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경제 격랑 속으로

뉴질랜드 경제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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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고유가, 고환율 등 삼고(三高)가 뉴질랜드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부동산시장도 급속히 냉각되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경기후퇴 국면 들어서

  이코노미스트들은 뉴질랜드가 이미 경기후퇴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심각한 고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BNZ은 뉴질랜드가 경기후퇴(recession)을 맞고 있으며 이미 그 국면에 들어서 있는지도 모른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경기후퇴는 경기순환의 한 국면으로 실질 GNP가 2사분기 이상 연속해서 감소(전기대비)한 경우로 정의된다.

  BNZ은 2사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50%를 넘으며 이는 올 3사분기와 4사분기에 해당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시장 냉각과 세계 신용경색, 상품가격 급등, 고금리, 가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경기후퇴의 폭풍을 완벽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고 BNZ은 경고했다.

  웰링턴 상공회의소는 뉴질랜드가 경기후퇴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웰링턴 상공회의소 찰스 핀니(Charles Finny) 소장은 "모든 지표들이 경기침체를 시사하고 있고 비즈니스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면서 "이것이 단지 시작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름값 리터당 2달러까지 상승 우려

  최근 피부에 가장 와 닿는 부분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기름값.

  국제유가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100달러 시대를 맞고 있다.

  서부텍사스중질유의 경우 1년 대비 상승률이 87%에 이른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것은 수급 펀더멘털보다 미국 달러 약세 등의 외부 변수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가 원유를 사는 것은 원유 부족 때문이 아니라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위험 회피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달러 약세가 촉발돼 원유값을 끌어올리고 미국 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원유를 비롯한 상품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원유 수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실제 중국의 지난달 원유 수요는 예상보다 크게 급증하며 수급 염려를 증폭시켰다.

  이로 인해 유가가 단기간에 120달러 돌파는 물론 앞으로 4년 안에 200달러 돌파 가능성도 제기됐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유가 평균치를 95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중대한 공급 불안이 발생할 경우 20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뉴질랜드도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BP는 18개월후 옥탄가 91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최소 212.9센트가 되며, 대미 달러화 환율이 60센트로 내려갈 경우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1월 137.9센트였던 휘발유 가격은 요즘 177센트를 오르내려 50리터를 채울 경우 20달러를 더 내야 한다.

  디젤 가격도 리터당 133센트를 넘으며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운전자들에게 다행한 소식은 뉴질랜드 정부가 4월 1일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고 세금을 조정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자동차협회(AA)는 운전자에게 리터당 1센트 이상의 혜택을 주게 될 정부의 결정을 환영했지만 BP는 내년 초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부과금으로 리터당 8.5센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상품값 급등으로 물가비상

  그러나 유가는 리터당 189~205센트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우유 가격에 비해서는 아직 싼 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뉴질랜드의 주요 수출 품목인 낙농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뉴질랜드 슈퍼마켓 진열대의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유 가격은 1년 전보다 20% 정도 올랐고 치즈는 60%, 버터는 92%나 급등했다.

  식료품비는 전체적으로 1년전에 비해 9% 올랐다.

  ASB의 수석 경제학자 닉 터플리(Nick Tuffley)는 "앞으로 2년간 우리는 계속적으로 기름값과 전기요금, 음식비 등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국제 쌀값도 최근 20여 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국제 곡물가격 급등세는 전 세계에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산물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

  곡물값 급등은 투기 수요 유입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불안한 수급 상황에서 발견된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최근 세계 쌀시장의 척도인 태국 쌀가격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톤당 500달러대로 올라서면서 쌀을 주식으로 삼는 아시아 국가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인도, 이집트 등 주요 쌀 수출국이 국내시장 수급을 개선하고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수출을 제한하면서 공급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쌀값이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자원 민족주의'가 곡물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 밀값 역시 수급 요인이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성장 기조 내년까지 지속될 듯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에 이어 금값도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5년새 구리와 원유는 각각 6배와 4배 가까이 급등했다.

  문제는 2003년에 촉발된 원자재 대상승기가 꺽이지 않는다는 점.

  중국과 인도의 폭발적인 원자재 수요와 달러 약세에 따른 국제자금의 이동, 작황 부진 등의 요인을 감안할 때 최소 2~3년은 원자재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 동안 자산 효과를 가져와 소비를 견인해 주었던 뉴질랜드 주택시장의 급속한 냉각도 경기침체와 맞물리고 있다.

  지난달 주택 판매 중간가격은 1월의 34만달러에서 2,500달러 하락한 33만7,500달러로, 지난해 2월의 33만5,000달러에 비해 0.75% 상승에 그쳤다.

  이제 주택시장은 바야흐로 집값 상승률 마이너스 시대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부동산협회 머레이 클레랜드(Murray Cleland) 회장은 집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이는 큰 경제적, 정치적 의미를 지닐 것이며 재무부에서는 이미 주택 가격 하락이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민은 유독 미국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값 때문에 800원대가 넘는 고환율의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

  원화값 급락은 경상적자 확대로 상시 달러가 부족하고 글로벌 금융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하며 원화절상 심리가 급랭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BNZ은 모든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위안했다.

  고용 상황은 아직 양호하고 임금은 적절하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BNZ은 올해 뉴질랜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1.4%로 유지했다.

  BNZ은 또 2009년 개인소득세 감면이 실시된다 하더라도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