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를 따뜻하게.. 김스자동차 김수진 사장님

뉴질랜드를 따뜻하게.. 김스자동차 김수진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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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이민자들치고 고생 꽤나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만은, 오늘 만난 이 분의 이야기는 남다르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베푸는 삶을 살아오신 '김스자동차' 김수진 사장님. 덕분에 그는 호인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가족들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망치하나 달랑 들고...

60년대, 전쟁 후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부모님마저 일찍 여읜 그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자동차 판금 기술을 배웠다. 막연히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 때 배운 기술은 이후의 사회생활과 뉴질랜드 이민의 큰 발판이 되었다.

89년 2월, 선교사 일을 하고 있는 동생의 소개를 받고 뉴질랜드 땅을 밟은 김수진 씨. "사실 아는 거 없이 무작정 왔어요. 그냥 남쪽에 있는 섬나라고, 영국령이라 살기 좋다는 것 밖에는....". 그야말로 망치 하나 달랑 들고 이 곳에 도착한 그는, 예상보다 큰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 부딪쳐야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힘든 이민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사람들이 순박했죠. 키위들도 동양사람들 보면 신기해하고, 하나라도 도와주려고 하고... 교민수도 삼사백 명 안 팍 이었으니까, 그야말로 가족 같았죠."  

대부분의 교민들이 직장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한국에서 배워 온 기술 덕분에 그는 비교적 쉽게 잡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자기간이 만료되도록 영주권이 나오지 않아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작정까지 하고 있던 그는. 비자 만기일 바로 몇 일 전, 기적적으로 영주권 승인 소식을 듣게 된다. "그 때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죠. 제가 받은 만큼 저도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야 겠다고 그 때 생각했어요."

우리는 굶어도 좋아. 그대들이 배부르다면....

91년 3월, 영주권을 받은 후, 근 2년 만에 식구들을 불러 올 수 있었던 김수진 씨.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정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며 90년대 초의 이민사회를 회고했다. 열정하나만 가지고 맨 몸으로 이민 와, 항상 배고파야 했던 초기 이민자들. 교회 식구들 먹이느라 쌀이 모자라 정작 자신들은 배를 굶는 모습을 직접 본 사람도 여럿이다.

그의 이런 성품 덕분에 가족들은 많은 고생을 해야 했다. 손님들이 찾아오면 밥을 해대느라 정작 고생하는 것은 그의 부인. 건강 상태가 안 좋아 급기야 서울에서 큰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부인이 그간 해 온 고생을 생각하면 미안하기 이를 데 없다며 김씨는 고개를 떨궜다.
"처음에는 집도 없이, 공장 천장에다 방을 만들어서 네 식구가 생활했어요. 그 때 아들이 10살이었는데 밤 늦게까지 아버지 일을 돕고, 먹을 것도 변변치 않아서 있는 거 없는 거 다 모아서 식구들, 손님들 해 먹이느라 안사람이 고생 많았죠."  

그래도 살기 좋은 나라 뉴질랜드

그 시절에 비해 살기는 좀 나아졌지만, 점점 각박해져 가는 이민사회가 그는 마음이 아프다. 생활의 큰 낙이었던 축구 클럽 일도 잠시 접고, 지금은 낚시와 이웃들과의 소소한 교류를 즐기며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워낙 욕심이 없는 성격 탓에 그는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서도 과욕을 부리거나 요행수를 바라지 않는다. '기술이 가장 큰 힘' 라고 믿고 있는 그는 그냥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세월과 함께 쌓인 장인의 기질을 발휘할 뿐이다. 흔히 '좋은 몫'이라 불리는 장소와는 영 거리가 먼 외각에서, 18년이란 세월동안 변치않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의 그런 우직한 근성 때문일 것이다.

작년 한해동안 침체된 경기 탓에 요즘 부쩍 불황을 실감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는 뉴질랜드가 '참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한다.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이 곳 보다 좋은 곳이 어디있어요? 자식들 공부시키고, 좋은 환경에서 밥 굶지 않고 살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죠."

크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받은 만큼 베푼다는 나눔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며 사는 김수진 사장님. 뉴질랜드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소시민적 이타심 때문이 아닐까.

취재/글 : 이연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