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호주동아) 호주 시드니에서 방3개짜리 주택을 19개의 방으로 개조해(makeshift) 58개의 침대를 들여놓은 ‘벌집동거’ 실상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침대 1개당 임대료는 평균 주당 150달러였다.
이는 시드니 시청이 불법 주거 실태를 집중 단속하기 위해 올 3월 구성한 특별조사반에 의해 적발된 38개 주택 가운데 하나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16일 보도했다.
이런 높은 수입을 안겨주지만 위험한 단기 임대 암시장(rental black market) 주택들은 폐쇄되는 처벌을 받았다.
폭등하는 주택가격과 임대료를 피해 시드니 도심 인근에서 벌집동거 하던 외국인들과 이런 숙소를 제공하고 고소득을 올리던 주인들이 시드니 시청의 단속에 걸려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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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 smh.com.au |
● 욕실과 식료품 저장실도 숙소로 이용 = 최근 6주간 특별조사반은 20건의 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를 통해 방 1개에 10명이 거주하고, 세입자가 욕실이나 식료품 저장실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과밀 아파트는 또한 머리카락 뭉치로 배수구가 막혀 있었으며 방마다 악취가 진동했다. 부엌은 바퀴벌레로 득실거렸고 복도는 샤워실로 개조돼 있었다.
클로버 무어 시드니시장은 16일 불법 숙소 제공자들을 뿌리뽑기 위해 시드니시청은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드니시청은 문제 해결을 위해 NSW의 경찰, 소방구조대(Fire & Rescue), 공정거래처(Fair Trading)와 공조하고 있다.
무어 시장은 불법 숙소 제공자 연합체(syndicates)가 갈수록 치밀하고 적대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법적 조치를 위한 증거 수집에 애쓰는 시청 공무원들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어 시장은 “조사단으로 참여한 시청 공무원들이 언어적인 폭력과 위협에 시달렸다”면서 “우리가 최근 수집한 증거에 따르면 다수의 법규 위반이 행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중 일부는 시청의 권한과 책임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라며 “이는 연합체의 활동을 분쇄하고 새로운 불법 주거 제공자들을 저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여러 정부 기관이 공조하는 접근법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시드니시청 특별조사반의 책임자는 조직범죄 소탕 전문가인 전 스코틀랜드 야드(Scotland Yard) 형사 출신의 로이 카텀(Roy Cottam) 반장이다. 카텀 반장은 경찰과 군대 출신자들로 조사반을 구성했다.
● 배낭여행객과 유학생들이 주요 이용자 = 지난해 7월 시드니 알렉산드리아 소재 한 작은 공장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동했던 소방대원들은 아시아 배낭여행객들이 컨테이너와 버스를 개조해 불법 거주하고 있는 현장을 적발해 충격을 줬다.
최소한 15명의 한국과 일본 국적자들은 주당 최고 160달러의 임대료를 내고 선적용 컨테이너와 바퀴없는 버스, 노후한 캐러밴(caravans)을 쌓아놓고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 불법 숙소의 주인은 일본계 마사키 이메다 씨였다.
공동주택 소유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공동주택소유자네트워크(Owners Corporation Network, OCN)는 시드니시청의 단속에 환영을 표시했다.
OCN의 스티븐 가다드 회장은 “문제는 배낭여행객(backpackers)들이 확산시킨 단기 임대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유학생들로 문제가 확대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가다드 회장은 “이는 시드니의 생활비 상승과 인구 밀집을 반영한다. 지방정부가 행동에 나선 것은 그나마 안도감을 준다”고 말했다.
NSW백패커사업자연합(Backpackers Operators Association)의 크리스티 카스테어스 회장은 “시드니도심의 고층빌딩은 과밀화로 악명높다. 타운홀 기차역 주변의 5개 도심 블록이 최악일 것”이라며 “이는 도심과 가깝고 대학들과 인접한 위치다. 유학생들이 표적”이라고 밝혔다.
NSW소방구조대의 마크 라일리 대장은 과밀 주거 건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라일리 대장은 비상출구(exits)가 봉쇄된 불법 개조 건물이 스프링쿨러나 화재경보기의 작동을 훼손시켜서 거주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상진 기자 jin@hoj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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