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민 사기와 이민자 착취 사례가 계속 터지면서 이민 선호국으로서의 뉴질랜드 평판을 크게 퇴색시키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보다 나은 삶을 펼쳐 보리라는 이들 이민자들의 꿈은 낯선 이국 땅에서 산산조각 나고 있다. 이주 근로자들을 속이고 착취한 악덕 고용주들과 이민 중개업자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이들을 활개칠 수 있도록 만든 뉴질랜드의 현행 이민 제도에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례 없는 수준의 이민자 착취 실태와 함께 10월 9일부터 단순화되는 기술이민에 대해 알아 본다.
이민자 착취 관련 150여 공인 고용주 조사 중
지난 1일 열린 ‘뉴질랜드이민투자협회’(NZAMI) 연례 회의의 화두는 이민자 착취였다.
이날 참석한 이민부의 스티브 왓슨(Steve Watson) 이민준수조사부장은 8월 14일 현재 공인 고용주에 대한 711건의 항의가 접수됐고 154명의 공인 고용주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6명의 고용주들의 공인 자격을 취소했고 5명의 고용주들의 공인 자격을 유예했다고 설명했다.
왓슨 부장은 접수된 항의가 모두 입증된 것은 아니며 그 가운데 151건은 이민 근로자의 비자 상태와 관계되어 이민부에서 담당하고 406건은 고용법이나 이민자 착취와 관련되어 고용청에 넘겨졌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혁신•고용부(MBIE)의 카트리오나 로빈슨(Catriona Robinson) 이민부국장은 “이민자 착취는 뉴질랜드 이민 제도에서 새로운 일은 아니며 매우 심각하게 다루는 사안이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지난 2일 오클랜드 타카니니에 위치한 시크 사원에서 있었던 앤드류 리틀(Andrew Little) 이민장관과 인도 및 네팔 이민 커뮤니티 지도자들과의 모임에서 이민부 측은 8월 28일 현재 공인 고용주에 대한 758건의 항의가 접수됐고 188명의 공인 고용주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7명의 고용주들의 공인 자격을 취소했고 11명의 고용주들의 공인 자격을 유예했다는 것이다.
이민부의 조사에는 공인 고용주들과 연계된 해외의 중개업자 193명도 진행된다.
리틀 장관은 “정부는 이민자 착취나 사기에 대해 무관용이다”며 “이를 위해 항의 절차를 간소화했고 이민관의 조사 권한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민부 측은 얼마나 많은 이주 근로자들이 사기와 착취 문제를 겪고 있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국민당의 에리카 스탠포드(Erica Stanford) 이민 대변인은 이민 착취와 사기의 피해자들이 수 천명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스탠포드 대변인은 “최근 이민자 착취 상황은 지금까지 뉴질랜드에서 보아온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며 “언론에 보도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는 다른 차원의 착취이다”며 “연루된 많은 사람들은 기술이나 자격증이 없고 영어를 하지 못하거나 시간당 30달러 일자리를 가질 정도의 영어 구사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례 없는 이민자 착취
이번에 문제가 된 ‘공인 고용주 워크비자’(AEWV, Accredited Employer Work Visa) 제도는 2022년 7월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심각해진 국내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했다.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인력 부족 현상이 뉴질랜드는 물론 세계적으로 주요 문제로 등장하면서 정부는 해외로부터 인력 유입을 위한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다.
지난 8월 14일 현재 약 2만7,892명의 공인 고용주와 8만576건의 공인 고용주 워크비자가 승인됐다.
정부가 공인 고용주 워크비자를 도입했을 때 이민 전문가들은 이미 착취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많은 이민 신청자들은 뉴질랜드에 도착했을 때 본국에서 수수료를 지급했던 이민 중개업자들을 보지 못했고 약속 받았던 일자리도 얻을 수 없었다.
지난 5월 수 백 명의 네팔인들이 존재하지 않는 직업의 비자에 개인당 3만달러까지 지급하는 이민 사기가 발생해 네팔 영사관이 경고하는 사건이 보도됐다.
또 7월에는 남미 출신 250여 이민자들이 영주권 취득까지 가능한 직업을 약속한 비자에 속아 많은 돈을 지불하는 이민 사기가 알려지기도 했다.
페루에서 온 한 24세 여성은 비자와 거짓 잡오퍼에 지불한 돈을 마련하려고 범죄 조직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윤락 일을 해야 했다.
지난 8월에는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들이 오클랜드의 파파쿠라, 린필드, 글렌 이든, 타카니니, 마누레와 등지의 방 2개 또는 3개 짜리 주택에서 최대 40명이 기거하는 등 비위생적이고 부적절한 주거 시설에서 체류하는 사례들이 집중적으로 보도됐다.
하나뿐인 화장실과 욕실을 사용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줄을 서야 했고 취사 도구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트럭 운전사를 할 계획으로 인도에서 온 한 근로자는 몇 달이 지났지만 인력채용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인도고등위원회의 지트 수크데브(Jeet Suchdev)는 “이들은 동물처럼 지내고 있다”며 “어떻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이렇게 할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민부와 오클랜드 카운슬 등의 관료들은 지난달 28일 오클랜드 소재 6개 주택들을 불시에 방문해 이민자들이 비위생적이고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과밀하게 지내고 있는 상황을 확인했다.
스탠포드 대변인은 이민자 착취의 규모 때문에 이민자 착취 보호 비자도 더 이상 소용이 없게 됐다고 비난했다.
‘이민자 착취 보호 비자’는 착취가 있었다고 밝혀진 경우 이민자가 뉴질랜드에 법적으로 남아 신변을 정리하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비자이다.
지난 2021년 7월 도입된 이후 2021년 63건, 2022년 125건, 그리고 올해 8월까지 265건이 승인돼 이민자 착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민부의 허술한 고용주 인증이 근본적인 문제
스탠포드 대변인은 이민 근로자 착취는 고용주 인증의 기준을 낮춘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오클랜드 소재 아메리즈 리갈(Amerinz Legal)의 마수드 아람(Masud Alam) 사무 변호사는 많은 이민 사기와 착취에는 이민 신청자 본국의 언어를 구사하는 중개업자들이 개입돼 있고 수수료로 2만~2만5,000달러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금액은 많은 비자 신청자들에겐 평생 동안 모은 거액이라는 것이다.
50여 명의 이민 사기 피해자를 처리한 아람 변호사는 “사기의 고용주들을 누가 인증해 주었고, 어떻게 이들이 거짓의 고용 관계를 이용하여 수 백 명의 신청자들에게 진짜의 비자를 얻게 해주었는지가 핵심이다”며 “이는 현행 이민 제도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주 인증이나 직업 점검에서 이민부가 대량의 신청에 대응하는 전반적인 검토 과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민부는 공인 고용주의 15%를 무작위로 조사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리틀 장관은 지금까지 약 2%만 조사했다고 밝혔다.
공인 고용주 워크비자와 관련된 신청이 이민부의 업무 능력을 휠씬 초과한 것이다.
아람 변호사는 착취를 당한 이민자들의 감정적, 제정적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행 6개월인 ‘이민자 착취 보호 비자’ 기한을 1년으로 연장하고 지금과 같은 이민 사기나 착취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대량 인증에 관련된 대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부는 성명을 통해 피해를 당한 이주 근로자들의 건강과 복지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틀 장관은 공인 고용주 워크비자 제도에 대한 독립적인 검토를 지지했다.
오는 12월 중순에 나올 예정인 이 검토에는 이민자 착취와 이민자 수가 너무 불규칙적인 리스크를 완화하고 운영을 개선하기 위한 적절한 차후 대책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단순화하는 기술이민
한편 다음달 9일부터 기술이민의 점수 산정이 단순화된다.
현행 기술이민 의향서(EOL)를 제출할 수 있는 최소 점수인 180점은 앞으로 학력, 소득, 뉴질랜드 경력, 또는 뉴질랜드 직업 등록 등의 점수에서 최소 6점을 갖추면 된다.
소득 점수에서 인정하는 직업 또는 잡오퍼는 공인 고용주가 제공하고 주당 최저 30시간 이상이며 기한 제한이 없는 고용계약이거나 최소 12개월의 고정 고용계약이어야 한다.
경력 점수에서 인정하는 뉴질랜드 경력은 주당 30시간 이상의 풀타임 직업이어야 하며 호주•뉴질랜드직업표준분류(ANZSCO)상 레벨 1~3 직업인 경우 뉴질랜드 중간 임금 이상을 받아야 하고, 레벨 4~5 직업인 경우 중간 임금의 1.5배 이상을 받아야 한다.
신청자는 학력 점수, 뉴질랜드 직업 등록 점수, 소득 점수 중 한 부문에서만 점수를 신청하고 중복하여 신청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학력에서 얻은 점수를 뉴질랜드 직업 등록에서 얻은 점수와 중복해서 신청할 수 없다.
건강 조건과 인성 조건, 주신청자의 55세 이하 연령 조건, IELTS 6.5점 이상인 주신청자의 영어 조건 등은 바뀌지 않는다.
이민부는 기술이민을 통한 영주권 전체 승인 수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며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갖춘 신청은 6~8주 안에 처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수 |
조건 |
6 |
레벨 10 박사 학위 (Level 10 Doctoral Degree) |
5 |
레벨 9 석사 학위 ( Level 9 Master’s Degree) |
4 |
레벨 8 우등 학사 학위 또는 레벨 8 준석사 디플로마 (Level 8 Bachelor Honours Degree or Postgraduate Diploma) |
3 |
레벨 8 준석사 서티피케이트 또는 레벨 7 학사 학위 (Level 8 Postgraduate Certificate or Level 7 Bachelor’s degree) |
■ 소득 점수
점수 |
임금 기준 |
6 |
직업 또는 잡오퍼가 중간임금의 3배 (현행 시급 88.98달러) 이상 |
4 |
직업 또는 잡오퍼가 중간임금의 2배 (현행 시급 59.32달러) 이상 |
3 |
직업 또는 잡오퍼가 중간임금의 1.5배 (현행 시급 44.49달러) 이상 |
■ 직업 등록 점수
점수 |
조건 |
직업 예시 |
6 |
최소 6년의 트레이닝이 필요한 등록 |
공인회계사, 공인이민상담사 |
5 |
최소 5년의 트레이닝이 필요한 등록 |
약사 |
4 |
최소 4년의 트레이닝이 필요한 등록 |
변호사, 목수 |
3 |
최소 2년의 트레이닝이 필요한 등록 |
치위생사, 전기기사 |
■ 뉴질랜드내 경력 점수
점수 |
조건 |
3 |
기술이민 신청 전 60개월 동안 36개월 이상의 경력이 있는 경우 |
2 |
기술이민 신청 전 48개월 동안 24개월 이상의 경력이 있는 경우 |
1 |
기술이민 신청 전 24개월 동안 12개월 이상의 경력이 있는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