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은 2024년 기대와 달리 활기를 찾지 못했다. 1년전 많은 전문가들은 2024년 한해 동안 주택가격이 5~7% 상승할 것으로 점쳤으나 금리 인하 효과가 악화된 고용시장, 넘쳐난 주택 매물 등과 상쇄되면서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2025년 주택시장이 작년과는 다를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주택시장을 둘러싼 변수들에 대해 알아본다.
금리 인하가 올해 주택시장의 가장 큰 동력
전문가들이 올해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준금리가 연중 지속적으로 내릴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1년 전에도 금리 인하를 이유로 2024년 많은 전문가들이 집값 상승을 얘기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예상은 들어맞지 않았다.
원루프(OneRoof)의 자료 제휴사인 밸로시티(Valocity)의 웨인 섬(Wayne Shum) 조사 분석가는 “정권 변화도 작년 주택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약속했던 외국인 주택 구매 금지는 실시되지 않았고 6월말 주택 투자자들의 매매 차익 기준인 브라이트 라인 기간이 2년으로 완화됐지만 예상됐던 주택 투자자들의 주택시장 복귀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활기를 가져올 가장 큰 요인으로 중앙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꼽는다.
부동산 정보회사 코어로직(CoreLogic)의 닉 구달(Nick Goodall) 이코노미스트는 “작년과 올해 가장 큰 차이는 금리이다”며 “작년 대부분의 기간 제약을 받았던 금리가 올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그로 인해 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4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내렸던 중앙은행은 올해도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열린 2024년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중앙은행은 오는 2월 차기 회의 때 추가로 기준금리를 0.50% 포인트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은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식히지도 않는 중립금리가 2.5~3.5% 범위라며2025년 연말까진 도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열린 이후인 작년 12월 뉴질랜드의 3사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휠씬 낮은 1% 하락이라는 통계청의 발표가 나오면서 중앙은행이 더욱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팬데믹 이후 역사적 최저 금리로 인해 평균 집값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저금리는 집값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이다.
키위뱅크의 자로드 커(Jarrod Ker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가 터닝 포인트라고 말했다.
코어로직의 켈빈 데이비슨(Kelvin Davidson)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음달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더욱 클 수 있다며 금리 인하가 집값에 강력하고 빠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론 마켓(Loan Market)의 브루스 패턴(Bruce Patten) 모기지 상담사는 올해 모기지 이자율이 5%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 2018년 이후 뉴질랜드 평균 집값 변화 (자료: 원루프-밸로시티 주택가치지수)
실업 증가, 건설업 불황, 국제 정세 불확실성 등이 변수
현재 주택시장에도 어두운 측면은 가시지 않았다.
평균 소득 대비 이미 높은 주택가격, 건설업 불황,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아직 증가세인 실업 등이 그것이다.
금리 인하가 주택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는 반면에 실업 증가는 악재로 작용한다.
직업을 잃은 사람들은 대개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없어 시장 수요를 감소하기 마련이다.
실업은 올해 중반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무부는 실업률이 오는 6월 5.4%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도 변수이다.
토니 알렉산더(Tony Alexander) 이코노미스트는 “뉴질랜드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의 경제 회복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의 무역 전쟁이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국의 경제 전망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영국, 호주 등지에서 인플레이션이 기존 예상보다 잡히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금리 인상을 압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끝나지 않은 건설업 불황도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키위뱅크의 커 이코노미스트는 “신축 주택 감소는 주택거래를 감소시키는 한편 집값을 상승시킨다”며 “뉴질랜드 주택위기를 해결하려면 아직 멀었고,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장기적 관점에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질랜드는 수 십 년간 저투자로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을 겪고 있고, 그러한 상황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올해 집값 5~8% 상승 전망
코어로직의 데이비슨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은 생애 첫 집 구매자의 해였다고 정의했다.
생애 첫 집 구매자들이 전체 주택 구매량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데이비슨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결과는 부분적으로 주택 투자자들의 주택 구매가 감소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금리 인하로 주택투자자들의 주택 구매가 늘겠지만 이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생애 첫 집 구매자들이 전체 주택 구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과거 평균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ASB는 올해 전문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10%의 집값 상승을 점쳤다.
웨스트팩은 올해와 내년에 집값이 각각 8%와 5%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작년과 비교하면 큰 변화로 해석된다.
웨스트팩의 켈리 엑홀드(Kelly Eckhold)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주택시장은 많은 매물과 적은 거래량 속에 가격이 옆걸음질을 치면서 활발한 상황을 연출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모기지 금리가 떨어지면서 구매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주택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엑홀드 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빠르게 내리고 있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많은 지표들이 매우 호전됐다”며 “장기 연간 명목 집값 상승률인 6.5%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주택시장이 수요와 공급 간에 좋은 균형을 보이고 있다”며 “집값 상승은 1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소비자 신뢰도가 개선되고 금리가 지난 3~4년에 비해 크게 떨어지며 경제가 회복되고 고용시장의 악화도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주택시장이 살아남에 따라 주택 건설 경기도 하반기부터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은 2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어로직은 올해 집값이 5%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코어로직의 구달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주택 매매량이 작년보다 1만건 정도 많은 9만건 정도로 예상한다”며 “매매량이 증가하면 통상 집값도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경제 상황도 집값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차입자의 총급여소득을 감안하여 대출한도를 정하는 제도인 총부채상환비율(Debt to Income ratio)이 집값 상승을 제약할 것으로 보았다.
일반적으로 자가 거주자들은 총소득의 최대 6배까지 빌릴 수 있고 주택 투자자들은 7배까지 대출받을 수 있으나 신규 주택에 대한 예외 규정이 있다.
중앙은행이 지난해 7월 도입한 총부채상환비율은 사람들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는 동시에 집값 상승 정도를 제약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구달은 “총부채상환비율은 커다란 변화이고 예상보다 빨리 효과를 미칠 수 있다”며 “그 가운데 하나는 모기지 금리가 빠르게 5.5% 이하로 내려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승 요인들과 하락 요인들을 감안할 때 코어로직은 올해 집값 상승률을 5%로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키위뱅크는 올해 집값 상승률을 5~7%, ANZ은 6%로 각각 제시했다.
ANZ의 헨리 러셀(Henry Russell) 이코노미스트는 “집값 상승을 더욱 자극하는 요인은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상대적 소외감과 두려움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다”며 “이러한 ‘포모’ 증후군은 전문가들이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제정보회사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는 주택 매매량이 올해 3.7% 증가하고 주택 거래가 내년 중반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인포메트릭스의 가레스 키어난(Gareth Kiernan) 분석가는 “금리 인하의 긍정적인 측면을 고용시장 약세와 인구 증가 둔화가 상쇄할 것”이라며 그같이 전망했다.
렌트시장 세입자 주도로 전환
렌트비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민자 증가 등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올랐으나 지난해 오름세가 진정됐다.
웨스트팩의 엑홀드 이코노미스트는 “렌트비는 지속 불가능한 수준까지 올랐다”며 “작년부터 인구 증가세 둔화 등으로 렌트비도 상승세를 멈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민자가 급증했으나 올해 그러한 일은 없을 것이다”며 “또한 임금 상승이 둔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포메트릭스의 키어난 분석가는 “고용시장 악화는 렌트비 상승을 억제하고 2026년과 2027년 순이민 둔화로 렌트 수요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렌트 수익률이 낮아 주택 투자자들의 주택 수요가 정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어로직의 구달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인구 증가가 최근 몇 년에 비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렌트 주택의 공급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경제가 개선되면 더욱 높은 렌트비를 지출하지만 올해 렌트 시장이 강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그는 신규 건축 허가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이지만 건설 경기는 당분간 침체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