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수당을 받는 사람들이 거의 40만명에 이르면서 역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수당 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당 수급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경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국민당 주도 연립정부가 출범한지 1년을 넘겼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경제 침체에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실업은 내년 들어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고통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생산가능인구의 12% 수당 받아
사회개발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주요 수당을 받는 수급자 수가 39만1,22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인 2023년 9월말에 비해 8%(2만9,130명) 증가한 수치이다.
이는 또한 뉴질랜드 생산가능인구의 12% 수준으로 1년 전에 비해 0.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생산가능인구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의 인구를 말하며, 실제로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의 대상이 되는 15~64세의 인구가 이에 해당한다.
주요 수당 가운데 수급자가 가장 많은 수당은 실업수당으로 9월말 현재 생산가능인구의 6.3%인 20만4,765명이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개발부는 실업수당을 일할 준비를 갖춘 유형과 건강조건 또는 장애 이유를 가진 유형 등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전자의 수급자가 11만6,904명으로 후자의 8만7,861명보다 많았다.
실업수당 수급자는 2023년 9월 18만1,509명에서 1년 동안 12.8%(2만3,256명) 증가했다.
생산가능인구 대비 실업수당 수급자 비율은 2023년 9월 5.7%에서 지난 9월 6.3%로 0.6%포인트 상승했다.
실업수당 외에도 사회개발부가 관장하는 주요 수당에는 생활보조지급(Supported Living Payment), 편부모수당, 미성년부모지급, 비상수당 등이 포함된다.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에도 주요 수당 수급자가 생산가능인구의 12.4% 수준으로 올해 9월과 비슷했다.
당시 실업수당 수급자는 생산가능인구의 2.6%로 올해 9월보다 낮았다.
지난 1997년 아시안경제위기 당시의 주요 수당 수급자는 생산가능인구의 15.8%, 실업수당 수급자는 6.6%였다.
또 1990년 초반 경제 침체기에는 주요 수당 수급자가 생산가능인구의 16.1%, 실업수당 수급자는 7.9%로 비율 측면에서는 가장 높게 기록됐다.
1952년 3월말 실업수당을 받았던 사람은 뉴질랜드 전국적으로 2명뿐이었다.
1930년대 경제 공황기에는 생산가능인구의 약 6.6%가 정부지원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정부 수당을 받았지만 여성은 이 수치에 계산되지 않았다.
경제 컨설팅회사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의 이코노미스트 가레스 키어난(Gareth Kiernan)은 수당 종류별 비율이 변한 것은 2013년 복지개혁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국민당 정부의 복지개혁 이후 많은 사람들이 실업수당 대신 덜 까다로운 다른 수당들을 신청하게 됐다는 것이다.
■ (표1) 연도별 9월말 현재 주요 수당 수급자 수 및 생산가능인구 대비 비율 (자료:사회개발부)
실업 증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
지역별로 보면 노스랜드가 9월말 현재 생산가능인구의 10.9%가 실업수당을 받고 있어 가장 높게 조사됐다.
지난 1년간 뉴질랜드 모든 지역에서 생산가능인구 대비 실업수당 수급자 비율이 증가한 가운데 오클랜드 메트로가 0.9%포인트 올라 가장 높았다.
이는 통계청의 조사 결과와 맥락을 같이 한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고용자료에 따르면 오클랜드에서는 지난 9월 충원된 일자리가 2023년 9월에 비해 1.3%(1만463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 다음으로 일자리 수 감소가 큰 지역은 2,990개의 웰링턴이었다.
ASB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급격한 순이민 감소와 경제활동참여율 하락 등이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을 완화시키면서 실업률이 내년 중반 6% 밑에서 정점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은행은 내년 2분기에 실업률이 5.4%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분기 뉴질랜드 실업률은 4.8%로 2020년 4분기 이후 거의 4년 만에 가장 높게 조사됐다.
인포메트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래드 올슨(Brad Olsen)은 수당 수급자 비율이 1990년대초만큼 높게 올라갈 것으로 보진 않았다.
올슨 이코노미스트는 실업이 증가하고 실업률이 내년 중반에 5%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세계금융위기 직후나 1990년대 경제 침체 시기보다 실질적으로 나은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경제 침체의 문제 가운데 하나는 극단적인 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며 “팬데민 이전 정상이었던 경제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아래로 떨어졌다가 사상 최저의 금리로 과열된 후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낳았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실업률은 이제 정상 수준에서 안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웨스트팩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조사를 실시한 뉴질랜드 11개 지역 모두에서 경제가 아직 한파를 맞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많은 가계에서 생활비 압박으로 소비를 줄이면서 특히 소매업과 요식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웨스트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켈리 엑홀드(Kelly Eckhold)는 실업률이 내년 중반 5.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웨스트팩은 하지만 많은 사업체들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앞으로 수요 증가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오는 27일 예정된 중앙은행 정례회의에서 0.75%포인트의 ‘빅컷’도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11월과 내년 2월 0.50%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11월 0.7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뉴질랜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지만 1~3% 목표 범위 내에서 하락하고 있다”면서 “성장 둔화와 실업률 증가로 더욱 완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표3) 연도별 9월말 현재 실업수당 수급자 수 및 생산가능인구 대비 비율 (자료:사회개발부)
주요 수당 승인 및 취소 모두 증가
지난 3분기 주요 수당의 승인과 취소가 모두 증가했다.
주요 수당의 승인은 5만5,75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2%(5,637건) 늘었다.
그 가운데 실업수당은 4만3,27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5,556건) 증가했다.
주요 수당의 취소 또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3분기 주요 수당의 취소는 4만4,3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6%(5,655건) 늘었다.
그 가운데 실업수당은 3만3,98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5,241건) 증가했다.
지난 3분기 주요 수당의 취소 사유 가운데 취업이 1만8,516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른 수당으로 이동, 검토, 학업 등의 순이었다.
■ (표5) 연도별 3분기 주요 수당 취소 현황 (자료:사회개발부)
주거비 보조 등 보조 수당도 증가
저소득 계층에 렌트비 등 주거비를 지원하는 주거비 보조와 기초 생활비를 지원하는 임시추가보조 등 보조 수당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에 37만2,594명이 주거비 보조를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만7,787명) 늘었다.
임시추가보조는 10만3,521명이 혜택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1만1,073명) 증가했다.
장애수당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감소한 21만5,586명이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