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뉴질랜드 총선이 ‘코로나19’로 인해 4주 동안이나 연기된 것은 물론 그야말로 갖가지 진기한 신기록들을 수립한 뒤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0월 17일(토) 마감된 총선에서는 집권당인 노동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가운데 국민당은 참패한 반면 ACT당은 돌풍을 몰고오면서 정가의 한 축으로 당당히 떠올랐다.
반면 뉴질랜드 제일당은 아예 국회 밖으로 밀려나면서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으며, 나머지 군소 정당들은 마오리당을 제외하면 의석 획득 실패는 물론 지지율에서도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치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변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8개 선거구에서 1000표 미만으로 당락이 갈렸으며, 초선의원 40명이 대거 등장한 가운데 23명의 초선 여성의원을 포함해 전체 의원 중 47%인 57명이 여성이 됐다.
또한 이른바 성적소수자들을 지칭하는 LGBTQ로 분류되는 의원이 11명이나 국회에 대거 진출해 세계에서 가장 해당 의원 비율이 높은 국회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이 지역구 후보와 정당을 분리해 투표하는 등 철저하게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는데, 보기 드문 기록들이 여럿 나온 이번 총선의 이모저모를 주요 정당별로 나눠 선거 결과와 그동안의 변천 과정을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 유세 중인 재신다 아던 총리
‘초대형 슈퍼 태풍’ 몰고온 노동당
이번 총선의 최대 승리자는 단연 노동당과 함께 당을 이끈 재신다 아던 현 총리이다.
노동당은 72개 전체 선거구 중 68개에서 정당투표 1위를 차지하면서 총 투표자의 과반수에 근접한 49.1%(116만9397표)라는 경이적인 지지율을 기록해, 총 120석의 국회 의석 중 64석을 차지해 재적 과반수를 거뜬히 넘겨버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노동당은 72석의 지역구에서 43석을 차지해 이미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했으며 여기에 21석의 비례의석까지 더해 단독으로 집권하기에 충분한 의석을 거머쥐었다.
이처럼 거대 정당 한 곳이 단독 집권이 가능해진 상황은 뉴질랜드가 지난 1996년에 이른바 ‘혼합비례대표(Mixed Member Proportional, MMP)’ 선거제도를 도입한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한 개 정당이 과반수 이상을 점유해 독주하는 것을 막는 한편 소수 정당들에게도 골고루 정치 참여 기회를 주자는 MMP선거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질 정도로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이 일으킨 바람은 한마디로 보기 드문 ‘초대형 슈퍼 태풍’이 됐다.
2017년의 직전 선거 당시 노동당의 정당지지율은 36.9%였으며 의석은 총 46석이었는데, 지지율을 12.2%포인트나 더 높이면서 최소한 지난 50년 이래 노동당이 받았었던 지지율 중 최고를 기록하면서 덩달아 의석도 18석이나 증가시켰다.
이처럼 노동당이 전례가 없던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 배경에는, 국가적 위기 속에 발휘된 아던 총리의 빼어난 지도력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별다른 이의가 제기되지 않는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여전히 ‘코로나19’로 큰 혼란을 겪는 와중에 발빠르고 단호한 대처로 세계 최초로 바이러스 종식 선언까지 할 수 있었던 지도력에 유권자들은 후한 점수를 줬다.
또한 작년 3월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2곳에서 발생했던 뉴질랜드 역사상 전대미문의 대형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국민 단합을 호소하고 또한 신속한 총기 회수 정책 등을 시행한 지도력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던 총리의 지도력을 바탕으로 노동당은 이미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찍부터 다른 정당들을 크게 앞섰는데, 그러나 막상 개표함 뚜껑이 열린 뒤에는 설마했던 높은 지지율이 그대로 실현되자 유권자들은 물론 노동당 지지자들조차 놀라는 눈치들이 역력했다.
실제로 총선을 단 9일 앞둔 10월 8일(목)에 발표됐던 ‘원뉴스 콜마 브런턴(1News Colmar Brunton)’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 지지도가 9월 28일 공개된 직전 같은 조사 때와 똑같았던 47%로 나온 바 있어 오히려 이번 총선 결과보다 더 낮았었다.
이에 따라 지난 3년간 정부를 이끌었던 아던 총리는 당내 입지가 더욱 확고해진 가운데 향후 3년 동안에도 노동당의 각종 정책들을 다른 정당들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강하게 밀고 나갈 추진력을 갖게 됐다.
▲ 선거 운동 중인 주디스 콜린스 국민당 대표
국민당, 누가 당대표를 했더라도 어려웠을 것
한편 제1야당인 국민당은 직전 선거보다 무려 17.6%포인트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26.8%(63만8393표)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는데, 이는 앞서 언급된 10월 8일자 ‘원뉴스 콜마 브런턴(1News Colmar Brunton)’ 여론조사 때의 32%보다 더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로서 국민당은 지난 선거 직후 과반수에 가까웠던 56석으로 원내 제1당을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지역구 15석을 포함해 모두 21석이나 자리를 내주면서 원내 최대 다수당 지위는 물론 제1야당으로서도 다소 초라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35석(지역구 26, 비례 9석)으로 의석이 급감했다.
국민당은 지난 2002년에도 빌 잉글리시 대표가 당시 헬렌 클락 총리가 이끌던 노동당과 맞붙었다가 지지율이 20.9%까지 떨어지고 전보다 12석을 잃으면서 27석까지 주저앉은 바 있는데 이번에 얻은 35석이 그때 이후 가장 적은 의석이다.
국민당이 이처럼 지난 2017년까지 9년간 연속 집권했던 정당답지 않게 참패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번 총선 직전까지 6개월 밖에 안 되는 기간에 사이먼 브리지스(Simon Bridges)와 토드 말러(Todd Muller)를 포함해 3차례나 대표가 급하게 바뀌는 등 당내 혼란이 지속됐던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내부에서도 이미 문제를 충분히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해결 못 하던 국민당은 여론조사에서 지지부진한 결과가 잇달아 나오자 결국 당시에는 9월로 예정됐던 선거가 코앞이던 시점인 지난 7월 중순에서야 주디스 콜린스 대표로 부랴부랴 당 체제를 바꿨다.
그러나 강성 이미지를 가진 콜린스 대표가 당을 추스리는 가운데도 계속해 갖가지 잡음이 일어나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선거까지 연기돼 시간을 더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당의 뒤늦은 시도는 결국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이런 국민당 상황은 당시 누가 대표가 됐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었다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데, 이를 확인하듯 선거 참패 후 곧이어 열린 전당대회에서 국민당은 현재의 콜린스 대표 체제를 그대로 갖고 가기로 결정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과거 국민적 인기가 높았던 존 키 전 총리 시절 국민당을 지지했던 많은 중도층 유권자들이 대거 노동당으로 돌아섰으며, 또 일부는 국민당에 실망해 ACT당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분석했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녹색당의 부유세 도입 공약에 크게 놀란 유권자들이 정당투표에서 노동당 편을 드는 전략적인 투표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 당선자들과 함께 한 데이비드 세이모어 ACT당 대표
‘돌풍’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ACT당
한편 이미 선거 전부터 심상치 않은 ‘돌풍’을 예고했던 ACT당은 결국 예상대로 8.0%라는 상당한 지지도(19만139표)를 확보하면서 10석(지역구 1, 비례 9석)이나 되는 의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전까지 단 하나였던 의석을 9석이나 늘리면서 그야말로 정국에 돌풍을 일으킨 ACT당은 데이비드 세이모어 당대표까지 오클랜드 엡섬(Epsom) 지역구에서 다시 당선되는 저력을 보여줬다.
중도보수인 국민당보다 더 우익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ACT 당은 1994년 창당한 후 1996년부터 2002년 총선까지는 8~9명가량 의원을 배출하면서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등 국내 정가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2005년 총선에서 지역과 비례 각 한 명씩으로 당세가 크게 위축된 뒤 2008년에 다시 5명이 당선됐지만 또 다시 2011년 총선부터 지금까지는 줄곧 단 한 명의 의원에만 의존해 당을 유지해오던 실정이었다.
직전 2017년 총선에서도 정당지지율은 0.5%(1만3075표)에 불과했고 작년까지도 지지율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데다가 우당인 국민당이 3년 전부터는 야당이 되면서 캐스팅 보트 역할도 아예 사라져 정계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회 의석수는 같지만 지지율 기준으로 녹색당을 제치고 원내 제3 정당으로 올라서는 위업을 달성, 비록 야당이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런 와중에 28세의 젊은 여성인 브룩 밴 벨든(Brooke van Velden) ACT당 부대표는, 웰링턴 센트럴 지역구에서 달랑 678표만 획득해 이번에 당선된 의원들 중 전국 최소 득표자로 기록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번에 ACT당이 얻은 10석과 지지율 8.0%, 그리고 19만표는 창당 이후 최고(대) 신기록인데, 이전까지는 2002년 총선 당시 획득했던 9석과 지지율 7.14%, 그리고 14만5000표가 기록이었다.
특히 ACT당은 세이모어 대표가 당선된 엡섬에서는 3607표의 정당지지를 받은 데 비해 셀윈(Selwyn)과 와이타키(Waitaki), 카이코우라(Kaikoura)와 사우스랜드 등 남섬의 4개 선거구에서는 각각 4000표 이상이나 되는 정당지지표를 얻는 강세를 보였다.
참고로 ACT당의 당명은 흔히 ‘행동당’이라고 번역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Association of Consumers and Taxpayers’에서 유래된 것이다.
▲‘OK Chloe’ 다큐 필름에 등장한 클로에 스와브릭 의원
지역구 당선으로 ‘훈풍’ 탄 녹색당
한편 매 선거 때마다 항상 5%대를 넘기는 안정된 지지율을 보여주던 녹색당은 이번에도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직전 선거 때보다 1.3%포인트 지지율을 더 높인 7.6% 지지율(18만347표)로 종전보다 2석 늘린 10석(지역1, 비례9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녹색당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노동당이 연정 파트너를 필요로 하지 않아 그동안 MMP 제도에서 보여줬던 만큼의 위상은 아쉽게도 더 이상 누릴 수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상황을 보여주듯 2017년 선거를 포함해 매번 선거가 끝나자마자 노동당과 녹색당 연합정부 수립 논의가 곧바로 이어지곤 했지만 이번에는 노동당이 상당히 느긋한 자세인데, 이번 선거가 끝난 후 제임스 쇼(James Shaw) 녹색당 공동대표는 각료직 배분보다는 정책적인 면에서 노동당과 협조를 원한다는 입장을 먼저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에서도 녹색당 지지자들을 미소짓게 만드는 훈훈한 한줄기 바람이 불었는데, ‘훈풍’은 지역구에서 정말 오랫만에 당선자가 한 명 나왔다는 사실때문이다.
오클랜드 센트럴 지역구에서 클로에 스와브릭(Chloe Swarbrick) 후보가 노동당 헬렌 화이트(Helen White) 후보를 9060표 대 8568표, 단 492표 차이로 꺾고 1999년 처음 원내에 진출했던 녹색당 후보로서는 지역구에서 두 번째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직전 국민당 부대표였던 니키 케이(Nikki Kaye) 의원이 은퇴했던 해당 지역구에서는 국민당 엠마 멜로우(Emma Mellow) 후보도 7566표를 얻어 3명의 후보가 치열하게 3파전을 벌인 끝에 26세의 젊은 녹색당 비례대표 현역의원이 승리를 거뒀다.
녹색당에서 나온 첫 지역구 당선은 1999년 녹색당이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하던 당시 공동 당대표였던 지넷 피츠시몬스(Jeanette Fitzsimons) 의원이 코로만델 지역구에서 당선되면서 탄생한 바 있다.
이번 당선으로 재선의원이 된 스와브릭 의원은 작년 11월 국회에서 탄소배출과 관련해 연설하던 중 국민당 의원이 야유를 던지자 기성세대를 비꼬는 단어인 ‘OK boomer’ 라고 응수해 세계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었다.
또한 당시 구호를 계기로 스와브릭 의원의 인생과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담은 ‘OK Chloe’ 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필름도 만들어져 온라인을 통해 널리 공개되기도 했다.
녹색당 입장에서는 기후변화나 공정경제 등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기성 세대들을 못마땅해하면서 활발하게 정치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 새롭게 한 명의 상징적 인물을 얻게 된 셈이다.
▲ 라위리 와이티티 마오리당 의원
▲ 낙선한 윈스턴 피터스 NZ제일당 대표
원내 진입한 마오리당, ‘삭풍’에 내몰린 NZ제일당
뉴질랜드는 원주민인 마오리들에게 따로 7개의 선거구(북섬 6곳, 남섬은 전체가 한 곳)를 배정해주고 자신들끼리의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마오리당의 라위리 와이티티(Rawiri Waititi) 후보가 와이아리키(Waiariki) 마오리 선거구에서 현역 의원이었던 노동당의 타마티 제랄드 코피(Tamati Gerald Coffey) 후보를 이기는 파란을 연출했다.
총 9473표를 얻은 와이티티 당선자는 9058표를 얻은 코피 후보를 단 415표 차이로 어렵게 누르면서 마오리당이 3년 만에 다시 원내에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415표는 팡가레이 선거구에서 셰인 레티(Shane Reti) 후보가 노동당 에밀리 핸더슨(Emily Henderson) 후보를 164표라는 간발의 차이로 앞선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 2번째로 적었던 1,2위간 표차인데 3번째는 앞서 언급된 녹색당 스와브릭 후보의 492표였다.
마오리당은 지난 2004년 창당해 2005년과 2008년 총선에서는 4명과 5명이 당선되는 등 2014년 총선까지 매번 마오리 선거구를 기반으로 2~5명씩 의원을 배출했지만 2017년 총선에서는 원내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번에 마오리당 당선자가 나온 와이아리키 선거구는 타우랑가와 파카타네, 그리고 로토루아와 타우포 등이 속한 북섬 중부로 지난 2005년부터 2014년 총선까지 4차례 마오리당에서 의원을 연속해 배출한 바 있었다.
한편 윈스턴 피터스 대표가 이끄는 뉴질랜드 제일당은 지난 2017년 총선 때 얻은 7.20%보다 4.5%포인트나 되는 많은 지지율을 잃으면서 2.7%(6만3447표) 획득에 그쳤다.
또한 정치자금 등 갖가지 구설수 속에 지역구에 나섰던 후보들 모두 큰 표 차이로 떨어져 직전 9석으로 원내 제3당이었던 위치에서 결국에는 ‘삭풍’ 부는 원외로 밀려나게 됐다.
이로서 지난 1993년 피터스 대표가 국민당에서 갈라져 나와 창당했던 제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4.07% 지지율로 한 차례 원외로 밀려났던 데 이어 2번째로 원외정당이 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제일당은 당 이념보다는 노인층 등 철저히 소수 지지자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이른바‘대중주의(포퓰리즘)’ 정책으로 캐스팅 보트 역할을 손에 쥐고 노동당과 국민당 사이를 오가면서 MMP제도의 장점이자 헛점을 최대한 이용해왔다.
그러나 또 다시 원외로 밀려난 데다가 피터스의 뒤를 이을만한 뚜렷한 인물도 부각되지 않아 미래가 밝지 않을 것으로 보여, 그동안 그의 반이민주의와 인종차별적 정책에 반감을 가졌던 주로 아시아권의 이민자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크게 반기는 모습들이다.
한편 나머지 군소 정당들 중에서는 신보수당(NCP)이 1.5%, 그리고 기회당(TOP)이 1.4% 지지율을 올리기는 했지만 원내 진출에는 모두 실패했으며 기타 무명 정당들 역시 선거에 참여하는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 멜리사 리 의원
▲ 캐서린 주 국민당 후보
5선 고지에 올라선 멜리사 리 의원, 가능성 보여준 캐서린 주 후보
한편 국민당 멜리사 리 의원은 오클랜드의 마운트 앨버트(Mt. Albert) 지역구에서는 재신다 아던 총리에게 2만3198표 대 6621표로 크게 밀렸지만 당 비례대표 16번으로 당선돼 2008년 처음 당선된 이후 5번째 의원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또한 크라이스트처치의 뱅크스 페닌슐라(Bank Peninsula)에 처음 도전했던 캐서린 주(Catherine Chu, 주영은) 국민당 후보는 노동당 트레시 리 맥레란(Tracey Lee Mclellan) 후보에게 2만2383표 대 1만834표로 뒤져 원내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중앙 정치무대에 대한 첫 도전치고는 상당한 저력을 보여줬다.
이곳은 1993년 리틀턴 지역구 당선을 시작으로 1999년부터 금년에 정계를 떠나기 전까지 루스 다이슨(Ruth Dyson) 전 의원이 27년 동안에 9번이나 연속으로 승리했던 노동당의 텃밭이다.
이곳을 포함해 크라이스트처치 5개 선거구에서는 노동당 후보들이 모두 당선됐는데, 그중에는 제리 브라운리(Gerry Brownlee) 국민당 부대표가 1996년부터 24년째 지켜왔던 아일람(Ilam) 지역구를 노동당의 사라 팰릿(Sarah Pallett) 후보에게 2000여표 차이로 내주는 이변도 벌어졌다.
반면 더니든에서는 보건부 장관 재직 당시 록다운 지침을 어기는 일탈 행위로 해임됐던 데이비드 클락(David Clark) 노동당 의원이 국민당 마이클 우드하우스(Michael Woodhouse) 후보를 2만896표 대 7485표의 큰 차이로 누르면서 다시 당선되기도 했다.
한편 그의 뒤를 이은 현 보건부 장관인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 의원은, 레뮤타카(Remutaka) 지역에서 2만4911표를 얻으면서 이번 총선에서 최대 1,2위 간 표차인 1만7237표 차이로 국민당의 마크 크롭스키(Mark Crofskey, 7674표) 후보를 꺾었다.
또한 현재 최장수 국회의원인 국민당 닉 스미스(Nick Smith) 의원이 넬슨에서 노동당 레이첼 보이액(Rachel Boyack) 후보에게 3000표 이상으로 패하는 이변도 벌어졌는데, 이곳 역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정당투표에서는 53% 대 21%로 노동당이 2배 이상 앞섰다.
의원 경력이 30년이나 되는 스미스 의원은 지역구에선 탈락했지만 비례대표(18번)로 12번째 임기를 맞아 여전히 현역으로는 최장수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 82.5%, ‘사전투표’도 사상 최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 당일까지의 투표자는 총 239만7117명이었으며 그 중 1만5645명이 정당투표를 안 했거나 불명확해 정당지지도 집계에서는 빠졌다.
또한 6만6000명의 해외거주자들을 포함한 전체 투표의 17%인 48만표에 달하는 특별투표를 포함하면 이번 선거에는 투표일 하루 전인 16일까지 등록했던 유권자 348만7654명 중 82.5%인 287만7117명이 투표했으며 이는 2017년 선거 당시의 79.8%보다 높은 투표율이다.
특히 선관위는 전체 투표자 중 69%나 되는 197만6996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으며 이는 2017년의 120만명(47%)이나 2014년 선거 때의 71만7000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베이 오브 플렌티 선거구에서는 전체 투표자의 80% 이상이 사전에 투표했는데, 이처럼 사전투표자가 많았던 데는 투표일이 ‘코로나 19’ 사태로 한달가량 연기되고 도중에 방학이 들어있었으며,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가운데 선관위에서도 TV 등 각종 홍보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조기에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사전투표장도 전국에 2600곳이나 대규모 운영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중 녹색당 지지자들은 75.5%가 사전투표를 통해 지지를 표시했으며 노동당과 국민당은 이 비율이 각각 73.3%와 67.1%였는데, 그러나 피터스 대표가 사전투표에 미온적이었던 뉴질랜드 제일당은 비율이 62%에 불과했다.
한편 아직 특별투표 집계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으며 총선 최종 결과는 11월 6일(금)까지는 나올 예정인데, 통상 특별투표는 진보로 쏠리는 경향이 높고 실제 사례도 있었는데 만약 이런 사태가 현실화되면 의석 하나가 국민당에서 노동당 또는 녹색당으로 옮겨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총선과 함께 실시된 ‘안락사’와 ‘대마초 합법화’ 국민투표 역시 오는 10월 30일(금)에 예비결과가 발표된 뒤 공식적인 최종 결과는 오는 11월 6일(금)에 공개된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