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에 실시된 인구 센서스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5년마다 실시되는 센서스 발표 결과를 보면 지난 5년간 뉴질랜드 사회의 변화하는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센서스에서는 아시안 인구의 빠른 증가가 가장 큰 특색으로 나타났다. 이번 센서스에 담긴 뉴질랜드 사회의 변화상을 알아봤다.
뉴질랜드내 한국인 인구 2006년 현재 30,792명
이번에 발표된 인구 센서스는 2006년 3월 7일을 기준으로 실시된 것으로 뉴질랜드에 거주했던 사람이면 누구나 해당되며 장기 체류 여행자들도 포함됐다. 뉴질랜드에서 센서스는 5년마다 실시되는데 정부가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정확한 인구를 조사해 교육, 보건, 주택건설, 투자 계획 등을 세우는 기본자료가 된다.
2006년 센서스에서 한국인은 3만792명으로 집계돼 아시아 출신들 중에서 중국인(14만7570명)과 인도인(10만4583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필리핀인 1만6938명, 일본인 1만1910명, 스리랑카인 8310명, 캄보디아인 6918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아시안으로 분류된 35만4552명 가운데 한국인의 비율은 8.7%이다.
한국인은 2001년 센서스
서비스 때 1만9026명으로 조사됐는데 그 때에 비하면 61.8% 늘어 증가율 면에서 68.2% 를 기록한 인도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어시험 도입 등으로 이민 요건이 강화되기 이전 인 2001년과 2002년에 장기사업비자 등으로 한국인 이민자들이 쇄도한 데 따른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이민 요건이 IELTS 영어시험 6.5점으로 상향 조정되고 투자이민과 장기사업비자 등에도 영어시험이 도입되면서 한국인 이민 신청자가 뚝 끊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뉴질랜드 출생 한국인 증가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에서 태어난 뉴질랜드 거주 한국인이 2만8806명으로 집계돼 1986명 정도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로 추정된다. 이는 2001년 센서스의 1095명에 비해 81.4% 증가한 것으로 교민 1.5세들이 차츰 결혼 적령기에 이르면서 이 땅에서 태어나는 교민 2세들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민 역사 100년에 가까운 중국의 경우 14만7570명 가운데 중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7만8117명으로 나머지 6만9453명 정도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돼 이미 다수가 뉴질랜드를 출생지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아시아 출신자들의 숫자는 2001년 23만8176명에서 2006년 35만4552명으로 48.9% 늘어 다른 인종들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안은 젊은 층이 많아 15~29세 사이 뉴질랜드 인구 가운데 아시안의 비중은 31%나 됐다. 뉴질랜드는 아직 전체인구 418만1060명 가운데 유러피언이 67.6%로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다. 마오리는 14.6%로 56만5329명, 아시안은 9.2%로 35만4552명, 퍼시픽 아일랜더는 6.9%인 26만5974명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아시안 인구의 빠른 증가는 앞으로 20년안에 뉴질랜드 토착민인 마오리의 숫자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아시아 이민자 3분의2 오클랜드 정착
아시아 출신자들의 주거 지역으로는 오클랜드가 가장 인기가 있어 3분의 2가 오클랜드 지역에 모여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클랜드는 인종적으로 가장 다양한 지역으로 56.6%의 유러피언에 이어 아시안이 18.9%로 두 번째로 많다. 즉 오클랜드 주민 5명 가운데 거의 1명 꼴로 아시안인 셈이다. 그 뒤로 퍼시픽 아일랜더가 14.4%, 마오리가 11.1%를 점유하고 있다. 또한 오클랜드 지역 전체인구는 131만87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들의 37%는 해외에서 태어난 사람들로 조사됐다.
해외에서 태어난 인구의 비율은 2001년 19.5%에서 2006년 23%로 꾸준히 높아졌다. 이제 뉴질랜드인 거의 5명중 1명은 해외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다. 나라별로는 영국이 20만2401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7만8117명), 호주(6만2742명), 사모아(5만649명), 인도(4만3344명) 순이다. 한국은 2만8806명으로 9위를 차지했다.
아시안 인구 증가 등으로 다중 언어 구사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인구가 17.5%로 10년전 13.6%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힌두어 사용자는 5년전보다 두 배 늘어난 4만4589명에 달했고 만다린 사용자는 4만1391명으로 늘었다. 영어는 뉴질랜드인 95.9%가 사용하는 단연 주된 언어이고 마오리어가 4.1%로 두 번째로 조사됐다.
무종교 인구 늘어
한편 센서스 결과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5년전보다 26만9052명 늘어난 129만7104명의 뉴질랜드인들이 종교가 없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인구 가운데 34.7%에 해당된다. 특히 젊을수록 무종교 비율이 높아 10명당 4명은 종교가 없다고 응답했다. 유러피언의 무신론적 경향이 점차 강해져 이들의 37.7%인 95만5250명이 종교가 없다고 조사된 반면 중동이나 아프리카 출신자들은 상대적으로 무종교가 적었다. 전체적인 종교 인구 감소 속에서도 가톨릭은 5년전보다 4.7% 증가한 50만8437명으로 55만4925명의 영국국교회(Anglicans)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종파로 조사됐다.
가톨릭 교단의 한 관계자는 이민자 증가와 자녀들의 가톨릭계 진학 등을 카톨릭 교인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아시안, 특히 한국인과 퍼시픽 아일랜더들이 모이는 교회 수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이번 센서스 조사시 인종 기타란에‘'New Zealander'라는 항목을 처음 적용시킨 것에 대해 인종 통계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2001년 센서스때‘European’항목에 포함됐던 것으로 기존 통계와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 유러피언 인구 비율이 2001 년 80%에서 2006년 67.6%로 급감했지만 상당수는 이 기타란의 ‘New Zealander’범주에 포함돼 있을 거라는 추정이다.
매시대학의 폴 스푼리(Paul Spoonley)교수는 이에 대해“정부가 2500만달러를 써가며 센서스를 실시해 놓고 인종 통계에 대해 커브볼을 던졌다”고 빗대었다. 스푼리교수는“정부는 이민자 수를 늘리는데 주력했으나 이제 그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일, 예를 들어 단기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의 정착 지원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