에서 열린 BNZ 주최 한 회의에서 중앙은행은 앞으로 기준금리 인하시 계속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5월의 기준금리 인하도 그렇고 이번 0.5%포인트 인하도 시장의 예상을 깨는 행보였다.
기준금리 인하 결정 하루 전인 지난 6일 통계청이 6월 실업률이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3.9%라는 양호한 고용지표를 발표하는 등 아직 심각한 경제하락 국면이 아니라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대폭적인 인하를 단행한 중앙은행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든 경기를 살리겠다는 포퓰리즘 정치의 영향을 받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스티븐 조이스(Steven Joyce) 전(前) 재무장관은 “중앙은행이 모든 카드를 사용했다”며 “세계적인 경제불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2008년 6월 세계 금융위기가 닥칠 당시 뉴질랜드 기준금리가 8.25%였고 변동 모기지 금리가 10%를 넘었으며 2009년 4월까지 기준금리가 2.5%로 인하되는 등 통화정책이 경제의 안전망 기능을 했으나 현재는 그 같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수퍼펀드 마이크 프리스(Mike Frith)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앙은행이 화력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웨스트팩은 급격한 금리 인하는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현재 은행의 마진이 작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가 그대로 은행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과 함께 중앙은행이 소비자에게 돈을 더 쓰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지만 금리 인하는 효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일부 지역 모기지 비용이 렌트비보다 낮아져
ANZ은 중앙은행의 대폭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 대출자에 주는 혜택 이상으로 예금주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내렸다.
변동 모기지 금리는 5.15-5.34%로 내렸고 1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3.55%까지 떨어졌으며 2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3.65%까지 하락했다.
ANZ의 벤 켈레허(Ben Kelleher) 소매 및 비즈니스 뱅킹 이사 대행은 “현재의 저금리 상태에서 추가 금리 인하는 은퇴한 이자소득 생활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어 총재는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로 평균적인 예금주는 주당 10달러의 소득이 줄고 평균 대출자는 주당 40달러의 이득을 볼 것으로 분석한다”며 “결국 4대 1로 총수요가 증가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금과 같은 저위험 저수익 금융상품보다 더욱 높은 수익을 얻고 싶다면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도 고려해야 할 것” 이라고 주문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추가 인하도 예상되면서 생애 첫 집 구매자들에게는 좋은 기회를 주고 있다.
부동산 정보회사 발로시티(Valocity)에 따르면 오클랜드 센트럴을 비롯한 뉴질랜드 180여개 지역에서는 렌트비보다 모기지 비용이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은행 "마이너스 금리도 가능"
오어 총재는 “이자율이 낮은 원인은 낮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며 “1970년대, 80년대, 90년대의 높은 인플레이션 시대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고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 완화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금리는 2012년 7월 덴마크가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도입한 것이 시작이다.
2014년 6월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19개국을 대상으로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을 장려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스위스, 스웨덴 등이 그 뒤를 따랐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2016년 1월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전격 결정했다.
프리스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너스 금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도입됐고 뉴질랜드에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뉴질랜드의 인플레이션이 아직 1%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매 예금금리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ANZ은 당초 중앙은행이 8월과 9월, 11월에 기준금리를 각 0.25%포인트 인하해 연말에 0.75%를 만들어 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은행은 이미 지난 7일 한번에 0.5%포인트 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에 올해 남은 기간 0.25%포인트만 인하해도 연말 기준금리는 0.75%가 된다.
경제전문가 버나드 힉키(Bernard Hickey)는 기준금리가 내년 말에 제로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