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급등으로 보통 가정도 '적자'

생활비 급등으로 보통 가정도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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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이 장난이 아니다. 기름값은 리터당 2달러를 넘어 3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가 하면 전기요금과 식품비 등 생활과 밀접한 모든 물가들이 줄줄이 올랐다. 이에 따라 생활에 압박을 받고 있는 가정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보통가구 주당 15달러 적자

지금과 같은 물가 수준에서는 평균 소득을 가진 가구도 적자를 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 관련 웹사이트 www.interest.co.nz이 뉴질랜드 평균 가구의 경제활동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4년 4월에는 주당 23달러의 흑자를 남겼으나 2008년 4월에는 15달러의 적자를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평균소득(2004년 연간 6만3,400달러, 2008년 연간 7만2,000달러)을 올리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기름값은 주당 35리터 소비를 가정했고 모기지 비용은 2004년 4월 중간주택가격에 17만달러의 모기지를 기준으로 계산했으며 식품비는 가계경제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조사를 실시한 측은 조사의 가정들을 보수적으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지난 4년간 소득은 주당 156달러 늘어난 반면 지출은 이보다 많은 주당 193달러가 증가해 가계부가 적자로 돌아섰다.

생활비 증가가 소득 증가보다 앞서

그러나 이는 비단 평균소득을 가진 가구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연간소득 9만2,000달러의 가구도 생활비가 주당 217달러가 늘어나 주당 93달러의 적자를 떠 안고 있었다.

연간소득 5만2,000달러 가구는 '워킹포패밀리(Working for Families)' 정책의 혜택으로 비교적 주름살이 적었으나 역시 주당 14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들은 생활비 증가가 소득 증가 수준을 초과함에 따라 뉴질랜드 가정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잘 보여 주고 있다.

4년 전의 생활 수준을 계속 유지하기 원한다면 부채를 지거나 아니면 일상용품 구입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조사를 담당한 www.interest.co.nz의 버나드 힉키(Bernard Hickey) 이사는 "사람들은 4년 전과의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 주택 지분을 줄이거나 신용카드 빚을 질 것이다"며 "소비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부채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기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힉키 이사는 은행들의 데이터에서도 모기지 대출이나 신용카드 빚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이자가 붙는 신용카드 빚 증가율이 71.2%로 전달에 비해 3% 올라 2005년 초 이후 가장 크게 늘어났다.

또한 주택거래량에 비해 모기지 대출액이 늘어 대출자들이 기존 대출에 추가로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 겨울 43만 명 연료 걱정

경제학자 브레인 이스톤(Brain Easton)은 "가계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2004년보다 형편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그는 모기지 대출을 적게 지거나 평균 이상의 임금상승 덕을 본 가정에서는 형편이 좀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매 전기요금은 2002년 이후 50%나 인상됐다.

담수량 부족과 전기요금 상승 등으로 올 겨울 춥게 지내야 할 키위들이 43만명 정도에 이르
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의 10% 이상을 전기요금에 지불해야 되는 개념인 '연료 빈곤'으로 계산된 새로운 정부조사에서 더니든 가구의 46%, 크라이스트처치 가구의 40%, 웰링턴 가구의 24%, 오클랜드 가구의 14%가 여기에 해당됐다.

이러한 비율은 2001년 이후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소비자들은 식품비 및 기름값 상승과 집값 하락 등과 맞물려 힘든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조사 담당자인 오타고 대학의 봅 로이드(Bob Lloyd) 교수는 "사람들은 '연료 빈곤' 보다는 '빈곤'에 대해 걱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4월까지 한 해 동안의 식품 구입 비용은 6% 가량 올랐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있었으나 사람들이 슈퍼마켓에서 느끼는 체감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급기야 지난달 주민운동그룹(Residents Action Group)은 기본 식품의 부가가치세를 제거하라는 청원서에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부가가치세가 소매가에만 부과되는 세금이라면 그 문제는 좀 간단해질 수 있겠으나 부가가치세란 유통 단계마다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제품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또한 어떤 식품이라도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세수 감소가 한해 25억 달러로 커서 헬렌 클락(Helen Clark) 총리는 부가가치세 감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와 사회과학자들로 구성된 어린이빈곤퇴치그룹(Child Poverty Action Group)도 평균소득의 60% 이하 수준으로 생활하는 가정을 실질적으로 도와 주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4가구 중 한 가구는 평균소득의 60%도 안 되는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계 건전성 위해 40억 달러 감세 필요

경제적 불균형에 빠져 있는 뉴질랜드인의 고단한 생활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16세 이상 뉴질랜드인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된 콜마 브런튼(Colmar Brunton)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계속되는 기름값 인상으로 생활이 곤란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4%가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답한 반면 좋아지고 있다는 답변은 9%에 불과했다.

40~49세 사람들이 76%의 부정적인 대답으로 가장 비관적인 연령대로 밝혀졌다.

가장 걱정하는 부문으로 생활비를 꼽은 비율은 86%로 어린이 학대(94%)와 환경(91%)에 이어 가장 많았다.

뉴질랜드인의 70%는 질병이나 사고로 실직했을 경우 수입과 생활에 대해 걱정했지만 정작 소득보호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33%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 부문 예산을 2004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40억달러의 감세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지만 노동당이나 국민당, 어느 정당도 그처럼 큰 규모의 감세안을 약속하지 않고 있어 가계 부문의 시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노동당은 가계가 처해 있는 곤란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말할 뿐 대규모 감세에 인색한 인상이고 국민당 관계자는 세금과 정부지출이 노동당 집권기간 올랐으나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며 정부 여당을 비난하고 나섰으나 구체적인 감세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노동당으로서는 재정정책으로 잃은 국민의 신망을 돌리기 위해서는 감세 예산이 마지막 기회라고 보아야 한다.

오랫동안 세금 경감을 기다려 온 중산층 뉴질랜드 유권자들은 이제 더 이상 기다려 줄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