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호주동아일보) 호주 시민권 신청자들에게 영어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정치인의 주장이 나왔다.
샤먼 스톤 연방 자유당 하원의원은 2일 현행 시민권 신청 요건이 너무 느슨하고 철저하지 못하다면서 지난주 발표된 정부 토론서(discussion paper)의 신규 시민권 신청자에 대한 영어시험 의무화 방안에 지지를 표시했다.
현재 시민권 신청자들은 호주의 국가이념, 가치관, 법률제도 등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된 20개 문항의 ‘시민권 시험’(citizenship test)을 통과해야 한다. 사지선다형의 이 시험은 응시자들이 영어와 호주법규에 대한 기본 지식을 겸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토론서는 “호주 시민권자들이 나이와 같은 특별한 여건을 고려한, 적합한 영어 능력을 갖추도록 보장하기 위한 표준화된 영어 조건”을 제안했다.
빅토리아 머리 지역구 출신의 스톤 의원은 만약 호주에서 영어를 말할 수 없다면 개인은 물론 호주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머리 지역구의 시민권 수여식에서 다수의 신규 시민권자들이 기본 영어를 읽거나, 말하거나, 쓰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스톤 의원은 “시민권 수여가 엉터리(mockery)”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투표, 배심원, 호주인의 책임 이해를 포함해 호주사회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해선 영어의 기본을 아는 것이 필수”라며 “제 사무실을 찾아온 사람들이 통역사가 필요하고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할 때 매우 애석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스톤 의원은 시민권을 위한 영어시험 요건이 인종차별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는 비영어권 국가에서 호주로 영주하는 사람들과 관련된 것”이라며 “그들이 반드시 구별되거나 환대받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 “이민자 공헌, 영어 구사력으로 판단할 수 없어” = 시민권 신청자에 대한 영어시험 도입 제안에 대해 이민자 출신 인사들은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퀸즐랜드 부동산 개발업자인 마하 시나쌈비(Maha Sinnathamby) 씨는 시민권 취득 희망자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전제하에 영어시험 도입안을 폭넓게 찬성했다.
퀸즐랜드의 그레이터 스프링필드 공동체를 만든 시나쌈비 씨는 “호주에 거주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신규 주택에 대한 의지와 욕구, 애정을 표현하려면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자이자 평론가인 칼 크루셀닉키(Karl Kruszelnicki) 박사는 영어시험 도입 방안에 우려를 표명하며 특히 고령의 이민자들에게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계 호주인인 크루셀닉키 박사는 “50-60대에 호주로 이민 오는 사람을 고려한다면, 그들은 영어를 배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엄청난 부자 이민자들도 영어시험을 보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의 샘 다스티어리(Sam Dastyari) 연방 상원의원도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는 “이민자들이 공동체에 기여하는 공헌을 영어 구사력과 같은 조잡한 수단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호주에서 시민권 영어시험 도입 제안은 전에도 있었다. 2006년 자유당 정부의 앤드류 롭 정무차관은 시민권시험 도입안을 제안하면서 영어시험 시행 방안도 포함시켰다. 이는 결국 2007년 시민권 시험 도입으로 이어졌다.
권상진 기자 jin@hoju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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