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로 들어온 ‘순이민자(net migration)’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인구가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는 통계가 지난달 하순에 나왔다.
통계국은 지난 9월까지 한 해 동안 총인구가 전년 대비 13만 8,100명 늘어난 526만 9,200명(여성: 264만 7,700명, 남성: 262만 1,500명)으로 집계됐으며 연간 증가율은 1992년 이래 가장 큰 2.7%였다고 발표했다.
2020년 3월부터 본격 시작됐던 팬데믹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과 2022년의 인구 증가는 전년 대비 1만 명 정도 증가에 그쳤는데, 이처럼 최근 인구 증가 규모가 급격하게 커진 데는 지난해 말부터 국경을 다시 개방하고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외국 노동 인력을 적극 받아들인 점이 그 배경에 있다.
올해 9월까지 연간 순이민자는 11만 8,8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에 반해 한 해 동안 태어난 신생아 수에서 사망자를 뺀 자연 증가는 1만 9,300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대규모 인구 증가는 오클랜드를 비롯한 대도시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의 인구 증가에도 기여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 구성을 크게 변화시키는 모습도 나타났다.
통상 총인구 증감도 국내 정치와 경제와 행정과 사회복지 등을 비롯한 국정 전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개개인에게는 그보다는 국내 지역간 이동을 포함한 지역별 인구 이동 상황이 주택 구입이나 자녀 교육은 물론 사업과 취업 등 일상생활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 걸쳐 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평소에도 내가 사는 지역 인구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올해 6월 말까지 연간 지역별 인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지난 10월 말 공개된 통계국 자료를 중심으로 지도와 도표를 이용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 공원 음악회에 모인 크라이스트처치 시민
<뉴질랜드의 지방행정 구역은?>
지역별 인구 변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뉴질랜드의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이 어떻게 구성됐는가를 소개한다.
현재 뉴질랜드는 규모와 인구, 지방 특성에 따라 행정구역을 크게 2가지로 나눠 지방별로 ‘자치단체(지방정부, local government)’를 구성하고 있다.
우선 전국은 아래 <지도1>처럼 16개의 큰 ‘행정구역(region)’으로 구분하는데, 그중 11개 지역은 ‘웰링턴 리저널’이나 ‘캔터베리 리저널’, 또는 ‘혹스베이 리저널’ 처럼 해당 지역 이름을 앞에 붙인 ‘000 리저널 카운실(regional council)’로 불린다.
그리고 오클랜드와 넬슨과 태즈먼(Tasman), 기스본(Gisborne), 그리고 말버러(Marlborough) 등 5곳은 ‘000 디스트릭 카운실(district council)’이라고 불리는 지방정부를 구성하는데, 이러한 ‘리전’은 북섬에 9개, 그리고 남섬에는 7개가 있다.
‘리전’ 중에서는 넬슨(Nelson)이 450㎢ 로 가장 작고 가장 넓은 캔터베리는 넬슨의 10배가 넘는 4만 5,450㎢ 에 달할 정도로 면적 차이가 크며, 인구도 남섬 웨스트 코스트(West Coast)는 3만 명이 조금 넘지만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는 150만명이 넘을 정도로 그 격차가 크다.
▲ <지도1> 뉴질랜드의 16개 ‘리전(Region)’
한편 전국은 또한 67개의 이른바 ‘테리토리얼 오쏘러티즈(Territorial Authorities, TAs)’로도 나뉘는데, 이 중 오클랜드를 비롯한 13곳은 ‘시티 카운실(city council)’을 구성하며 나머지 53곳은 ‘디스트릭 카운실(district council)’을 구성해 지방자치 행정을 실시한다.
또한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채텀은 인구가 겨우 수백명에 불과하지만 ‘채텀 아일랜즈 카운실(Chatham Islands Council)’이 따로 구성되어 있다.
‘리저널 카운실’과 ‘디스트릭 카운실’, 그리고 ‘시티 카운실’ 등을 모두 합해 전국에는 총 78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있고 이들은 ‘지방정부법(Local Government Act 2002)’에 의해 통제를 받는다.
이들 각 지자체에서는 ‘시장(Mayor)’과 ‘시의원(Councillor)’, 그리고 더 작은 규모로 나뉜 지역사회를 담당하는 ‘구의원(Community Board member)’ 등이 3년마다 실시되는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 <지도2> 전국 78개 지방자치단체와 색깔로 구분한 연간 인구 증감 현황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인구 증가>
바로 위의 <지도2>는 올해 6월 30일을 기준으로 지역별로 인구가 한 해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소개했듯이 16개 ‘리전’과 67개의 ‘테리토리얼 오소러티(TAs), 그리고 오클랜드는 별도로 21개의 ‘로컬 보드(Local Board, ALBs)’ 별로 나눠 인구 증가율과 감소율을 수치에 따라 색깔을 구분해 표시했다.
참고로 국내 인구 통계에서는 이민자 유입과 유출, 여기에 더해 신생아와 사망자로 인한 자연 증가뿐만 아니라 다른 구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이른바 국내간 이동에 따른 인구 유입과 유출도 추정해 집계한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지난해보다 인구가 빠르게 증가했으며, 전국의 인구 증가율이 2022년의 0.1%에서 올해 6월까지는 연간 2.1%로 높아졌다.
그중 인구 자연 증가는 1만 9,100명으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로 가장 적었던 데 비해 8만 6,800명에 달한 순이민자를 기록하면서 이민자가 전체 인구 증가세를 이끌었다.
16개 리전 모두에서 전년에 비해 인구가 많이 증가하였고 그중 오클랜드가 증가율에서 2.8%로 가장 앞섰으며 거주 인구가 많은 만큼 당연히 절대 증가 인구 숫자도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오타고가 2.7%로 이었고 와이카토와 베이 오브 플렌티가 각각 2.3%와 2.1%로 리전 중 세 번째와 네 번째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편 67개 TAs 중에서는 거의 대부분인 65개 지역에서 인구가 늘었는데 그중 1위인 퀸스타운-레이크스는 증가율이 국가 평균의 4배에 가까운 8.0%나 되면서 오타고 리전 인구가 연간 2.7%나 증가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줬다.
크라이스트처치 외곽의 셀윈(Selwyn)도 5.2%로 TAs 중 증가율 2위를 기록했고 남섬 중부 내륙인 매켄지(Mackenzie)가 3.6%, 그리고 해밀턴 시티가 3.4%로 다른 TAs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남섬 북서부의 블러(Buller)는 0.5% 감소율을, 그리고 채텀 아일랜드 역시 0.3%의 인구 감소율을 기록해 지도에서는 이들 두 지역만 회색으로 나타난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편 67개 TAs중에서 16개 지역에서는 한 해 동안 신생아 출생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 인구의 자 연증가에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그중 감소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더니든 시티로 자연 증가가 -190명을 기록했다.
템스-코로만델도도 -170명, 카피티 코스트도 -160명을 각각 기록했으며 넬슨 시티 역시 -100명, 그리고 황가누이와 티마루도 인구 자연 증가에서는 각각 -90명과 -80명을 보였는데, 하지만 이들 지역 모두 순이민자와 내부 이동에서 인구를 얻어 전체 인구는 전년보다 증가했다.
또한 모두 21개에 달하는 오클랜드의 각 로컬 보드별(ALBs) 통계(지도 상단의 확대된 부분)를 보면 20곳의 인구가 증가했는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5.1%의 와이테마타였다.
그 뒤를 4,9%의 파파쿠라가 이었고 어퍼 하버는 4.8%였는데, 이에 반해 유일하게 섬 지역인 아오테아/그레이트 배리어만 0.7% 감소율을 보였다.
▲ <도표1> 오클랜드를 제외한 12개 큰 도시의 원인별 인구 증감
<이민자가 모든 도시의 인구 증가 주도>
올해 6월까지 오클랜드를 비롯한 뉴질랜드의 12개 시티 카운실 지역이 모두 인구 증가를 경험했는데, 이는 지난해까지 2년간 연속으로 몇몇 도시에서는 인구가 감소했던 추세가 반전된 모습이다.
모든 시티 카운실의 인구 증가 역시 순이민자가 주도했는데 특히 오클랜드는 이 기간에 순이민자가 4만 7,800명으로 전국 도시 중에서 가장 많았다.
한편 국내간 이동에서는 오클랜드로 유입된 것보다 빠져 나간 인구가 1만 1,200명이 더 많았는데, 한 해 1만 400명에 달했던 지역의 자연 증가가 국내간 인구 이동에서 발생한 감소분을 축소했다.
오클랜드는 전체 인구 증가에서 순이민자가 차지한 비율이 78%에 달했는데, 반면 이처럼 지역간 이동에서 오클랜드 인구가 유출되는 현상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해밀턴은 순이민자가 4,900명에 달했으며 국내간 이동에서는 -150명이었으며 웰링턴은 순이민자 3,600명이었고 국내간 이동에서는 -1,500명을 기록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순이민자가 5,700명으로 큰 도시 중에서는 오클랜드 다음으로 많았지만 역시 국내간 이동에서는 유입보다 유출이 940명 더 많았다.
반면 타우랑가는 연간 인구가 3,870명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다른 대도시와는 달리 국내간 이동에서 1,500명이나 더 많이 유입되는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해밀턴 역시 인구 규모에 비해 자연 증가가 1,300명으로 다른 대도시에 비해 월등히 앞선 모습으로 이는 결국 지역에 젊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클랜드 내로 범위를 좁혀 보면 21개 ALBs 중 17개에서 순이민자가 인구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가운데 특히 와이테마타의 순이민자가 8,300명으로 가장 많았다.
호윅은 두 번째로 많은 6,100명이었고 이들 두 곳이 오클랜드의 전체 순이민자의 30%를 차지했다.
한편 14개 ALBs에서는 국내간 이동으로 인구가 줄기도 했는데, 순이민자가 가장 많았던 와이테마타가 국내간 이동에서 -4,40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2,100명의 앨버트-이든과 -1,700명의 카이파티키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에 로드니 및 파파쿠라는 국내간 이동에서 각각 1,700명 및 1,400명으로 가장 많은 유입을 기록했는데, 파파쿠라는 순이민자 240명과 자연증가 1,000명을 포함해 국내간 이동을 합쳐 인구가 두 번째로 빠르게 늘어난 ALBs가 됐다.
아래 <도표2>는 오클랜드의 각 로컬 보드 및 원인별로 발생한 인구 증감을 보여준다.
▲ <도표2> 오클랜드의 로컬 보드(ALBs)의 원인별 인구 증감
<고성장 지역으로 몰리는 국내 이동>
한편 성장이 빠른 지역 대부분은 인구 증가의 절반 이상을 국내간 이주에서 얻었는데, 남섬 캔터베리의 고성장 지역인 와이마카리리(Waimakariri)는 인구 증가에서 차지한 국내간 이동 점유율이 80%에 달했으며 셀윈과 센트럴 오타고도 65%나 됐다.
특히 크라이스트처치에 인접한 와이마카리리와 셀윈은 롤레스턴(Rolleston)을 비롯해 관할 지역에 새로운 주거 단지가 빠르게 형성되면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이주한 인구가 많았다.
이러한 현상은 오클랜드를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공통적으로 일어난 현상으로, 이미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대도시에서는 기존 인구가 새롭게 주거 단지가 개발되는 주변의 외곽 도시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편 퀸스타운-레이크스는 빠르게 성장한 지역이지만 인구 증가분의 절반이 넘는 64%가 순이민자에서 얻는 다른 양상을 보였으며 이 지역의 국내간 이동은 인구 증가의 28%만 차지했는데, 여기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지역 일자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처럼 새로운 주택단지나 일자리 등으로 이동하는 인구는 젊은층이 대부분이다 보니 해당 지역의 인구 구조가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 이후에는 인구의 자연 증가도 뒤따르는 모습이 관찰된다.
아래 <도표3>는 이처럼 다른 지역에 비해 성장이 빨랐던 10개 TAs지역의 원인별 인구 증감 현황을 보여준다.
참고로 통계국은 매월 출입국자를 통한 이민자 동향과 함께 내무부에 신고하는 출생과 사망자를 통해 인구 자연 증감을 집계하는데, 여기에 국내 지역간 이동을 포함한 통계는 일단 추정치로 공개되며 이후 센서스 등을 바탕으로 업데이트된다.
지역별 인구 증감은 선거구 조정은 물론 학교나 도서관, 병원 같은 공공기관 증설이나 축소, 도로망 건설과 같은 인프라 투자와 상업시설 개발은 물론 노동 시장 등 다양한 방면에 영향을 주며 결국에는 각 지역의 경제와 발전 가능성이 서로 달라지면서 주택 가격을 비롯해 우리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