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은행이 지난 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물가, 특히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예정된 수순이었다. 뉴질랜드는 몇 년째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꺽이지 않으면서 기준금리 정책에 대한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중앙은행은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 2005년 12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이로서 뉴질랜드의 기준금리는 7.5%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기준금리가 5%였던 2004년 1월부터는 10차례 줄곧 오른 것이다. 중앙은행은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앨런 볼라드(Alan Bollard) 중앙은행 총재는 성명서에서 "금리인상에도 불구, 부동산시장 과열 과 소비 증가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며 "필요하다면 추가 금리 인상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볼라드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은 집값 상승을 잠재우기 위한 한가지 수단에 불과하다며 주택투자자들에게 다른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주의를 환기시켰다.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목표대인 1~3%의 상한선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앙은행은 또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과 맞물려 경제성장률이 올해 1.8%에서 내년 3.1%로 조정했다.
볼라드 총재는 국회금융지출위원회에 출석, “주택시장 이 중앙은행의 주요 두통거리이고 주택시장의 지속적인 강세는 중앙은행 경제분석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될 경우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볼라드 총재가 기준금리(OCR)를 금융정책의 주요수단으로 계속 사용할 것을 명백히 했어도 이를 보조할 대안들을 검토할 것이라는 언급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을 대신해 주택투자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부수적인 대책을 세울 수도 있다는 관측에서다.
경제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명은 겨울 이전에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추가인상을 예상했지만 7명은 올해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답했다.
중앙은행의 고민은 주택시장 참가자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변동금리는 약 9.8%로, 고정금리는 약 7.7%로 인상됐지만 주택투자자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부동산 컨설턴트인 키에란 트라스(Kieran Trass)는 50만 달러 이상의 은행 모기지를 가지고 있고 100만 달러 이상의 주택투자를 하는 5000명의 주택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의 주택은 대개 오클랜드의 중.저소득층 지역에 있었다. 조사결과 응답자들은 올해 변동금리 인상이 그들의 부동산 구입 결정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나타났다. 심지어 금리가 2%포인트 올라도 응답자의 48.5%는 집값 인상이 모기지 비용보다 높기 때문에 부동산을 계속 구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바풋 앤 톰슨의 피터 톰슨(Peter Thompson)이사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부동산시장의 상승추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민당의 재무담당 대변인 빌 잉글리쉬(Bill English)는 국회 재무 지출 위원회에서 “지난 몇 년간 기준금리 인상이 집값 상승을 억제하지 못했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며 볼라드 총재를 추궁했다. 볼라드 총재는 기준금리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중앙은행이 기대했던 정도는 아니었다고 대꾸했다.
정부 여당내에서도 금융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연립 정부내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당수 짐 앤더튼(Jim Anderton)은 “뉴질랜드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가지고 있지만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기준금리의 집값 억제 메커니즘을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앤더튼은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뉴질랜드달러에 대한 수요만 높아져 수출업자들에게 피해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와 상관없이 돈을 빌리는 뉴질랜드인들의 습성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2004년 기준금리가 5%에서 6.5%로 올랐는데 모기지 대출액은 오히려 132억 달러 늘어난 995억 달러로 됐다. 2005년 기준금리가 6.5%에서 다시 7.25%로 올랐으나 모기지 대출액은 1150달러로 155억 달러가 급증했다. 작년에는 기준금리 변동이 없었으나 모기지 대출액은 1290억 달러로 140억 달러 점증했다. 이에 따라 국민총생산(GDP)에서 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82%에 육박하고 있다. 이웃 호주 의 59%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기준금리가 시장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미치지 못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모기지 대출의 무려 85%가 고정금리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2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집값을 안정시켜야 하는 볼라드 총재는 이번에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다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이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세금규정을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 중 하나는 렌트 투자 주택에 대한 상각 요인을 폐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렌트 주택 투자자들은 모기지 이자비용, 수리유지비, 감가상각비 등으로 렌트 수익 공제혜택을 받아 왔는데 이를 없앤다는 것이다.
또한 IRD가 상습적인 부동산 거래자들의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라드 총재는 시중은행에 대해서도 모기지 대출비용을 인상하는 등 대출 억제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이에 앞서 마이클 쿨렌(Michael Cullen) 재무장관은 주택대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쿨렌 장관은 지난달 오클랜드에서 열린 오클랜드 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서 “중앙은행의 금융통화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물가상승의 주범인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대출이자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주택대출에 세금이 부과되면 대출자의 부담이 커져 대출이 줄고 집값 인플레이션도 결국 완화될 것으로 그 는 기대했다.
그러나 쿨렌 장관의 이 같은 구상이 주택대출을 갖고 있는 수십만 유권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아 내년 총선에 대비해 지지도를 생각해야 되는 노동당으로서는 결국 채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뱅크 어브 뉴질랜드의 수석경제학자 토니 알렉산더(Tony Alexander)는 쿨렌 장관이 지적한 중앙은행 금융통화정책의 비효율성에 대해서는 일리가 있다고 동의했다.
알렉산더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이유는, 기존에는 대부분의 대출자가 변동이율을 택해 금리 인상이 곧바로 시장에 반영됐으나 현재 83%가 2년 만기 고정이율로 바꿔 금리 인상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장기간 걸리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언론들도 최근 아무도 기준금리 인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볼라드 총재는 추가적인 무기가 필요하다며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해 기준금리 외에 집값 상승을 막을 대책에 대한 요구가 무르익고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