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불 유산 놓고 다툰 고모와 조카들

100만 불 유산 놓고 다툰 고모와 조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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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가 갈수록 고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최근 언론에서는 후손들이 유산을 놓고 법정 싸움을 벌였다는 뉴스가 종종 전해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곤 한다. 


지난달 전해진 한 사례는 한 남매가 ‘고모(aunt)’를 상대로 할머니 유산을 놓고 벌인 소송이었는데, 특히 법원이 고모가 엄마인 할머니를 압박해 유언장을 변경했다는 점을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그 외에도 4명의 자녀가 각각 자매와 형제 편으로 갈려 부친의 재산을 놓고 한바탕 소송전을 치르기도 했는데, 이번 호에서는 언론에 전해진 이들 2건의 사례를 갖고 유언장 및 유산 상속과 관련된 내용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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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불 유산 놓고 다툰 고모와 조카들>


지난 3월 말 뉴질랜드 ‘항소법원(Court of Appeal)’에서는 마운트 마웅가누이(Mount Maunganui)의 한 양로원(rest home)에 살다가 지난 2019년 10월에 향년 101세로 사망한 한 여성의 유산을 놓고 벌어졌던 재판의 선고가 내려졌다. 


사망자는 양과 소목장을 운영하던 농부였으며 사망하기 전까지 5년간 같은 양로원에서 살았는데, 그녀에게는 아들과 딸 등 2명의 자녀가 있었으며 그중 아들은 해밀턴에서 법정 변호사(barrister)로 일하고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 2011년에 작성된 유언장에서는 그녀가 남기게 될 재산을 두 자녀에게 균등하게 배분하도록 했는데, 단 아들이나 딸 중에서 누구라도 만약 엄마보다 먼저 죽게 되면 그(녀)의 자녀(들)가 동일한 비율로 부모의 권리를 상속하도록 조건이 달렸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는데, 엄마의 재정을 관리하던 변호사이기도 한 아들이 동맥류(aneurysm) 질병으로 2015년에 엄마보다 앞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죽은 아들은 엄마와 마찬가지로 아들과 딸 등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이들 자녀는 유언장에 따라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아버지 몫의 재산을 나눠 상속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들 남매는 자기 아버지가 사망한 직후인 2015년과 이듬해인 2016년 등 두 차례에 걸쳐 할머니의 유언장이 고모와 그 가족에게 유산이 대부분 돌아가도록 다시 작성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5년에 다시 작성된 유언장에서는 아들이나 딸이 먼저 죽게 되면 죽은 사람의 자녀에게는 1인당 5만 달러만 주도록 고쳐졌다. 


만약 바뀐 유언장대로 유산을 배분하면 엄마보다 먼저 사망했던 아들의 두 자녀는 고모의 자녀 3명과 함께 한 사람이 5만 달러씩만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후에도 유언장에는 2016년에 또 다른 조항이 추가됐는데, 그 내용은 만약 딸이 엄마보다 먼저 사망하게 되면 유산은 손자와 손녀들이 아닌 자기 남편에게 가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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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 안 바꿔주면 ‘난 엄마 몰라라 할거야’>


2019년 할머니가 사망했을 당시 남긴 유산은 100만 달러에 달했는데, 결국 이처럼 변경된 유언장에 따라 먼저 사망한 아들의 자녀 2명은 전체 유산의 6.25%만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자 할머니가 사망한 직후 이들 남매는 고모를 상대로 재판을 걸었는데, 이들은 고모가 할머니에게 유언장을 바꾸면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변경된 유언장 효력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들의 소송은 2022년 3월에 1심에서도 기각됐는데, 이후 항소심 재판이 열려 올해 3월에 1심과 뒤바뀌는 결론이 내려졌다.


항소심 판사는 고모가 2015년과 2016년의 유언장 변경 당시 엄마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남매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판사는 이들 남매가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이틀 뒤에 할머니를 뵈러 갔을 때 자신들이 겪었던 상황을 진술한 ‘법정 진술서(affidavit)’를 이번 판결에 감안했다고 밝혔다. 


남매는 할머니를 방문했을 당시, 아버지 사망 사실을 알게 된 바로 이틀 뒤에 고모가 유언장을 바꾸라고 자신을 ‘괴롭혔다(bullied)’는 말을 할머니에게서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유언장 변경을 위해 직접 전화를 건 사람도 고모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남매는 당시 할머니가 자기들에게 “나를 돌보던 너희 아범은 죽고 또 너희는 모두 외국에 사는데, 이제 내가 전적으로 의지해야 할 너희 고모가 만약 유언장을 변경해주지 않으면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겠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두려운 마음에 선택의 여지도 없이 결국 유언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말문이 막히고 충격을 받았지만 할머니의 마음을 생각해 화제를 돌리고 자리를 뜨려 했는데, 그때 할머니는 “고모가 그렇게 하라고 나를 괴롭혔어. 이 건 너희 할아버지와 내가 원했던 일도 아니야.”라고 또 괴로운 심정을 전해 큰 충격을 받은 두 사람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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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액 유산을 다룬 추리극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한 장면


<부당한 압박에 의한 유언장 변경은 무효>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던 남매는 결국 아버지의 법조계 친구 2명과 상의했고 이들의 조언을 받아 결국 고모를 상대로 재판을 걸었다. 


항소법원 판사는 2011년에 작성된 첫 번째 유언장을 개정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그 이유로 유언장이 변경될 당시 남매의 아버지는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유산의 절반은 이들 남매에게 가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판사는 또한 2015년 유언장 변경에 딸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서, 당시 할머니가 실제로 바뀐 유언장 내용을 읽어보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또한 2016년에 벌어진 두 번째 유언장 변경 당시에는 할머니가 적절한 법률적인 조언을 받지 못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담당 변호사는, 딸의 남편에게 유산 상속권을 넘기는 이례적인 유언장 변경 작업에 당사자인 할머니가 변호사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대화를 나눈 뒤 서명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딸이 변경된 유언장을 엄마에게 가져갔고 양로원 직원 2명이 증인 자격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할머니가 서명한 후 나중에 딸이 유언장을 변호사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항소심 판사는 여러 가지 상황을 모두 고려한 후 딸이 유언장 변경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남매의 주장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판사는 2015년과 2016년 유언장은 모두 “부당한 압력에 의해 확보(procured by undue influence)”했기 때문에 유효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또한 판사는 할머니의 유산에 대해 독립적인 유언 집행인(independent executor)과 수탁인(trustee)을 지명하고 2011년 유언장에 대한 ‘검인도 승인(granted probate)’했다. 


한편 판사는 재판 비용에 대한 결정은 유보하면서 비용이 할머니의 유산에서 지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양 당사자가 의견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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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재산 놓고 소송전 벌인 4남매> 


한편 이달 초에는 여자 형제들을 대상으로 아버지의 유언장 효력을 문제 삼으면서 재판을 벌였던 한 형제가 패소 판결을 받았다는 또 다른 소식도 전해졌다. 


이들은 베이 오브 플렌티에 사는 가족으로 알려졌는데, 아들과 딸이 각각 2명씩인 이들 자녀의 싸움은 지난 2021년에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그중 아들 둘은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인 2020년에 유언장 내용을 변경했던 것에 이의를 제기했는데, 당시 유언장은 유일한 집과 현금 16만 5000달러를 2명의 딸에게만 유산으로 남기는 것으로 내용이 변경된 바 있다. 


반면 아들 둘은 과수원과 가족 사업체를 물려받게 됐는데, 하지만 형제는 이들이 물려받게 된 것들은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자매는 그렇지 않다고 상반되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형제는 아버지가 유언장을 수정할 당시 정상적인 의사 결정 능력이 부족했으며 또한 딸 중 하나가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는데, 유언장 변경 당시 부친의 나이는 93세였으며 이로부터 18개월 뒤에 사망했다. 


한 아들은 당시 아버지가 진통제(pain medication)를 복용하고 때로는 심하게 취할 정도로 위스키를 마시기도 했으며, 허약하고 우울한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딸들은 아버지가 육체적인 고통을 겪기는 했지만 매일 신문도 읽고 관심 가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도 나누는 등 가족이나 주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 의사결정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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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에 결정적 영향 미친 변호사 진술> 


그의 유언장이 개정되는 모임에 참석했던 타우랑가의 변호사는, 당시 노인이 침대에 누워 있었으며 딸 중 한 명이 모임에 참석했었다면서, 비록 노인이 떨리는 손으로 서명하기는 했지만 온전한 정신 상태에서 유언장의 변경되는 내용과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했었다고 증언했다. 


특히 당시 유언장에 내용을 변경하는 이유도 첨부했는데, 노인은 이전에 과수원을 통해 아들을 부양해야 할 자기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또한 자기의 전 부인이 상업용 빌딩을 딸들에게 남겨주기를 원했지만 실제로 부인이 사망한 뒤에는 아들과 딸 4명에게 균등하게 나눠줬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이에 따라 재산을 자녀들에게 공정하게 나눠줄 수 있도록 자기 생각을 바꾼다고 유언장 개정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밝혔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2020년에 한 의사가, 노인이 자신의 안녕과 재산 관리를 포함해 개인적인 일의 관리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정신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을 내리기도 했었다. 


그 당시 자녀들에게 특별한 위임장을 발급되지 않았으며 병원에서 퇴원한 노인은 그전까지 살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은퇴촌에서 생활했는데, 한편 그가 살던 집은 그가 죽기 전인 2021년에 경매를 통해 예상을 뛰어넘는 상당히 비싼 가격에 팔렸다. 


이번에 판결을 한 고등법원의 담당 판사는 노인이 유언장을 다시 작성할 때 ‘지각이 부족(lack of cognition)’했다는 의학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의사의 평가보다는 당시 변호사의 진술에 무게를 더 두었다. 


또한 딸이 두 번째 모임에는 아예 참석도 안 했고 노인이 그녀에게 자유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서, 딸이 유언장 변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 역시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판사는 딸들이 아버지 유언장대로 집행할 수 있다면서 형제의 항소를 기각하는 한편 딸들이 재판에 쓴 비용도 형제가 물어내도록 조치했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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