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호주동아) 호주중앙은행(RBA)의 고위 임원이 국내 부동산시장이 조만간 조정기를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은행의 루시 엘리스 금융안정팀장은 5일 연방하원 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소득과 일반 상품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주택가격도 따라서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현 상황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일정 기간 하락하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스 팀장은 2000년 중반 금융시장 자유화와 낮은 인플레이션, 저금리 환경 속에 주택시장이 활황을 보이던 시기에 비해 앞으로는 장기 명목상 주택가격 성장률이 보다 느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주택가격 상승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시기도 있지만 부동산시장 사이클을 볼 때 조만간 주택가격 하락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엘리스 팀장은 시드니가 2003년 이래 주택가격 조정기를 3차례 경험했다며 “부동산시장 주체들은 현재 주택가격 급등 상황이 곧 변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금융안정팀이 하원 경제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자본이득세 할인과 투자자들에 대한 세금혜택인 네거티브기어링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담겼다. 중앙은행은 이 두 가지 세금제도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주 요인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신규 주택대출의 절반 이상을 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중앙은행은 “자본소득을 창출하는 여러 자산 중에서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율의 부채를 안고 구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대출과 조세제도에서 투자자들에 대한 혜택이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엘리스 팀장은 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부동산 세제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추천사항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금시스템의 ‘전반적 재검토’는 가치있는 일”이라며 세제 개혁 필요성을 언급했다.
코어로직-RP데이터의 7월 부동산시장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택가격은 지난 12개월간 11.1% 상승했다. 시드니의 주택가격이 18.4% 올라 13년래 가장 높은 연 성장률을 나타냈다. 멜번의 주택가격은 7월에 4.9% 상승해 1996년 이래 월 성장 속도가 최고였다.
허인권 기자 ikhur@hojudonga.com
<저작권자 © 호주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