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독감이 다시 퍼진다면 가장 안전한 곳은?”

“스페인 독감이 다시 퍼진다면 가장 안전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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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스페인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뉴질랜드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한 의학 연구자료를 통해 나왔는데, 역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듯이 지형적 영향으로 인해 도로망이 발달하지 못해 평상시 사람들 접근이 어려운 남섬 서해안 지역이 그 중 한 곳으로 뽑혔다.
 
최근 오타고 대학 공중보건 전문가인 닉 윌슨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지구촌을 강타했을 때 뉴질랜드에서도 약 8천6백여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웰링톤에서만 700여명이 죽었다.
 
당시 웰링톤 지역의 역사기록을 보면, 처음 발생한 사망자는 관에 실려 묘지로 트럭으로 운반됐지만 나중에는 나무궤짝이 사용되다가, 나중에는 그마저도 없어 수의만 입힌 채 매장했던 것으로 나타나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단기간에 희생됐는지 그 참상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당시 군용선박과 군기지에서 한꺼번에 163명이라는 집단 사망자가 나왔는데, 이는 사람들이 단체로 기거하는 곳에서 특히 통풍시설이 안 좋을 경우 이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이 얼마나 쉽게 전염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만약 다시 바이러스성 질병이 퍼지게 되면 대학기숙사나 기숙학교 같이 외부와 격리된 채 사람들이 집단으로 살았던 시설은 일단 건물을 비우는 한편,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병균이 침투하지 않은 ‘프리 버그’ 시설(지역)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이런 시설은 학교 등을 이용할 수도 있으며 원격지인 코로만델 지역 소도시들이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역설적으로 국경까지 폐쇄되는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도로망이 부실해 평소 문명 혜택이 적은 남섬 서해안 같은 곳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 되는 셈이다.
 
윌슨 교수는 현재는 스페인 독감이 퍼졌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항생제를 포함한 의료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그때와는 분명히 상황이 다르겠지만, 수만명이 한꺼번에 감염되는 등 바이러스성 질병이 대규모로 창궐할 때 중환자실 병상 확보 등 이에 대처하는 시스템은 충분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918년 독감 창궐 시 좀더 조직적인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졌다면 수백명의 사람들은 더 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에서는 지난 2009년에 돼지독감 바이러스로 인해 입국자에 대한 영상판독이 실시되고 플루센터가 가동되는 등 큰 소동이 일기도 했다.
 
최근 발간된 한 의학전문 저널 자료에 따르면, 당시 돼지독감으로 전 지구상에서 사망자가 20만 3천명에 달했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이 수치는 당초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정했던 사망자의 10배나 되는 수치이다.
 
조류독감과 SARS가 문제가 됐던 그 당시 공항에서 입국자들을 조사했던 한 공중보건 전문 간호사는, 당시 사태는 재난 발생 시 국가의 대처 방안을 좀 더 세밀하게 수립하는 촉매제가 됐다고 밝혔다.
 
지역적으로 남반구에 위치해 다른 나라들과 비교적 원거리에 떨어져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바이러스성 질병 확산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낮은 국가이기는 한데,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국가적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진은 크라이스트처치에 설치됐던 플루센터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