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금융시장

요동치는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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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는 길목에서 시장에 악재만 산적하고 있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는 상승하며 뉴질랜드 달러화 가치는 떨어지고 주가는 폭락했다. 국제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 증폭하고 있으며 뉴질랜드 시장도 여기에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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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Z달러 석달새 9% 폭락 …주요국 통화 중 하락폭 2번째


최근 뉴질랜드달러 가치가 큰 폭으로 추락했다. 


미국달러화 환율은 9월말 56.76미국센트로 팬데믹이 시장에 충격을 주기 시작했던 2020년 3월과 세계금융위기의 진통이 한창이었던 2009년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달러화 대비 뉴질랜드달러화 가치는 7일까지 최근 3개월 사이 9.2% 하락했다.


이 기간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미국달러 외 31개 주요 통화 가운데 미국달러 대비 가치가 뉴질랜드달러화보다 더 하락한 것은 물가 상승률이 80%에 육박하는 아르헨티나 페소화(-15.2%) 뿐이었다.


뉴질랜드달러화에 이어 한국 원화 가치가 8% 하락하여 3번째로 하락폭이 컸다.


문제는 4분기에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하는 만큼 미국달러화 강세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연준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자국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까지 3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금리 상단을 3.25%로 끌어올렸다.


또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각각 0.75%포인트, 0.5%포인트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4.6% 수준으로 올린 뒤 최소한 2024년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엔화와 유로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의 4분기 기술적 저항선 상단을 116.80 부근으로 전망했다.


현재 달러 지수가 112대인 만큼 4분기에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4% 정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가 가격에 잘 반영될 경우 미국달러 지수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면서도 “연준이 지금 당장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적으로 빠르게 뒤집기를 원하지 않을 경우 상승세가 온전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국제적 환율 공조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미국으로서는 강달러를 통해 자국 인플레이션을 타국에 수출하는 게 여러모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도 지적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높은 국제 금리와 리스크 회피의 증가로 뉴질랜드달러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은 뉴질랜드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노력도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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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의 금리 인상 속도


중앙은행은 지난 5일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시장의 예상대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12개월 만에 사상 최저의 0.25%에서 3.5%로 사상 최고 속도로 올랐다.


3.5%의 기준금리는 2015년 6월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7월 선진국 중 처음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했고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인 지난해 10월에는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 세계 통화정책의 ‘풍향계’로 불렸다. 


작년 10월부터 8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온 중앙은행은 올해 4월, 5월, 7월, 8월에는 0.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해왔다.


통상적인 기준금리 인상 폭의 두 배인 0.5%포인트 빅스텝 인상 폭은 지난 2000년 이후 22년 만이었다.


중앙은행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며, 더 많은 고통이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은 이날 회의에서 75%포인트 인상도 검토했다는 매파적 발언을 했다. 


중앙은행은 “일부 위원은 금리가 더 크게 인상돼야 기준금리의 고점이 더 높아질 위험을 줄인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금리를 빨리 올려야 나중에 지나치게 많이 올려야 하는 위험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또 다른 위원들은 지금까지 진행한 긴축의 강도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고, 통화정책의 파급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이 모든 의견을 고려해 위원회는 0.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는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중앙은행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고용은 지속가능한 최대 수준을 넘고 있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유가가 하락하고 일부 공급망 제약이 완화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둔화됐다”면서도 “핵심 인플레이션 지표는 여전히 상승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1~3%의 목표 범위로 되돌릴 정도로 소비가 충분히 억제될 수 있다고 확신할 때까지 통화 여건을 긴축해야 한다는데 위원들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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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질랜드 기준금리 변동


추가 금리 인상으로 경제침체 압박 전망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뉴질랜드는 최근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한 미국보다 다시 금리가 높아졌다. 


미국 연준은 지난달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면서 기준금리를 3.0~3.25%로 끌어 올렸다.


중앙은행은 자금의 역외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달 열리는 정례회의에서도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오는 11월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60%로 보고 있다. 


또한 기준금리의 정점을 기존 4%에서 내년 4.25~4.75%로 높혀 잡았다.


이에 따라 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경제 침체에 대한 압박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면서 주택 시장은 빠른 속도로 냉각되어 왔다. 


부동산 정보회사 코어로직(CoreLogic)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올해 3분기 4.1% 감소하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시기에 기록한 4.4% 감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분기별 하락 폭을 기록했다.


코어로직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이 어려워졌다”면서 “이례적인 성장을 보였던 주택시장이 확실히 하락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간 치열한 경쟁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이 온전히 모기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나오는 만큼 조만간 하락장이 끝나리라 보는 것은 너무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호주중앙은행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6개월 연속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갔으나, 인상 폭은 시장 예상치인 0.5%포인트의 절반에 그쳤다.


호주중앙은행은 기준금리가 단기간에 대폭 올랐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했다며 베이비 스텝(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호주중앙은행이 아시아 시장에서 기준금리를 시장의 예상과 달리 0.25%포인트 인상하는 데 그치면서 중앙은행들의 속도 조절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주식시장 올들어 15% 하락


증시는 최근 들어 속수무책으로 떨어졌다.


금융시장관리국(FMA)이 지난 6월 발표한 2022년 투자자 신뢰 조사 결과에 주식 투자 인구가 처음으로 정기예금 투자자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18세 이상의 성인 2,509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키위세이버가 64%로 가장 많은 투자 대상에 올랐고 다음으로 직접 주식투자가 24%로 20%의 정기예금을 앞섰다.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증시가 급락하면서 직접 투자자는 물론이고 키위세이버 가입자들의 손실도 커졌다.


S&P/NZX50 주가지수는 9월말 11,065.71로 마감하면서 올해 들어 15.1% 떨어졌고 2021년초 역사점 고점에 비해 약 20% 하락했다.


주가 하락은 뉴질랜드만의 얘기는 아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올해 들어 9월말까지 20.9% 떨어졌고 한국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27.6% 급락했다.


밀포드 애셋 매니지먼트(Milford Asset Management)의 이찬 브루스(Eachann Bruce) 키위세이버 자문역은 “매우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시장을 지배하는 문제들은 이전에 제기됐던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이다”고 설명했다.


브루스 자문역은 “키위세이버 수익률이 떨어지는 많은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오고 있다”며 “그러한 고객들에게 조언하는 골자는 지금은 공포에 빠질 때가 아니고 비이성적인 결정을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시장관리국(FMA)의 태미 페이퍼(Tammy Peyper) 투자자 능력부장은 “시장 침체와 변동성이 얼마나 계속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빠른 회복을 보이지 않는다고해서 투자자들이 초조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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