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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2008. 10:28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218.♡.85.150)
이윽고 바닷가에 다다르면 무한함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장관이 펼쳐진다. 해변으로 나온 우리 차량의 전면 유리 저편으로 보이는 파노라마-. 폭 150m가 넘는 모래 해변 수십 km가 파도가 부서지는 포말 속으로 이어지며 소실된다.
비릿한 냄새가 전혀 없는 해변의 모래는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하지만 수분이 없는 육지 쪽으로 가게 되면 모래가 부드러워지며 바퀴가 빠지게 되므로 육지 쪽 보다는 바다 쪽이 오히려 안전하다.
북쪽 끝인 스코트 포인트로 올라가 남으로 내려오며 90마일 비치를 완주하기로 했다. 시작점인 스코트 포인트는 케이프 레인가에서 시작되는 트랙이 연결되어 있고, 해변이 아닌 산악 지형이라서 전망대처럼 생긴 높은 절벽위로 나무계단이 연결되어 있다.
맨발로 올라가다 보니 층계 곳곳에 포섬과 토끼가 싸놓은 배설물들이 발에 많이 밟힌다. 하지만, 주 종류 모두 완전한 채식 동물이라 냄새는 거의 없다.
절벽 위로 올라가니 90마일 비치와 테 파키의 거대한 모래 산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주변에는 몇 종류의 바닷새를 제외하고는 생명체가 거의 없는 듯이 보인다.
바닷가에 있는 드문드문한 풀들도 죽어가는 노란 색을 띠어 살아 남기 어려워 보인다.
스코트 포인트 ~ 테와카테하우아 섬
우리는 핸들을 놓아도 좋을 만큼 넓은 폭의 모래 해변을 달린다. 결국 끝에 도달하겠지만, 눈에 보이며 다가오는 현실은 '무한한 곳'으로 느껴진다. 가끔 부드러운 모래 층을 지날 때 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이 느껴지지만, 이때 브레이크를 밟기보다는 움직이는 관성으로 자연스럽게 바다쪽으로 빠져 나와야 한다.
달리는 차 속에서 보니 우측으로 커다란 바위섬이 보인다. 삼각형의 거대한 바위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어 신비하다.
이 부근의 바다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사나운 서해안이기 때문에 지나가는 배가 한 척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핸들에 손만 올려 놓았지 운전이라는 생각 자체를 잊게 되니, 마치 가만히 앉아 대형 스크린으로 들어오는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종내 도착한 곳은 테와카테하우아 섬. 밀물 때는 섬이지만, 썰물 때는 육지와 연결되어 섬이 아니다.
하지만, 90마일 비치에 올 수 있는 때는 언제나 썰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볼 수 있을 때는 항상 연륙 되있다.
이 곳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좋은 낚시 포인트인데, 근처에 사는 마오리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인심 좋은 마오리를 만나면, 환한 웃음과 함께 잡아 놓은 싱싱한 도미 몇 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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