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TOP Digital) 은행들의 잇따른 부동산 대출 금리 인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계층은 투자용 주택 구입자가 아닌 ‘첫 주택 구입자’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27일 부동산 전문정보업체인 도메인 그룹은 지난 주 호주 시중 4대 은행 중 하나인 ANZ 은행이 부동산 대출금리를 0.27% 인상한 5.65%로 확정하자, 나머지 시중 은행들도 잇따라 대출 금리 인상을 발표했고, 이는 주택 보증금 마련에 허덕이는 첫 주택 구입자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밝혔다.
도메인 그룹의 앤드류 윌슨 수석경제학자는 “투자용 부동산을 구입해 임대를 준 주택 소유자들이 은행들의 금리인상에 매달 상환액에 늘어나면서 이 같은 부담을 임대인에게 돌릴 것”이라고 예상하며 “특히 시드니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2014/15년 시드니 단독주택 임대료 중간 가격은 3.9% 상승해 주당 530달러의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6월분기(4-6월) 임대료가 1.9% 상승하는 강세에 힘입었다”고 설명하며 “만약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주택 가격 상승으로 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첫 주택 구입자 임대인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멜버른의 경우 주택 공실률이 2%, 퍼스 3%의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임대료는 아직도 정점에 있다”며 “이번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 조치가 높은 임대 수요를 나타내고 있는 시드니의 임대인에게 직격탄이 됐다”고 덧붙였다.
AMP의 올리버 쉐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첫 주택 구입자들이 보증금을 마련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에 따른 부담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 수준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UNSW대학 도시미래연구센터 소장인 빌 랜돌프 교수도 "투자자 주도의 주택붐이 첫 주택 구입 젊은이들을 '세입자 세대' (Generation Rent)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 희망은 점점 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주 ANZ 은행이 발표한 주택 보증금 적립 기간에선 시드니 9.2년, 멜버른 8.1년, 브리스번 5.3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첫 주택 구입자들의 임대료 지급 부담이 그만큼 더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ANZ은행 데이빗 캐닝턴 이코노미스트는 “주택가격이 급등했지만 소득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시드니의 주택 구입을 위한 20% 보증금을 적립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2년 6개월 더 늘어났다"고 분석하며 “첫 주택 구입자들이 주택융자 보증금을 감당하기가 이전 세대들에 비해 계속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시중 은행들의 부동산 대출 금리 인상은 APRA(호주금융건전성감독청)이 대형 은행들에게 금리인상과 채무불이행 증가 상황에 대비한 금융시스템 안전성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추가 자본적립을 지시한데서 비롯됐다.
APRA는 20일 커먼웰스 은행과 웨스트팩, NAB, ANZ, 맥쿼리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해 부동산대출에 적용하는 ‘주택대출 위험 가중치’(mortgage risk weight)를 내년 7월 1일까지 25%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추가 자본을 쌓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ANZ, 커먼웰스, NAB 등 시중은행들의 부동산 대출 금리 인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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