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 24(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체포된 메신저 앱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39)는 자신이 개발한 텔레그램의 강력한 보안과 익명성 못지않게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두로프가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등 '미스터리한' 인물이라고 26일 평가했다.
두로프는 그간 언론 인터뷰는 피하면서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자신의 취향 등을 공개하는 괴짜 행보를 보여왔다.
두로프는 과거 텔레그램 채널에 게재한 글에서 고기와 술, 커피를 멀리하며 '고독한 삶'을 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12개국에서 정자를 기증해 100명이 넘는 아이들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두로프의 재산은 155억달러(약 20조6천억원)에 이른다. 2012년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무실에서 고액권 지폐를 행인들에게 날리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
항상 검은 옷은 입어 영화 '매트릭스'로 유명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를 닮았다는 말도 나온다.
두로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다.
그의 조부모는 독재자 스탈린 치하에서 탄압받았고, 조부는 악명높은 강제수용소 중 한 곳에 보내졌다고 한다. 두로프가 개발한 텔레그램의 보안성을 이런 가족사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두로프는 지난 4월 미국의 극우 논객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 인터뷰에서"(사람들은) 독립성을 사랑한다. 그들은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사랑하며, 텔레그램으로 바꾸는 많은 이유가 있다"고 했다.
두로프는 또 자신의 출신에 대한 질문에 옛 소련에서 태어나 4살 때 이탈리아로 이주해 학교에 다녔다며 "사실상 유럽인인 셈"이라고 답했다. 소련 붕괴 후에는 다시 러시아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를 졸업한 2006년 러시아판 페이스북 프콘탁테(VK)를 개발해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렸다.
하지만 이용자 개인 데이터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넘기는 것을 거부해 크렘린과 마찰을 빚은 뒤 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2014년 러시아를 떠났다.
러시아를 떠나기 1년 전인 2013년 형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텔레그램을 출시한 그는 이후 두바이에 정착했으며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 시민권을 얻었다. 2021년 8월에는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텔레그램에 따르면 두로프는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UAE) 시민권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UAE는 프랑스에서 체포된 두로프가 영사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프랑스에 요청했다.
앞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두로프에 대한 러시아 영사의 접근권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프랑스는 협조를 거절했다"면서 "프랑스는 두로프가 프랑스 국적이라는 사실을 우선으로 여긴다는 점을 (거절 사유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두로프는 아동 포르노, 사기, 사이버 괴롭힘, 마약 밀매, 조직범죄, 테러 옹호 등 각종 불법 콘텐츠가 텔레그램 내에서 무분별하게 유포·확산하는 걸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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