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루 동안 세계 중앙은행 13곳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잇따른 대폭 금리 인상이 경기후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금리 인상 행진이 끝나려면 멀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미국을 따라 금리 인상에 나선 세계 중앙은행은 영국·스위스·노르웨이와 아시아의 대만·홍콩·인도네시아·필리핀,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바레인·쿠웨이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총 13곳에 이른다.
앞서 전날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3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게다가 게다가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4%에 이를 것으로 전망, 남은 2차례 FOMC 회의에서 1.25%포인트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에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금리 수준에 따른 외화 유출과 환율 변동 가능성을 주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다른 나라들도 잇따라 인상을 단행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오른 2.25%로 결정했다. 이로써 두 번 연속으로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BOE는 "(인플레이션 지속 시) 필요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스위스도 기준금리를 0.5%로 0.75%포인트 올려 2015년 이후 이어진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마감했고, 노르웨이는 금리를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인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0.125%포인트), 홍콩(0.75%포인트), 인도네시아(0.50%포인트), 필리핀(0.50%포인트)이 일제히 금리 인상을 실시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고, 인도네시아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금리 인상 폭을 발표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를 2∼4% 목표 범위 안에 돌려놓겠다고 강조했다.
남아공도 기준금리를 6.25%로 0.75%포인트 올렸다.
중동에서도 사우디·UAE·카타르·바레인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0.75%포인트를, 쿠웨이트가 0.25%포인트를 각각 인상했다.
이 5개국 중 쿠웨이트를 제외한 4개국은 자국 통화 가치를 미 달러화에 연동하는 고정환율제(달러 페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지난 20일 스웨덴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1.0%포인트의 파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 기준금리를 1.75%로 높였다. 스웨덴은 11월에도 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몽골(2%포인트), 베트남(1%포인트) 등도 이번 주 들어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이처럼 각국의 통화긴축 흐름이 거세지만, 여전히 높은 각국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당분간 금리 인상 흐름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싱가포르 소재 메이뱅크의 추아 학 빈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가격 강세가 누그러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임금 (상승) 압력은 가라앉지 않았고 근원·서비스 물가 상승세는 더 지속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의 (통화)긴축이 끝나려면 멀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 다음 달 12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그동안의 예상보다 큰 0.5%포인트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큰 폭의 금리 인상이 거듭되면서 기준금리가 오를수록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모리스 옵스펠드는 연준이 지난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 오판했듯이 이번에는 반대로 상황을 잘못 판단해 경기후퇴를 유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경기 둔화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내려가는 속도를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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