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남미 안데스산맥에서 한겨울 기온이 37도까지 오르는 등 남반구도 이상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안데스 산맥의 폭염으로 해발 3천m 이하 지역에 쌓인 눈이 녹아 봄과 여름이면 해빙수에 의지해 살아가는 현지 주민들에게 연쇄 파급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의 기후학자인 라울 코르데로 교수는 칠레 북부 코킴보의 비쿠냐 로스 피미엔토스 관측소에서 지난 1일 기온이 37도까지 올랐으며, 이날이 칠레에서 72년 만에 가장 무더운 날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기온이 이렇게 높아진 것은 엘니뇨와 현지에서 '테랄풍'으로 불리는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세계의 극단적 기온' 블로그에 따르면 현재 한겨울인 남미 각지 해발 1천m 이상의 수십 개 기상관측소 수은주도 35도를 넘어갔다.
코르데로 교수는 이런 높은 고도에서 비정상적인 더위가 우려스럽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고온으로 인해 (안데스산맥 동쪽의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에서) 가뭄이 악화하고 녹이 빨리 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와 그 일대 저수지들이 모두 말라가고 있고 더 이상 수돗물을 마실 수 없을 정도로 물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
남미도 올해 1~7월 역대 최고 기온을 보인 지역 중 하나다. 특히 칠레는 연초의 화재에 이어 현재 가뭄을 겪고 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는 1월 이후 9번째 폭염으로 무더위를 겪고 있고, 2020년 기록한 연간 10번의 폭염 기록을 깰 것으로 예상된다고 코르데로 교수는 말했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 있는 산안드레스대학의 마르코스 안드라데 대기물리학 교수는 볼리비아와 페루의 안데스 고원은 연초부터 비정상 기후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티티카카 호수 반대편에 있는 푸노에서는 59년 전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건조한 1월을 보냈고, 5월에는 평년 강수량의 20%에 해당하는 폭우가 쏟아졌으며, 이번 겨울도 유난히 따뜻해 볼리비아에서 최고기온을 경신한 곳이 여러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남반구가 여름에 접어들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보통 엘니뇨가 정점에 이르는 연말이 되면 그 영향이 가장 심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 환경컨설턴트인 칼라 벨트란씨는 "올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3월 11일 38.6도로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고 우루과이의 메르세데스시도 최근 40.5도로 최고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최근의 폭염은 남미 남부 지역이 특히 고온에 취약하다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최근 보고서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마존 지역과 아타카마 사막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 등 남미 북부에서 폭염이 더 빈번해지고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벨트란씨는 "엘니뇨 현상의 도래로 앞으로 몇 년간 이 지역 기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명 피해와 더 큰 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극심한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극지·기후연구소 부소장인 국립 리우그란데두술대학의 치코 겔레이라 기후·해양학 교수는 "의심의 여지 없이 칠레 등 남미의 겨울철 최고기온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기압은 남반구에서 더 강렬하고 지속적으로 변칙성을 띠어 더운 공기의 수평류를 유도하거나 직접적으로 극단 기온을 야기한다"면서 "이런 고기압 현상이 기후변화와 함께 향후 수십 년 동안 지속되고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