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달러화의 유로화 대비 가치가 약 2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미국인들이 달러 기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유럽 부동산 쇼핑에 몰려들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한 여성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파리에 '세컨드 하우스'를 꿈꿔왔다.
그는 이번에 75만8천달러(약 10억2천만원)를 들여 파리 중심가인 8구에서도 센 강과 샹젤리제 거리 사이의 최고 번화가에 43㎡ 넓이의 집을 장만했다.
그는 WSJ 인터뷰에서 이 집을 업무용이나 휴가용으로 쓸 계획이라면서 달러 강세가 구매를 결정하게 된 큰 요소라고 말했다.
최근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화가 전면 도입된 2002년 7월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1달러 아래로 내려갔으며, 유럽경제의 침체 우려 속에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기간 평균 환율은 1.24달러로, 현재 유로화 표시 자산은 평균 대비 20% 정도 싸진 것이다.
지난해 평균 환율 1.16달러 대비로는 13.7% 저렴해졌고, 실질 구매력을 따지면 유로화 가치 하락이 더 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영국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글로벌 주거 지수'(Global Residential Index)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의 집값은 전년 동기 대비 5%도 오르지 않았다. 이에 비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지는 같은 기간 29% 넘게 올랐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 평소 꿈꿔왔던 유럽 각지의 부동산 매입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및 여행 제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 증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도 이들에게는 부차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영국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파운드화 약세에 따라 달러로 런던 부동산을 구매하기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아졌다면서, 미국인들이 런던 부촌인 메이페어, 첼시 등의 고급 주거지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중순 매물로 나온 300㎡ 넓이 호화 아파트의 파운드 기준 호가는 그대로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종전 1천640만달러(약 222억원)에서 1천513만달러(약 205억원)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모 부동산업자는 세컨드하우스를 구매하려는 미국인들이 이탈리아 남부에서 중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돈을 물 쓰듯 쓰고 있다면서 이들은 집 구매 예산이 200만달러(약 27억1천만원) 정도인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포르투갈의 또 다른 부동산업자는 "미국 부동산 고개들은 리조트를 원하는 젊은 층과 골프를 즐기려는 은퇴자 등 두 부류"라면서 미국인 고객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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